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양궁 전관왕 달성...'현대차 40년 후원'이 숨은 힘

배창학 기자

입력 2024-08-05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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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그룹, R&D역량 총동원...양궁협회에 기술지원
슈팅로봇·다중카메라 등 연구개발
올림픽 전 종목 금메달 달성을 기념하는 양궁 대표팀과 정의선 회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대한민국 양궁 대표팀이 2024 파리 올림픽에서 전 종목 석권이라는 대기록을 쓴 가운데 대한양궁협회장사인 현대차그룹과 협회장인 정의선 회장의 전방위 지원이 주목을 받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그룹의 연구개발(R&D) 역량을 총동원해 최첨단 양궁 장비를 연구개발하는 등 대한양궁협회에 기술 지원을 해왔다.

현대차그룹이 만든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 (대한양궁협회 제공)
양궁협회에 따르면 한국 양궁이 이번 올림픽에서 금메달 5개를 따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 장비는 개인 훈련용 슈팅 로봇이다. 현대차그룹은 훈련 상대가 제한되는 대표팀이 실전에 상정하는 훈련을 할 수 있도록 훈련용 슈팅 로봇을 만들었다. 슈팅 로봇은 실시간 제어 소프트웨어와 풍향 및 온습도 센서 적용으로 외부 환경 변수에 따른 조준점이 보정돼 평균 9.65점 이상의 높은 명중률을 보인다. 로봇에는 또 15인치 터치 패널과 바퀴 높이 조절이 가능한 가변형 이동 장치가 탑재돼 선수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현대차그룹은 선수들이 개개인의 슈팅 자세를 여러 각도로 모니터링할 수 있도록 기존 훈련용 카메라 장비를 야외 훈련용 다중 카메라 장비로 개량했다. 선수들은 다중 카메라가 2개의 각도(머리 위, 정면)에서 촬영해 모니터에 분할 출력한 영상을 볼 수 있다. 또 선수들은 실제 영상과 피드백 영상 간 시차(0~9초)와 속도 조절을 통해 자세를 정밀 분석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연구개발한 신형 휴대용 활 검증 장비 (대한양궁협회 제공)
현대차그룹은 폭염이 예고된 이번 올림픽에서 활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고 판단해 휴대용 활 검증 장비를 새롭게 제작했다. 활 성능을 검증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줄을 당길 때 생기는 복원력인 장력인데, 장력을 측정하는 기존 장비는 크기가 너무 크거나 작다는 한계가 있었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접이식으로 부피가 줄고, 3D 프린터 제작 부품으로 무게가 줄어든 신형 장비를 만들어 선수들에게 제공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뜨거운 햇살 아래 경기를 치르는 선수들을 위해 복사에너지 방출이 극대화된 원단으로 만든 경기용 모자를 선수들에게 전달했다. 해당 복사냉각 모자의 표면 온도는 일반 모자보다 최대 5도 가량 낮다.

현대차그룹은 또 선수들에게 3D 스캐너와 프린팅 기술로 제작한 선수 맞춤형 그립, 비전 기반 심박수 측정 장치, 고정밀 슈팅머신 등을 리우데자네이루와 도교 올림픽 때부터 선수들에게 지원해왔다.

현대차그룹은 최근 슈팅 시 활 등 여러 장비의 움직임을 고속 카메라로 촬영해 인공지능(AI)으로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고, 장비 성능을 검증하는 AI 기반 영상 모션 증폭 기술을 연구개발 중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지만, 대표팀 선발 등 협회 운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양궁협회는 지연과 학연 등 파벌에 따른 불합리한 관행과 불공정한 선수 발탁이 없어 선수들의 사기 진작에 큰 도움이 됐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한편 정 회장은 이번 올림픽을 위해 개막 이전부터 선수들을 챙겼다. 정 회장은 지난해 경제사절단으로 동행한 윤석열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을 계기로 파리 현지 상황을 직접 점검했고, 올림픽 개막식에 앞서 그룹이 현지에 설치한 전용 훈련장과 휴게실 등을 둘러봤다.

파리 현지 올림픽 경기장에서 양궁 대표팀을 응원하는 정의선 회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 회장은 올림픽 기간에는 관중석에서 모든 양궁 경기를 보며 선수들을 응원했고, 한국 여자 양궁이 올림픽 10연패를 달성하자 시상을 했다. 정 회장은 남자 단체전 결승 상대가 개최국 프랑스로 정해지자 "홈팀이 결승전 상대인데 상대 팀 응원이 많은 것은 당연한 것"이라며 "주눅 들지 말고 하던 대로만 하자. 우리 선수들의 실력이 더 뛰어나다"고 선수들을 고무했다.

정 회장은 선수들과 대회 기간 전 종종 만나 마사지건, 블루투스 스피커, 태블릿 PC, 카메라 등을 선물했다. 실제로 지난해 말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는 선수들과 함께 현대차 제로원데이 행사에 참가해, 식사 중 '챔피언의 마인드'라는 책을 건넸다.

양궁 3관왕에 오른 김우진 선수를 축하하는 정의선 회장 (대한양궁협회 제공)
정 회장의 양궁 사랑에 선수들은 메달을 획득할 때마다 정 회장에게 달려가 메달을 걸어주는 등 감사함을 표했다.

이번 대회에서 여자 단체전 10연패라는 금자탑을 세운 임시현 선수는 "대표팀이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도록 가장 큰 도움을 주신 분은 정의선 회장님"이라며 "좋은 환경 덕분에 좋은 결과를 만들 수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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