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퇴직연금·개인연금 투자자의 핵심 상품으로 떠오른 생애주기펀드(TDF)에 대해 금융당국이 운용 규율을 손본다. 급성장한 시장에서 미국 등 특정 국가 쏠림을 막고, 투자자가 전략과 위험을 더 쉽게 비교·이해할 수 있도록 공시와 설명 의무를 강화하는 것이 골자다.
3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25년 말 기준 국내 TDF 순자산은 25조6000억원으로 1년 새 9조원(55.2%) 늘었다. 2018년 1조4000억원 수준에서 8년 만에 18배 이상 불어난 셈이다. 이 중 95.3%가 연금 자산으로, 퇴직연금이 83.8%, 개인연금이 11.5%를 차지한다. 같은 해 전체 TDF 수익률은 13.7%로 퇴직연금 평균 수익률(6.5%)의 두 배, 원리금보장형 위주인 디폴트옵션(3.7%)의 네 배에 달해 중장기 자산배분의 효과를 보여줬다.
다만 미국 편중이 심해지는 점이 가장 큰 경고 신호로 지적됐다. 2025년 말 TDF의 미국 투자 비중은 평균 43%, 일부 상품은 80.1%까지 올라갔다. 반면 한국 비중은 평균 4.4%에 그친다. 금감원은 4월 1일부터 시행되는 퇴직연금 감독규정 시행세칙 개정을 통해 “해외 특정 국가에 대한 주식·채권 투자 비중을 각각 80% 이내로 제한”했다. 이는 적격 TDF로 인정받기 위한 요건에도 반영돼, 미국 등 한 나라에 ‘몰빵’한 상품은 사실상 퇴직연금 100% 편입이 어려워진다.

위험자산 규제 방식도 손질했다. 지금까지는 TDF가 편입할 수 있는 주식 비중을 목표시점 전 80% 이내, 이후 40% 이내로 제한했지만, 앞으로는 안전자산 최소 비율을 요구하는 방식으로 바뀐다. 현금성 자산과 채무증권 비중을 목표시점 이전에는 20% 이상, 이후에는 60% 이상 유지하도록 해, 특정 시점에 주식 비중이 과도하게 치솟는 구조를 원천적으로 막겠다는 취지다.
투자자가 상품 차이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운용전략 공시 역시 손본다. 4월 1일 이후부터는 TDF 공시서식에 운용전략을 표와 그래프로 함께 제시하고, 투자목표시점을 포함해 5년 단위로 위험자산·안전자산 목표 비중을 명확히 적시해야 한다. 해당 상품이 적격 TDF인지 여부도 공시서식과 펀드 명칭에 반드시 표시하도록 해, 퇴직연금 가입자가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했다.
당국은 투자자에게도 “투자기간과 위험성향에 맞춰 국가별 투자 비중, 환헤지 여부, 운용전략, 총보수 등을 꼼꼼히 비교한 뒤 투자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미국 비중이 너무 낮으면 글로벌 성장 기회를 놓칠 수 있지만, 지나치게 높으면 환율·미국 증시 변동에 따른 손익 변동폭이 커질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금감원은 “TDF가 연금 가입자의 노후 대비를 위한 대표적 중장기 투자상품으로 자리 잡도록 적격 기준을 세밀하게 조정하고, 통합연금포털에서 상품 비교 기능도 보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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