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난 '빗발'…베이조스 결국 '항복'

입력 2025-06-25 06:20   수정 2025-06-25 07:29



결혼을 앞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가 보안 우려로 결혼식 장소를 이탈리아 베네치아 중심가에서 외곽으로 옮겼다고 로이터 통신이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베이조스와 약혼녀 로런 산체스는 오는 26∼28일 베네치아 카나레조 지구에 있는 아름다운 중세 건물 '스쿠올라 그란데 델라 미제리코르디아'에서 결혼 축하 파티를 열 계획이었다.

그러나 현지 시민단체들이 결혼식 반대 시위를 벌이고 결혼식 당일 하객들의 진입을 저지하는 시위까지 예고하자 결국 장소를 변경한 것으로 알려졌다.

새 결혼식 장소는 베네치아 동쪽 끝 카스텔로 지구의 아르세날레 전시장으로 전해졌다. 이곳은 사방이 물로 둘러싸여 있어 보트로만 접근할 수 있다. 연결된 다리들을 들어 올리면 외부 접근이 차단된다.

베이조스는 전 부인 매켄지 베이조스와 25년간 결혼 생활을 하다 2019년 이혼하고 방송기자 출신인 산체스와 약혼했다.

결혼식에는 방송인 오프라 윈프리와 킴 카다시안, 가수 믹 재거와 케이티 페리, 배우 에바 롱고리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와 그의 남편 재러드 쿠슈너 등 약 200명의 유명 인사들이 초대됐다.

이탈리아의 관광도시 베네치아는 최근 수 년간 관광객이 급증하며 소음과 사생활 침해, 치솟는 집값 등으로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이곳을 떠나는 주민도 늘어 베네치아가 거대한 세트장으로 변해가고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이 와중에 베이조스가 도시 전체를 사실상 전세 내듯 빌려 초호화 결혼식을 치르려 하자 현지 시민단체와 주민들은 거세게 반발했다.

도시 곳곳은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는 포스터 도배됐고 리알토 다리에는 결혼식 반대 현수막이 걸렸다.

전날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와 영국 시민단체 '모두가 일론 머스크를 싫어해'(Everyone Hates Elon)는 베네치아 산마르코 광장에 '결혼식을 위해 베네치아를 빌릴 수 있다면 세금을 더 많이 내야 한다'고 적힌 대형 현수막을 펼쳐 이목을 끌었다.

현지 시민단체 '베이조스를 위한 공간은 없다'(No Space for Bezos)는 결혼식 장소 변경 소식을 반겼다.

이 단체의 토마소 카치아리는 영국 BBC와 인터뷰에서 "무척 자랑스럽다"며 "우리는 그냥 평범한 시민들일 뿐인데, 함께 힘을 모아 조직적으로 행동한 끝에 결국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람 중 한 명을 도시 밖으로 몰아냈다"고 기뻐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twilight1093@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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