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넌 남자도 아녀"(25일 국내 압송된 '마약왕' 박왕열이 취재진을 향해 손가락질 하며)
"휴브리스(Hubris)가 미친 네메시스(Nemesis), 천벌을 받은 것"(항공사 기장을 살해한 혐의로 26일 검찰로 구속송치된 김동환이 취재진 질문에 답하며)
우리 사회에 연일 충격을 준 범죄의 가해자 신상이 속속 공개되거나 알려진 가운데, 이들의 '위풍당당'한 태도가 범죄를 바라보는 왜곡된 이미지를 심을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범죄자 '파워 당당'…"왜곡된 이념형 실현자"
지난 25일 임시 인도 방식으로 국내에 압송된 박왕열은 신상공개가 되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마스크를 쓰지 않아 스스로 얼굴을 드러냈다. 통상 마스크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이는 범죄자들과는 달랐다.
나아가 안면이 있는 듯한 취재진에 손가락질을 하면서 "넌 남자도 아녀(아니야)"라고 한마디 던지는 모습이 포착돼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다음 날인 26일엔 이미 신상공개가 이뤄진 김동환이 검찰에 송치됐다. 그는 짙은 회색 티셔츠에 수염을 기른 채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았고, 반성하는 모습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차량 탑승에 앞서 보상금 소송 관련 문제로 사람을 죽여도 된다고 생각하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격앙된 목소리로 "악랄한 기득권이 한 인생을, 개인의 인생을 파멸시켜도 된다는 '휴브리스'"라며 "미친 '네메시스', 천벌을 받은 것"이라며 고대 그리스 신화와 철학에 나오는 용어를 쏟아냈다.
이같은 소식이 전해지자 일부 네티즌들은 "사정을 들어봐야 될 듯", "뭔가 부당 억울한 면이 있는 듯"이라며 자칫 범죄를 옹호하는 반응을 내놓기도 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이같은 현상에 대한 <한국경제TV> 질의에 "범죄자의 말에 동조되고 호응하고 그들의 자기방어적 논리에 부화뇌동하는 분위기는 법 질서가 지켜지지 않는다는 인상을 준다"며 "매우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웅혁 건국대 경찰학과 교수도 통화에서 "옳고 그름에 대한 규범을 일반이 따르지 않는 사회 병리현상으로 볼 수 있다"면서 "공고한 이념은 흔들려서는 안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두 사람에 대해선 "전형적인 '확신범'의 모습이라는 공통점이 있으면서도 차이가 있다"고 했다. 박왕열의 경우 "이미 상황 자체에 대한 회복이나 변명 같은 방향 전환이 이뤄질 가능성이 없어 보인다는 점에서 단순히 본인의 강인함, 남성지향적 모습을 그대로 투영함으로써 수사 기관이나 주변을 제압하려는 시도"라고 분석했다.
김동환에 대해선 "본인이 생각하는 올바름을 행했다는 '왜곡된 이념형 실현자'라고 진단하고, "실패의 원인을 나는 당당하게 제거했다는 개인적 사명에 주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범죄 상업주의" vs "지나친 비밀주의"
한편에서는 범죄자들의 '튀는' 발언이나 행동에 우르르 주목하는 현상이 범죄자 신상정보에 대한 지나친 '비밀주의' 원칙에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우리나라 범죄자의 신상 공개는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중대범죄신상공개법)과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성폭력처벌법)에 근거를 두고 있다.
각 지방경찰청과 지방검찰청은 변호사와 교수 등 외부 위원들이 참여하는 신상정보 공개 심의위원회를 통해 강력범죄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정한다. 심의위원 과반이 찬성하면 피의자의 신상이 대중에 공개된다.
이수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신상공개를 안 하는 '비밀주의'가 기본 입장이다 보니 신상이 공개되는 사람에 대한 상대적 열광이 나타난다"며 "사실은 그들 못지 않은 사범이 많은데 잘 모르고 언론에서도 주목하지 않으니 일부의 사례가 확대 재생산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모텔 살인) 김소영도 신상공개 이후 과도하게 주목을 받으면서 되레 '약물 레시피'가 확산하는 부작용까지 나왔다"며 "글로벌 표준에 맞춰 범죄자 신상공개가 이뤄진다면 소수에게 지나치게 주목할 이유도 없다"고 말했다.
이윤호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도 "미국에서는 국민의 알 권리 등의 공익을 고려해 언론이 자율적으로 피의자의 신상 정보를 공개한다. (한국도) 여론을 반영한 언론의 판단이 더 객관적일 수도 있다"고 했다.
이미 신병이 확보된 피의자의 신상정보 공개가 어떤 공익적 목적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박왕열의 경우 마스크를 쓰지 않은 맨얼굴이 언론 생중계를 통해 그대로 공개되며 법무부의 피의자 '블러(가림) 처리' 공지가 무용지물이 됐다는 비판이 일었다.
임재성 변호사(법무법인 해마루)는 "아직 기소되지 않고 공적 기관의 판단도 이뤄지지 않았다면 기본적 절차를 기다려줘야 한다"며 "취약한 상황에 놓인 피의자의 인격권과 무죄 추정의 원칙을 침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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