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오른 '제4인뱅' 5파전...핵심은 '중저신용자·혁신성·자본력'

전범진 기자

입력 2024-09-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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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11월까지 인가 기준 마련"에
몸풀기 들어간 5개 컨소시엄

과거 키움증권·토스 '고배'처럼
기준 불충족시 '무인가'도 가능

네번째 인터넷 은행의 자리를 위한 ‘쟁탈전’이 연휴 이후 막을 올린다. 제4 인뱅 인가를 두고 미지근한 자세를 취했던 당국이 “늦어도 11월까진 인가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선언하면서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지난 1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현재 진행중인 기존 인터넷은행들에 대한 평가를 마치는대로 평가 결과를 기반으로 제4인뱅 인가 기준을 작성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금융당국은 지난해부터 제4인뱅의 문을 열겠다고 선언했지만, 이후 홍콩H지수 ELS 사태와 부동산PF 대규모 부실, 가계부채 급증 등 여러 현안이 발생하며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금융위가 재차 제4인뱅 추진 의사를 밝히자 도전 의사를 드러냈던 컨소시엄들도 조금씩 당국과 접촉하며 투자자 확보 등 막바지 작업에 나서고 있다. 한 컨소시엄 관계자는 “확실한 자금력을 지닌 대기업과, ‘노하우 전수’가 가능한 금융사를 중심으로 활발하게 접촉하고 있다”고 전했다.

현재까지 제4인뱅 심사에 응할 뜻을 드러낸 컨소시엄은 △더존뱅크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소소뱅크 △AMZ뱅크 등 다섯 곳이다. 더존뱅크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업체인 더존비즈온을 주축으로 하는 컨소시엄으로, 신한은행과 DB손해보험이 '쩐주'로 참여 검토하고 있다. 한국소호은행은 한국신용데이터(KCD)가 우리은행, 우리카드와 손을 잡고 설립을 추진한다. 유뱅크는 온라인투자연계금융(P2P) 업체인 렌딧을 중심으로 인공지능(AI) 의료 업체 루닛, 자비스앤빌런즈(브랜드명 삼쩜삼), 트래블월렛, 현대해상, 현대백화점 등이 참여하고, IBK기업은행도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소소뱅크는 35개 소상공인 유관 단체와 11개 정보통신기술(ICT) 업체가 연합했고, AMZ뱅크는 농업 유관 단체 등이 참여한다. 업계에선 과거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사례를 봤을 때, 충분한 자금력 확보가 가능한 더존뱅크와 한국소호은행, 유뱅크 3개 컨소시엄이 현재로서는 가장 앞서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당국에선 김 위원장이 심사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한 것이 “반드시 이번에 제4인뱅을 인가하겠다”는 의사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경고가 나왔다. 실제로 토스뱅크는 첫 도전 당시 고배를 마셨고, 두번째 도전에도 추가 증자를 의무화 한 뒤 조건부 인가를 받은 바 있다.

당국 내부에서는 새 인가 기준이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과 금융 혁신성, 대주주의 안정적인 자본공급이라는 3개 요소를 녹여낼 것이라는 평가가 전해진다. 전통 은행들이 상대적으로 외면했던 중저신용자들을 위한 포용적 금융과 은행권의 혁신을 유도하는 ‘메기효과’가 인터넷은행의 취지인 만큼,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중저신용자들을 상대하면서도 안정적으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엄격한 잣대를 들이밀어야 한다는 취지다.

한 당국 관계자는 “핵심은 중저신용자들에게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또한 일부 컨소시엄들은 ‘은행을 투자자로 영입했다’며 자신하고 있는데, 기존 금융사들은 지분율 제한이 있는 만큼 대주주가 될 기업이 인뱅이 흑자를 일으킬 몇 년 뒤까지 여러 차례 증자를 할 수 있는 자체적 자금력을 입증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선 '혁신성'이 도전자들을 가로막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제기된다. 당국이 현 인뱅들이 결과적으로 주택담보대출에 주력하는 등 출범 취지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이자 제4인뱅 선정 과정에서는 아예 일부 사업 영역에 대한 '원천 봉쇄'를 시도할 수도 있다는 주장이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주택담보대출을 출시할 때까지 약 5년이 걸리는 등 당국의 반대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데 적지 않은 어려움을 겪었다"며 "과거 키움증권이 SK그룹과 하나금융그룹 등을 영입해 경쟁자들보다 강력한 라인업을 꾸렸음에도 인가를 얻는데 실패한 적이 있는 만큼 혁신성을 갖춰야 한다는 당국의 엄포를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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