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사흘째 이어지는 가운데 이란 혁명수비대가 중동 원유 수송 요충지인 호르무즈 해협을 전면 봉쇄하겠다고 밝혔다. 2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이란의 혁명수비대(IRGC) 최고사령관의 수석 고문 에브라힘 자바리는 이란 국영 매체를 통해 "해협은 폐쇄됐으며, 통과를 시도하는 모든 선박에 불을 지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오만과 이란간 해협의 최단 거리는 33km에 불과할 정도인 호르무즈 해협은 세계 원유 수송량의 약 20%가 통과하는 해상 요충지로 1980년 이란과 이라크 전쟁 당시 발생한 선박 공격을 제외하면 중동 지역 내 갈등에도 길목을 늘 유지해온 곳이다. 미국과 이란간 갈등이 치닫기 시작하면서 이날 5월 인도분 북해산 브렌트유는 배럴당 한때 13% 오른 배럴당 82달러선으로 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는 이날 71.03달러로 약 6% 뛰었다.
이란이 미국과 중동 동맹국에 대한 대규모 반격을 이어가면서 천연가스 가격도 폭등했다. 이란의 드론 공습을 받은 카타르는 세계 LNG 수출량의 5분의 1을 담당하는 라스 라판 시설의 생산을 전면 중단했고, 사우디아라비아 역시 하루 55만 배럴을 생산하는 최대 정유시설인 라스 타누라 가동을 임시로 멈췄다. 이 여파로 유럽 천연가스 선물이 한때 50% 이상 폭등하는 등 에너지 가격에 대한 불안감이 커졌고 에너지 생산업체들의 주가가 폭등했다. 전쟁의 여파로 물가 상승 등의 압력이 우려되는 가운데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이날 의회에서 스콧 베센트 재무장관, 크리스 라이트 에너지장관과 협의를 바탕으로 전쟁 관련 에너지 비용 완화 프로그램을 3일부터 가동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미국과 이란의 군사 대치로 인해 주요 해상 보험사들이 페르시아만 진입 선박에 대한 위험 보상을 중단하면서 머스크, 하팍로이드 등 대형 해운사들의 선단들의 발이 묶이고, 관련 공급망 중단 우려도 커지고 있다. 블룸버그 등에 따르면 페르시아만 해상에서 이동이 막힌 유조선 선단이 약 7,700만 배럴의 원유를 싣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 트럼프 "본래 4~5주 예상"..루비오 "더 강한 타격은 아직"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러한 파장에도 이란에 대한 강경 대응 입장을 거듭 확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열린 명예 훈장 수여식에 앞서 "이란의 미사일 역량을 시간 단위로 파괴하고 있다”며 이란 군함 10척을 침몰 시키는 등 이번 군사 작전인 에픽 퓨리(Epic Fury)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또한 "본격적인 타격은 시작도 안 했다. 더 큰 공격이 곧 이어질 것"이라며 추가적인 군사 행동을 예고하기도 했다. 그는 "처음부터 4~5주를 예상했지만, 훨씬 더 오래갈 능력이 있다. 필요한 시간이 얼마든, 필요한 만큼 간다"며 이란측을 압박했다.
마르코 루비오 국무장관도 의회에서 “더 강한 타격은 아직”이라면서 “다음 단계는 지금보다 훨씬 더 가혹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란에 대한 공습 장기화 가능성에 대한 미 행정부의 반박도 이어졌다.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이것은 이라크도, 끝없는 전쟁도 아니다"라며 선을 그었다. 그는 "정권 교체를 위한 전쟁은 아니었지만, 그 정권이 바뀌었다"면서 이란측이 현명한 선택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런 가운데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기준 미군 전사자가 6명으로 늘었다고 발표했다. 댄 케인 합참의장은 "이란 작전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며 "추가 손실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번 공습 과정에서 전날엔 쿠웨이트 상공에서 아군 오인 사격으로 F-15 전투기 3대가 추락해 조종사들이 긴급 탈출하기도 했다.
◆ 협상 외면한 이란 임시 지도부…걸프만 인프라 파상 공세
이란은 탄도미사일 대부분이 파괴된 이후 샤헤드-136 드론과 소규모 미사일을 활용한 보복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토요일(현지시간 28일) 미국의 공격으로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최고지도자가 사망한 뒤 현재 마수드 페제시키안 대통령, 사법부, 고위 성직자 등 3인 임시 지도부 위원회가 통치권을 넘겨받은 상태다. 신정 국가로 대통령이 아닌 최고지도자의 명령을 받아 움직이는 이란은 혁명수비대가 이번 정권 변화의 핵심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알리 라리자니 국가안보최고회의 의장 등 핵심 인사들이 강경 대응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란의 보복 공습은 인근 걸프 국가들로 번지고 있다. 아랍에미리트(UAE)에서는 아마존웹서비스(AWS) 데이터센터가 정체불명의 비행체의 공격을 받아 화재 피해를 입었고, 두바이·아부다비 공항이 일시 폐쇄됐다가 제한적으로 운항을 재개했다. 루프트한자는 키프로스 영국 기지 피습으로 지중해 노선을 조정했으며, 캐세이퍼시픽도 오는 5일까지 중동 노선을 축소한다고 밝혔다.
뉴욕 증시는 미국과 이란간 군사 대결로 인해 이날 개장 직후 1% 이상 빠졌으나 저가 매수가 유입되며 낙폭을 줄였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S&P500 지수는 전일 대비 0.04% 오른 강보합을 기록했고, 나스닥 종합지수는 0.36% 상승한 2만 2,748선에서 거래를 마쳤다. 다우존스 산업평균지수는 금융주 약세가 이어진 여파 등으로 0.15% 하락했다.
반면 국제 금가격은 뉴욕상업거래소에서 4월 인도분 기준 1.68% 오른 트로이온스당 5,335.9달러를 기록했고, 미 10년물 국채금리는 유가 급등에 따른 인플레이션과 금리 동결 가능성에 4.04%까지 상승했다.
에너지 관련주 가운데 천연가스 가격 급등에 셰니어 에너지, 벤처 글로벌이 각각 5.6%, 17.4% 급등했고, 델타항공과 유나이티드항공 등 미 대형 항공사들은 2~3% 낙폭을 그렸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지난 4분기 보험사 실적 악화로 순이익이 25% 감소한 여파로 이날 4.9% 급락했다.
장 마감 이후 실적을 내놓은 몽고DB는 연간 매출액 전망치가 28억 6천만 달러에서 29억 달러로 월가 컨센서스를 하회하면서 시간외 20% 가량 급락 중이고, 핀테크 기업인 소파이는 최고경영자 앤소니 노토가 이날 오전 주당 17.9달러에 5만 6천 주 상당의 지분을 추가했다는 소식에 3.55% 반등했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