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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행 20년, 수익률은 고작 2%…"물가조차 못 이긴다"

입력 2026-01-31 18:32   수정 2026-01-31 19:15



국내 퇴직연금 제도가 시행 20년을 맞았지만, 노후 소득을 안정적으로 보장하는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익률과 높은 수수료 구조를 타파하기 위해 제도의 근본적 개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31일 국회에 따르면 더불어민주당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주최로 지난 2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퇴직연금 기금화의 공적역할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다수의 전문가들은 현행 계약형 퇴직연금이 사실상 방치 상태에 놓여 있다고 평가했다.

발제를 맡은 정창률 단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난 20년간 퇴직연금의 누적 수익률이 2.07%에 불과하다며 같은 기간 평균 물가상승률(2.3%)에도 미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연금은 같은 기간 6.82%의 수익률을 기록해 극명한 대조를 보였다. 퇴직연금에 가입해도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의 실질 가치가 줄어드는 구조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부진의 핵심 원인으로는 금융회사 중심의 계약형 운용 구조가 지목됐다. 현재 퇴직연금의 90% 이상은 원리금 보장형 상품에 묶여 있는데, 기업 담당자는 위험을 감수할 유인이 없고 전문성 없는 개인은 투자 결정을 강요받는 구조 속에서 자산이 저수익 상품에 방치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주택 구입 등을 이유로 중도 인출이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정작 은퇴 시점에는 노후 자금이 남아나지 않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

대안으로는 기금형 퇴직연금 도입이 제시됐다. 기금형은 개별 기업이나 근로자가 금융사와 계약하는 대신 노사와 전문가가 참여하는 수탁법인 이사회가 주도권을 갖고 전문가에게 집합적인 투자를 맡기는 방식이다.

덴마크는 비영리 방식의 통합 운용으로 낮은 비용과 안정적 수익을 동시에 달성하고 있고, 영국은 노사가 투자 위험을 분담하는 집합적 확정기여형 모델(CDC)을 통해 개인 부담을 줄이고 있다.

특히 이번 토론회에서는 국민연금의 우수한 운용 실력을 퇴직연금에 빌려 쓰자는 제안이 주목받았다. 노사가 제도 운영을 담당하되 실제 자산 운용은 국민연금 기금운용 조직에 위탁해 규모의 경제와 전문성을 동시에 확보하자는 구상이다.

이렇게 하면 낮은 수수료로 국민연금의 독보적인 투자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수익률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30인 미만 중소기업 근로자를 위해 도입된 푸른씨앗(중소기업퇴직연금기금)은 공적 기금 방식의 통합 운용을 통해 4년 만에 누적 수익률 26%를 돌파하며 그 효용성을 증명한 바 있다.

제도 밖에 놓인 취약 계층을 포괄하는 문제도 중요한 과제로 제시됐다. 단기 근로자와 플랫폼·특수고용 노동자까지 퇴직연금 체계 안으로 포함시키고, 이를 전담 관리할 공적 기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참석자들은 퇴직연금 개혁이 더 이상 늦출 수 없는 생존의 문제라는 데 뜻을 모았다. 퇴직연금을 단순한 금융 상품이 아닌 사회보장제도로 인식하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입법이 시급하다는 것으로, 이번 논의가 실제 정책으로 이어져 사회적 기반이 마련될지 주목된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wowtv.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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