구직활동을 하지 않고 쉰 청년이 9개월 만에 다시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과 경제활동인구조사 마이크로데이터 등에 따르면 지난 달 '쉬었음'으로 분류된 청년층(15∼29세)은 1년 전보다 1만3천명 늘어난 39만8천명으로 집계됐다.
'쉬었음'은 취업자·실업자가 아닌 비경제활동인구 중 중대한 질병이나 장애는 없지만 경제활동인구조사에서 "그냥 쉰다"고 답한 이들이다.
지난 달 '쉬었음' 청년은 5월 기준으로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2020년(46만2천명)에 이어 두 번째로 많다.
전체 청년인구에서 '쉬었음' 청년이 차지하는 비중도 1년 만에 4.6%에서 4.9%로 껑충 뛰었다. 청년 인구가 줄었음에도 '그냥 쉰' 청년은 늘어난 탓이다.
'쉬었음' 청년은 지난해 9월부터 전년 동월 대비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감소 폭은 올해 3월부터 축소되는 흐름이 뚜렷했다.
감소 폭은 올해 1월 5만6천명을 정점으로 3월 5천명, 4월 1만4천명으로 쪼그라들었고 지난 달 '증가'로 돌아섰다.
'쉬었음' 인구 중 청년들은 구직 의욕이 높고 직장 경험도 있는 이직자들이 많지만, 적성 불일치 또는 '쉬었음' 기간 장기화 등으로 구직 의욕이 낮은 경우도 상당수라는 것이 정부의 분석이다.
구직단념자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을 원하고 취업할 수 있었지만, 임금수준 등 조건이 맞는 일자리를 찾지 못할 것 같아 취업을 단념한 구직 경험자들이다.
올해 1∼5월 월평균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12만179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0만8천525명)보다 약 1만1천여명 늘었다. 전체 구직단념자(38만7천명) 중 청년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31.1%다.
청년층 구직단념자는 1∼5월 기준으로 2022년 13만6천808명을 기록한 뒤 지난해 약 3만명 줄었지만 올해 다시 늘어났다.
청년 고용시장의 활력 저하는 코로나 팬데믹을 거치며 고착화하는 모양새다.
2010년 27만4천명 수준이었던 '쉬었음' 청년은 2020년 64% 늘며 44만8천명까지 증가했다. 이후 2022년(39만명)까지 감소세를 보였지만 지난해 40만1천명을 기록하며 다시 40만명을 넘어섰다.
청년 인구 감소세에도 '쉬었음' 청년은 올해 들어서도 4월까지 40만∼44만3천명을 오르내리며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11월 '쉬었음' 청년의 노동시장 유입을 위한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을 발표한 것도 이런 배경 때문이다.
'청년층 노동시장 유입 촉진 방안'에는 청년 인턴 확충, 국가기술자격시험 응시료 지원, '쉬었음' 청년 집단·심리 상담 등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청년층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늘지 않는 상황에서 취업 지원에 초점을 맞춘 정책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수출 중심 경기 회복세에도 성장을 주도하는 반도체 산업의 고용 유발 효과가 낮은 탓에 양질 일자리 증가세는 상대적으로 미미하다는 평가가 많다
지난달 청년층 상용직은 1년 전보다 19만5천명 급감하며 마이크로데이터가 작성된 2014년 이래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작년 5월(-1만명)에 이어 2년째 줄었고 낙폭도 크게 확대됐다.
확산하는 대기업의 경력직 채용 기조도 청년층의 노동시장 진입을 주저하게 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팬데믹 이후 고금리에 따른 투자 위축 영향으로 청년들이 원하는 양질의 일자리가 줄었다"라며 "이런 상황이 상용직 취업자 감소, 청년들의 구직 의욕 상실 등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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