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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수료 때문에 이것까지 한다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 기자

입력 2024-09-28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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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도한 정착지원금+수수료로 실적압박↑
부당승환·리베이트 등 초래
"모집수수료 관련 정책수립 필요"


"기존 보험은 해지하시고 새 상품으로 가입하세요"

최근 금융당국이 보험업권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도한 '설계사 스카우트'에 대해 경고를 날렸습니다. 보험판매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영업채널은 설계사인 만큼, 보험사 또는 법인보험대리점(GA) 사이에선 대규모의 정착지원금을 주고 실적이 좋은 설계사를 빼오는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입니다. 설계사 입장에선 더 좋은 조건의 지원금을 받고, 보험사나 GA도 설계사를 통해 실적을 높이면 그야말로 '상부상조'일텐데 왜 당국은 제동을 걸고 나섰을까요?

◆ 일부 GA, 수천만원씩 수수료 지급

보험상품을 판매하는 보험설계사는 보험계약 실적에 따른 모집수수료를 받습니다. 신계약 월납보험료를 기준으로 일정 수수료를 받는 구조인 만큼, 당국은 단기 실적에 급급한 설계사들의 무리한 영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고 보고, 첫해 수수료 상한선을 월납 보험료의 1,200%로 제한하는 '1,200% 룰'을 설정했습니다.

예를 들어 한 보험설계사를 통해 소비자가 월납보험료 10만 원인 상품에 가입했다면, 이 설계사는 가입 첫 해에 모집수수료로 최대 120만 원까지 받을 수 있는 겁니다. 하지만 일부 대형 GA를 중심으로 실적이 좋은 설계사를 빼내오는 '스카우트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일종의 스카우트 비용인 정착지원금제도가 신설됩니다.
'이직수수료'로 불리는 정착지원금은 해당 설계사의 전년도 소득의 일정 금액을 보전해 지급해주는 방식으로 운영됩니다. 문제는 금감원이 대형 GA들을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이 정착지원금에 대한 운영 세부기준이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고, 회사 내규에서 정한 기준을 초과해 지급되는 정착지원금도 상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국이 보험설계사들의 건전한 모집질서를 위해 1,200% 룰을 만들어 과도한 수수료가 지급되지 않도록 규제했지만, 사실상 이 같은 방식의 정착지원금이 더해지면 설계사가 받는 수수료는 그 이상이 되는 셈입니다. 금감원에 따르면 2022~2023년 동안 대형 GA 39개사는 경력설계사 1만4,901명에게 총 2,590억 원, 1인당 1,738만 원의 정착지원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1인 기준으로 가장 많이 지급한 곳은 설계사 1인당 4,433만 원으로, 전체 평균의 약 2.6배였습니다.

◆ '실적 압박' 모집관행에 부당승환 피해도

이렇게 많은 금액의 수수료 지급은 소비자들에게 어떤 영향을 줄까요. 거액의 정착지원금, 수수료를 받는 설계사는 실적에 대한 압박과 부담으로 새로운 보험계약 성사에 대한 유인이 크다는게 당국의 설명입니다. 이에 따른 대표적인 부작용은 불완전판매, 그 중에서도 '부당승환'에 대한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금감원이 지난 2023년부터 올 8월까지 5개 대형 GA를 대상으로 검사를 실시한 결과, 총 351명의 설계사가 2,687건의 신계약을 모집하면서 6개월 이내 소멸된 기존 계약과 신계약의 중요사항을 비교해 알리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쉽게 설명하면, 기존 A보험상품에 가입한 계약자에게 A보험을 해약하고 새로운 B보험에 가입하도록 유도한 겁니다. 이렇게 부당하게 소멸된 기존 계약건만 3,502건에 달합니다.

보험은 일반 은행 예금상품과 달리 중도해지할 경우 원금의 절반도 못 찾을 가능성이 큽니다. 게다가 새 보험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부담해야 하는 보험료가 기존보다 크게 증가할 수 있고, 보장받을 수 있는 담보도 줄어들 수 있습니다. 보험상품을 갈아탈 때 이 같은 중요사항 등을 숙지하는 것이 필수지만, 설계사의 무리한 승환계약 유도로 소비자들은 제대로 된 내역을 확인조차 하지 못 한 채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지적입니다.



◆ 리베이트로 얼룩진 CEO보험까지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기본적으로 보험계약의 월납보험료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고가의 보험상품일수록 불완전판매 우려는 더 커집니다. 국세청은 최근 강도높은 세무조사 대상으로 경영인정기보험, 일명 CEO보험을 판매 중인 GA 14곳을 꼽았습니다.

CEO보험은 법인비용으로 가입하는 일종의 보장성보험으로, CEO 또는 경영진의 사망이나 심각한 사고가 발생했을 때 사업의 연속성을 보장할 수 있도록 보험금을 법인에 지급하는 상품입니다. 법인 대상 보험이기 때문에 개인보험보다 보험료가 훨씬 비싸고, 법인의 비용으로 보험료를 내는 것이 특징입니다. 국세청은 GA들이 고액의 법인보험 수수료를 받기 위해, 가입법인의 배우자나 자녀 등 특수관계자를 보험설계사로 허위 등록하고 수억 원의 리베이트를 지급하면서까지 보험에 가입시킨 사실을 적발했습니다.

이들은 영업과정에서 "법인의 비용으로 고액 보험료를 납입하기 때문에 법인세가 절감될 뿐만 아니라, 자녀 등이 고액의 설계사 수당을 지급받기 때문에 사실상 법인자금으로 증여세 부담 없이 증여할 수 있다"고 유인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장기적 관점 판매채널 전략 수립해야"

국세청은 이처럼 보험계약자에게 제공되는 특별이익이 궁극적으로 전체적인 보험료 부담으로 이어지고, 가입법인 사주가 리베이트만 획득하고 보험을 중도해지해 보험산업의 건전한 거래질서가 훼손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습니다.

전문가들도 이 같은 '단기 실적' 중심의 보험 영업관행을 꼬집습니다. 김동겸 보험연구원 보험산업연구실장은 "모집수수료는 회사의 장기적 목표에 맞춰 설계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단기 실적 위주의 운영은 판매자와 소비자간 갈등을 유발하고 과도한 비용을 초래해 시장의 비효율성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모집 과정에서 보험회사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과 함께 시장의 환경변화 요인 등을 고려해 장기적 관점의 판매채널 운영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며 "모집수수료와 관련한 수수료 지급한도 설정, 판매자 보수구조 산식 조정, 수수료 지급항목의 제한, 판매자 이직보수 제한, 환수제도, 공시제도 등을 선별적으로 운영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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