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 카드론' 중독된 미국…유탄 맞은 코스피 [B급기자의 B급리포트]

전효성 기자

입력 2026-05-19 20:00   수정 2026-05-19 20:34

견조한 미국경제, 금리·증시 함께 올라 단기채 중심 돌려막기 한계 봉착 케빈 워시 체제 '장기채 더는 안 산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미국 채권 금리가 급등하며 한국을 비롯한 글로벌 증시에 부담을 주고 있다. 물가가 오름세를 보이기 때문이라는 분석이지만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미국의 경제 체력과 채권 수급, 그리고 연준의 정책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에서는 글로벌 증시의 뇌관이 된 미국 채권의 현 상황을 다각도로 진단해본다.

● 견조한 미국의 경제 체력

현재 미국 경제는 가계 소비력 향상을 바탕으로 순항 중이다.

'개인 세금 환급금'은 현재 미국 가계의 소비를 떠받치고 있다. 1~4월 미국 정부의 개인 세금 환급금은 3210억달러로 1년 전보다 470억달러 늘었다. 세금 환급금이 늘었단 것은 가계가 쓸 수 있는 돈이 그만큼 늘었단 뜻이다. 고유가 환경에서 민간 소비를 지탱하는 완충재 역할을 하고 있다

기업의 생산성 증대도 미국 경제의 또 다른 축이다. 허성우 하나증권 연구원은 "미국 채권 금리가 오른 배경은 견조한 미국의 경제 체력 때문"이라고 말했다. AI로 기업 효율성이 극대화되면서 이익이 탄탄하게 유지되고 있다는 얘기다.

고용 시장 안정성을 유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신규 일자리 수인 '신규 고용 손익분기점'은 1990년대 14만 8000명에서 현재 5000명 수준으로 줄었다. 대규모 신규 일자리가 만들어지지 않더라도 노동 시장이 무너지지 않게 됐다는 뜻이다.

침체 없는 성장이 이어지면서 연준이 금리를 서둘러 인하해야 할 명분이 사라졌다. 미국의 기준금리가 동결될 가능성이 높아진 근본적 이유다.

● 10조달러 '돌려막기' 후폭풍

미국채 금리가 내려가지 않는 또 다른 이유는 시장에 풀리는 채권의 양이 많기 때문이다.

미국의 지출에서 의무 지출과 순이자 비용, 국방비 비중은 77%다. 국방비 지출 비중은 현재 13%로 역사적 평균치인 20%를 밑돈다. 지정학적 위기에 따른 추가 예산 편성 가능성도 있다. 써야 할 돈은 많은데 세금은 부족한 구조다.

더 큰 문제는 미국 재무부가 그동안 이자 비용을 아끼려고 단기채(2년 미만)를 주로 발행해왔다는 점이다. 앞으로 1년 이내에 만기가 도래하는 빚 잔액은 10조달러를 넘는다. 높은 이자를 피하려고 단기 카드론으로 버티다가 변동금리가 계속 오르자 대규모 상환 압박에 직면한 셈이다.

이제 재무부는 단기 빚을 줄이고 5~10년 만기의 중기물 발행을 늘릴 수밖에 없다. 이렇게 되면 중장기 채권 공급 폭탄이 떨어지게 된다. 채권 공급이 많아지면서 채권 가치는 떨어지고 금리는 오르는 악순환이 발생한다.

● 주식과 채권의 기묘한 동행

금리가 높으면 기업의 비용 부담이 커진다. 주식 시장에는 악재다. 하지만 최근 미국은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하는데도 증시가 버티는 현상을 보인다.

허 연구원은 "미국 장기 금리는 물가·성장률과 동행한다"고 설명한다. 채권 금리가 높은 원인이 경기 침체가 아니라 견조한 경제와 탄탄한 실적에 있기 때문에 증시가 고금리를 견딜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 미국 증시는 주가가 조금만 내려도 매수세가 유입되는 '밀리면 사자' 기조가 뚜렷하다. 동시에 미국채 10년물 금리는 4%를 웃돌며 동반 상승하고 있다.

금리가 쉽게 내려가지 않는 이유는 '끈적한 물가' 때문인 것도 있다. 과거 걸프전 당시에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아 유가가 하락하고 4개월만에 물가가 잡혔다. 반면 현재 미국 경제는 인건비 영향력이 큰 서비스업 중심이다. 유가꺾이더라도 하락하기까지 걸리는 시차가 매우 길다.

● 매파적 연준 "장기채 더는 안 산다"

미국 중앙은행(연준)의 내부 정책 변화 역시 채권 수급 부담을 가중시키는 요인이다.

케빈 워시 체제는 '대차대조표 축소'를 선호할 것으로 예상된다. 대차대조표를 축소한다는 것은 연준이 시중의 채권을 사들여 돈을 푸는 행위를 멈추고, 보유한 채권을 팔거나 재투자를 중단해 시중의 돈을 흡수하겠다는 의미다.

현재 연준이 보유한 국채의 평균 만기는 8.4년이다. 일반 시장성 국채의 평균 만기인 5.8년보다 2.6년 길다. 워시 의장은 이렇게 만기가 긴 채권을 많이 쥐고 있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허 연구원은 "연준의 장기채 규모 축소는 민간 시장에 공급 부담으로 작용해 장기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거대 매수 주체였던 연준이 장기채 시장에서 발을 빼면 그 물량을 민간이 떠안아야 하므로 장기 금리가 추가로 상승(장기채 가격 하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B급기자의 B급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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