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022년 4월 훈련소를 거쳐 강원도 한 보병사단으로 전입한 20대 A씨는 같은 생활관을 쓰는 동기 B씨에게 "담배 피우러 함께 가자"며 말을 붙였다.
당시 이등병인 A씨는 내부 지침에 따라 혼자서는 흡연하러 갈 수 없었다. 보통 군대에서 이등병들은 사고 방지를 위해 선임이나 동기와 함께 다니게 한다.
A씨는 서로 안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자신을 위해 흡연장까지 따라나선 B씨에게 "고맙다"고 말하면서 엉덩이를 1초가량 만졌다. 취사장에서 흡연장으로 가는 오르막길이었다.
당황한 B씨는 그 자리에서 얼굴이 굳어졌고 그 모습을 본 A씨는 곧바로 사과했지만 결국 군 당국의 수사로 이어졌다.
A씨 사건은 애초 군사법원에 기소됐으나 그가 전역한 지난해 9월 민간 법원으로 이송됐고, 최근까지 재판이 진행됐다.
그는 "손바닥으로 B씨 엉덩이를 '툭'하고 친 적은 있지만 움켜쥐진 않았다"고 주장했다.
또 "친근감을 나타내려고 동계 바지 위로 1초 정도 엉덩이를 만졌다"며 "이는 추행이 아니고 고의성도 없는 행위"라고 호소했다.
그러나 B씨는 앞서 수사기관 조사에서 "A씨가 친근함의 표시로 오른쪽 엉덩이를 아주 살짝 1초 정도 움켜잡았다"면서도 "툭 친 정도는 아니었다"고 맞섰다.
법원은 동성끼리 성적인 의도가 없었더라도 엉덩이를 만졌다면 성추행이라고 판단했다.
최근 인천지법 부천지원 형사1부(김정아 부장판사)는 군인 등 강제추행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유죄를 인정하면서도 형의 선고는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유예일로부터 2년이 지나면 사실상 없던 일로 해주는 판결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과 피해자는 동기였지만 엉덩이 접촉을 허용할 정도의 친분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특히 엉덩이는 보통 성인 남성 사이에서도 쉽게 손을 대지 않는 성적인 부위"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고인이 피해자의 바지 위로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성적 수치심이나 혐오감을 일으킬 뿐만 아니라 선량한 도덕관념에도 맞지 않는다"며 "성적인 욕구를 만족하겠다는 목적이 없었더라도 추행의 고의성을 인정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로부터 용서받지 못했지만, 과거에 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없는 초범"이라며 "고마움을 표시하려다가 우발적으로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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