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오르는 '에브리씽 랠리'의 모습은 아닙니다. S&P 500 지수 11개 섹터 가운데 5개만 상승 마감했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의 협상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와중에도 이란 국회 의장은 '제안에 명시된 이란의 권리를 수용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으며, 다른 어떤 접근 방식도 결론이 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습니다. 시장에 전쟁 불안이 커지며 국제유가는 올랐고, 유가가 오른 만큼 에너지 기업 주가도 올랐습니다. S&P 500 주요 섹터 상승률 1위가 에너지였습니다.
메모리반도체기업 마이크론이 6.5% 오른 것을 비롯해 기술주 섹터도 상승했습니다. 한국 증시에 영향력이 큰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는 2.6% 상승 마감했습니다. 양자컴퓨터 기업 아이온큐가 반도체 기업 스카이워터와의 M&A 건이 마무리됐다는 소식에 주가가 15%대 올랐고, 다른 양자컴퓨터주들도 강세를 보였습니다. 적어도 기술주는 전쟁의 공포를 이겨내고 상승의 언덕을 오르고 있는 모습이 보인 겁니다.
블룸버그가 1950년 이후 데이터를 살펴보니, 이번 랠리는 금융위기 직후 폭등했던 시기를 제외하면 역사상 가장 강력한 수준의 성과를 내고 있는데요. 그러다보니 월가에서는 미 증시 연말 전망치를 줄줄이 상향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지수는 크게 올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잔치에 참여한 종목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씨티는 중동의 긴장감 속에서 믿을 건 실적뿐이라는 심리가 강해지며, 당분간 잘나가는 소수 종목으로의 '쏠림 현상'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는데요.
따라서 미국 주식 비중은 늘리되, 계좌의 '방어력'을 높일 수 있는 우량주 중심으로 전략을 짤 것을 조언했습니다. 현재의 상승세가 반도체와 일부 성장주에만 갇혀 있지만, 그래도 향후 종전 논의가 물꼬를 튼다면 그동안 소외됐던 다른 업종들로도 안도 랠리가 번질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여기에 바클레이스는 시장에 경고를 한 마디 보탰습니다. 현재 증시가 AI 열풍 그리고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심리로 버티고는 있지만, 결국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지 않는다면 추가 상승은 한계에 부딪힐 거라는 분석입니다. 특히 뜨거웠던 반도체주들이 과열 구간에 진입하면서 상승 동력이 약해질까, 이 부분이 월가에서 주의깊게 살펴보는 대목입니다. S&P 500의 전망치를 1만3천선으로, 나스닥 지수는 30000을 제시하는 곳들이 나오는 가운데 말이지요.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 분석가)
이런 상황에서 개별종목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였는지도 살펴보시죠.

써클 (CRCL)
스테이블코인 USDC 발행사인 서클이 이번에 엇갈린 실적을 내놨습니다. 매출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는데요. 다만 시장은 숫자보다 흐름 자체에 더 주목했습니다. USDC 유통량이 770억 달러까지 늘면서 1년 전보다 28% 증가했고, 실제 사용하는 활성 지갑 수도 720만 개로 늘어났는데요. 시장에서는 중동 분쟁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지는 과정에서, 투자자들이 일반 암호화폐 대신 가격 변동이 적은 스테이블코인으로 자금을 옮긴 영향이 있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여기에 써클은 AI 에이전트용 신규 플랫폼도 공개했고요. 자체 블록체인 ‘아크’ 토큰 사전판매를 통해 2억 달러 넘는 자금도 유치했습니다. 또 미국 의회가 스테이블코인 관련 규제 법안을 오는 14일에 논의할 예정이라는 소식도 호재로 작용했고요. 이런 분위기 속에 주가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콘스텔레이션 에너지 (CEG)
요즘 미국에서는 전력 수요가 계속 늘어나고 있죠. 미국 에너지정보청은 작년에 이어, 올해와 내년에도 전력 소비가 계속 사상 최고치를 갈 걸로 보고 있는데요. 이런 흐름 속에서 원전 기업들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실제로 컨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전력 수요 증가와 최근 인수한 칼파인 효과 덕분에 매출과 EPS 모두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습니다. 또, 콘스텔레이션 에너지는 스리마일섬 원전 재가동과 관련한 규제당국 판단도 이르면 다음 달 나올 수 있다고 밝혔고요. 텍사스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에 올해 4분기부터 전력을 공급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이런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연간 EPS 전망이 시장 기대치를 밑돌면서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리게티 컴퓨팅 (RGTI)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98% 증가하면서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회사는 정부와 대학, 기업 고객까지 리게티의 양자컴퓨터 도입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고객이 자체적으로 설치해서 사용하는 신규 양자 시스템 판매가 매출 성장에 힘을 보탰다고 밝혔습니다.
퀀텀 컴퓨팅 (QUBT)
퀀텀 컴퓨팅은 매출이 지난해 3만 9천 달러에서 이번에는 369만 달러까지 크게 늘었습니다. 이번 성장은 기존 사업 확대보다는 루미나 세미컨덕터 인수 효과가 가장 크게 반영된 결과였고요. 뉴크립트 인수 영향도 일부 포함됐습니다. 반면, 비용 부담은 커졌는데요. 인건비가 늘어난 데다, 인수 관련 비용까지 반영되면서 운영 비용은 증가했습니다.
코닝 (GLW)
코닝이 뱅크오브아메리카의 ‘US 1 리스트’에 새로 이름을 올렸습니다. 쉽게 말해 뱅크오브아메리카가 꼽은 핵심 투자 종목에 포함된 겁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는 코닝이 AI 데이터센터 확대 흐름 속에서 광통신 사업 성장 기회를 잘 잡고 있다고 평가했는데요. 특히 코닝이 장기 성장 목표를 크게 높여 잡은 점에도 주목했습니다. 실제로 코닝은 2028년까지 연매출 300억 달러 달성을 목표로 새롭게 제시했습니다. 이렇게 US 1 리스트 편입, 엔비디아와의 파트너십 모멘텀, 확대된 매출 로드맵 같은 여러 호재가 겹치면서 주가는 상승 마감했습니다.
타이슨 푸드 (TSN)
트럼프 행정부가 치솟은 소고기 가격을 잡기 위해, 이르면 이번 주부터 소고기 수입 관세를 한시적으로 낮추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지금은 일정 물량까지만 낮은 관세를 적용하고, 그 이상 들어오면 높은 관세를 매기는 구조인데요. 이번에는 이런 물량 제한을 일시적으로 풀 수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해외 소고기가 더 많이, 더 낮은 관세로 미국에 들어올 수 있게 되는 건데요. 시장에서는 수입 소고기가 늘어나면 경쟁이 더 치열해질 수 있다고 보고 있고요. 이런 우려 속에 미국 육류 가공 회사인 타이슨푸드 주가는 하락 마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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