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월 '고용 정상화'라더니 쇼크…'패닉셀' 쏟아진 뉴욕증시 [글로벌마켓 A/S]

김종학 기자

입력 2024-08-03 07:44   수정 2024-08-03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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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남은 기간 적당한 물가 둔화와 경제 성장, 이른바 '골디락스'에 기반한 금리인하를 바라던 시장의 기대가 한순간에 공포로 뒤바뀌었다. 이틀 전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통화정책 회의 당시 안도했던 시장은 전날(1일) ISM 구매관리자지수 하락에 이어 하루 만에 7월 공식 고용지표가 악화한 것을 확인 한 뒤 투매 움직임까지 보였다.

현지시간 2일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100.12포인트, 1.84% 하락해 5,346.56을 기록했다. 한때 3% 가까이 밀렸던 나스닥은 애플의 주가 반등으로 하락폭을 줄여 전날보다 417.98포인트, 2.43% 내린 1만 6,776.16에 그쳤다.

애플과 아마존을 비롯해 전통 제조, 금융사들이 포진한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이날 한때 900포인트 넘게 밀리기도 했다. 종가 기준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610.71포인트, 1.51% 하락한 3만 9,737.26으로 거래를 마쳤다. 중소형주로 구성한 러셀2000 지수도 3.52% 내린 2,109.31을 기록했다.



● 비농업 실업률 4.3%로 예상 밖 급등..경기침체 신호 커졌다

주말을 앞둔 금융 시장이 이렇게 급격한 반응을 보인 건 연준이 물가 보다 향후 금리인하의 중요 변수로 삼기 시작한 고용지표가 악화했기 때문이다. 미 노동부 노동통계국이 이날 발표한 7월 미국의 비농업 일자리 수는 11만 4천 건 늘어 예상치 17만 6천 건을 대폭 하회했다. 또한 지난 6월 일자리수도 20만 6천 건에서 17만 9천 건으로 내렸는데, 이마저도 월가가 예상한 수정치 18만 5천 건보다 낮았다.

7월 비농업 실업률은 4.3%로 한 달 전보다 0.2%포인트나 뛰었다. 여전히 탄탄한 경제와 강한 노동환경인 것은 변함이 없지만 통상 노동시장 약화는 진행 속도가 가파른 점을 시장은 우려하고 있다. 지표 발표 직후 찰스 슈왑 등이 이른바 '샴의 법칙'이 발동되었다며 침체 가능성을 경고하기 시작했다. 뉴센추리 어드바이저의 수석 이코노미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샴의 법칙' 창시자인 클라우디아 샴(전 연준 이코노미스트)은 "현재 경기 침체에 빠져있지는 않지만, 경기 침체를 피할 수 없고 금리를 내릴 여지가 상당하다"고 CNBC를 통해 밝혔다.

(선물시장은 올 연말까지 3차례, 125bp 인하 가능성을 반영하고 있다, CME 페드워치)

월가 하우스들은 금리인하가 더 빠르게 또는 더 큰 '슈퍼사이즈'로 진행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채권왕'으로도 불리는 블랙록의 릭 리더 글로벌채권 최고투자책임은 "연준이 이번 주에 금리를 내렸어야 한다"며 성토했고, JP모건의 마이클 페롤리 수석 경제학자는 "9월과 11월에 50bp 인하한 뒤 내년 매 회의마다 25bp 인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올해 딱 한 차례, 12월 인하를 고수하던 뱅크오브 아메리카마저 "9월에 25bp 내린 뒤 최종 금리는 3.25~3.50%가 될 것"이라고 입장을 바꿨다. 웰스파고는 "현재 고객들에게 받는 문의는 ‘언제 다시 매수하나’가 아니라, ‘이번 침체가 얼마나 심각할까’로 바뀌고 있다”며9월, 최소 50bp 인하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얀 하치우스 골드만삭스 수석 경제학자도 9월, 11월, 12월 세 차례 인하로 다시 복귀한 뒤 "8월 고용보고서도 약세를 보이면 9월 50bp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했다.

개장 전부터 예상을 벗어난 지표와 전망들이 쏟아지면서 이날 채권금리는 폭락을 이어갔다. 미국 2년물 국채금리는 무려 28.1bp(1bp=0.01%)나 내려 3.882%로 52주 최저를 경신했고, 10년물 국채금리는 17.8bp 하락한 3.799%로 3.8%선마저 내줬다. 여름철 랠리를 기대하던 시장은 3주 사이에 급격히 달라진 시장 환경에 공포 구간에 진입하고 있다. CNN에서 집계한 공포-탐욕 지수는 이날 오후 기준 26포인트로 지난주 중립에서 보다 악화한 모습을 보였다. 공포지수로도 불리는 Cboe 변동성지수(VIX)는 하루 만에 25.8% 오른 23.39를 기록했는데, 이날 오전 한때 29.66까지 치솟아 패닉 매도 심리를 그대로 보여주기도 했다.



● 버핏의 기가 막힌 타이밍…현금 2천억달러 돌파 내일 공개 예상

이런 환경에서 마치 시장의 충격을 알고 있었던 것 같은 투자자가 바로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벅셔 해서웨이 회장이다. 벅셔 해서웨이는 전날 미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를 통해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또 매각한 사실을 공개했다.

공시에 따르면 벅셔 해서웨이는 이번 주에만 1,920만 주 약 7억 7,900만 달러를 추가로 확보하면서 지난달 중순 이후 3주 만에 약 38억 달러의 현금성 자산을 추가했다. 브라이언 모이니한 CEO에 대한 극찬과 함께 팔지 않겠다던 뱅크오브아메리카 지분을 축소한 것은 물론 애플과 중국 BYD 지분도 줄이는 등 벅셔 해서웨이는 공격적인 현금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1분기까지 벅셔 해서웨이가 공개한 현금성 자산은 1,890억 달러로 2022년 3분기 이후 6분기 연속 현금을 쌓고 있다. 상당 부분의 자금을 약 5% 수준의 금리인 미국 단기 국채를 매입하는 것 외에 이렇다할 투자 없이 자산을 늘리고 있는 배경에 투자자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벅셔 해서웨이는 현지시간 3일 오전 2분기 실적을 공개한다.



● 애플 덕분에 덜 빠졌다…인텔은 10년 만에 최악의 하루

주요 종목 가운데 이날 아마존이 장중 10% 넘게 하락한 뒤 8%대로 낙폭을 줄였고, 전날 호실적을 낸 애플이 상승세를 지켜내며 시장의 추가적인 하락을 막았다. 아이폰의 매출 회복을 확인한 월가는 애플 인텔리전스 출시를 앞두고 투자의견을 일제히 상향 조정했다. 골드만삭스는 "애플 아이폰이 다년간의 교체 주기 초입에 돌입했고, 다음 분기에는 새로운 기록을 달성할 수 있다"며 목표주가를 종전보다 10달러 높인 275달러를 제시했다. TD코웬은 중국 판매가 AI를 통해 예상보다 빠르게 살아날 수 있다고 보고 기존 220달러에서 250달러로 목표가를 높였고, JP모건도 업그레이드 주기에 주목해 비중확대 의견을 내고 있다.

반면 미국 반도체 핵심기업이었던 인텔은 매출과 현금 흐름 악화, 기술 경쟁에 뒤처진 진퇴양난의 상황을 실적 발표를 통해 공개하면서 26% 폭락했다. 인텔은 지난 2분기 매출 128억 3천만 달러, 주당순이익은 전년대비 94% 감소한 2센트로 시장 기대치 10센트를 크게 하회했다. 또한 3분기에도 3센트 손실 예상, 4분기에는 30면 만에 배당을 줄이는 한편 15% 인력 감축 계획을 내놓으며 시장을 실망시켰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인텔에 대해 2026년까지 회복이 어렵다며 비중 축소로 전망을 낮췄고, HSBC도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며 역시 비중축소, 즉 매도 의견을 냈다. 인텔 주가는 이날 급락 여파로 종가 기준 21.48달러, 시총 914억 달러로 2013년 3월, 약 10여년 만에 최저수준으로 추락했다.

엔디비아는 미 법무부의 반독점 조사 소식과 엘리엇의 '거품' 경고 등으로 이날도 추가 하락해 107.27달러까지 내렸고 이러한 펴아로 필라델피아 반도체 인덱스도 하루 만에 5.18% 하락한 4,607.76로 밀려났다. 필라델피아반도체 지수에 연계한 디렉시온 데일리 반도체 3배 레버리지 상품은 이날 16%나 급락했다.

한편 소비재 3.85%, 금융주 2.73%, 에너지 2.46%, 원자재 2.23% 등 대부분의 업종이 2~3% 빠졌다. 이런 가운데 이날 실적을 낸 미 대표 에너지 기업인 엑슨모빌은 파이오니어 인수와 가이아나 산유량 증가로 유가 하락을 성공적으로 방어했다. 2분기 매출액 930억 달러, 주당순익 2.14달러로 깜짝 실적을 냈다. 반면 셰브론은 정제 마진 하락을 만회하지 못하면서 이날 2.67% 내렸다. 엑슨모빌도 장초반엔 상승했으나, 시장 하락 압력에 0.06% 약세를 기록했다.

미국의 경기침체를 예상한 트레이더들의 투매로 인해 국제유가와 금값도 이날 하락을 보였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9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 거래일보다 2.91% 내린 배럴당 74.09달러로 밀렸다. 금값도 오전 상승을 반납한 채 0.04% 내린 트로이온스당 2,479.90달러로 쉬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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