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냅 출신 AI 전문가 형제가 창업한 탈중앙화 AI 컴퓨팅 네트워크 '곤카AI(Gonka AI)'가 지난 16일 한국경제TV에 출연해 "AI 컴퓨팅의 비트코인이 되겠다"고 선언했다. 곤카AI는 전 세계에 흩어진 GPU(그래픽처리장치)를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소수 기업이 독점한 AI 연산 인프라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올해 초 기준 약 6,900만 달러(한화 약 1,04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엔비디아 독점에 균열 시도
21일 업계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AI 시스템을 구동하는 고성능 GPU 시장의 94%를 엔비디아 한 회사가 장악하고 있다. 2025년 기준 엔비디아 분기 매출의 39%는 단 두 개의 미공개 고객사에서 발생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4대 클라우드 기업은 올해 AI 인프라에만 총 5,700억 달러(한화 약 859조 원)를 투자할 예정이다.
이 같은 독점 구조는 가격 불투명성, 지정학적 접근 제한, 수개월에 달하는 GPU 납품 지연 등의 문제를 낳고 있다. 곤카AI는 비트코인의 작업증명(Proof of Work) 방식을 AI 추론 작업에 적용해 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비트코인 채굴 방식 AI에 적용
곤카AI의 핵심은 전 세계 GPU 보유자들이 실제 AI 연산 작업을 수행하고 그 대가로 자체 보상(토큰)을 받는 구조다. 비트코인 채굴자들이 암호화 퍼즐을 풀어 보상받듯, 곤카AI의 GPU 운영자(호스트)들은 AI 추론 작업을 처리하고 수익을 얻는다.
네트워크에 기여되는 연산의 거의 100%가 실제 AI 작업에 사용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동일한 모델 가중치와 입력값을 주면 누구나 결과를 재현해 검증할 수 있는 '암호학적 재현성'으로 신뢰를 확보했다.
3개월 만에 GPU 166배 증가
지난해 8월 메인넷을 출시한 곤카AI는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출시 당시 60개였던 H100 환산 GPU는 3개월 만에 1만 개 이상으로 증가했다. 현재 2,200명 이상의 개발자가 참여하고 있으며, AI 추론 요청 처리량은 1억 건을 돌파했다. 카자흐스탄, 부탄 등 국가 기관도 노드를 운영 중이다.
최근에는 개발자용 추론 게이트웨이 '곤카 라우터(Gonka Router)'에 문샷AI의 'Kimi K2.6' 모델을 추가했다. Kimi K2.6은 1조 개 파라미터 규모로 SWE-bench Pro 벤치마크에서 GPT-5.5와 동등한 성능을 기록한 오픈소스 모델이다.
비트코인 채굴 기업이 주목
곤카AI는 지난해 11월 세계 최대 비트코인 채굴 인프라 기업 비트퓨리(Bitfury)로부터 1,200만 달러(한화 약 181억 원)를 투자받았다. 같은 해 12월에는 비트퓨리 캐피털의 10억 달러(한화 약 1조 5,070억 원) 규모 '윤리적 AI 펀드' 첫 투자로 5,000만 달러(한화 약 754억 원)를 추가 유치했다.
코아튜 매니지먼트(OpenAI 투자사), 슬로우 벤처스(솔라나 투자사), K5, 인사이트·벤치마크 파트너 등도 투자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비트퓨리 회장 조지 키크바제는 곤카AI를 "AI의 비트코인"이라고 평가했다.
AI 전용 칩 개발 로드맵
곤카AI는 비트코인이 전용 채굴칩(ASIC) 개발 경쟁을 통해 10년간 연산 비용을 수십만 배 낮춘 것처럼, AI 추론 하드웨어에도 같은 경로를 적용할 계획이다. 올해 2분기에는 노드 운영자가 프롬프트 내용을 볼 수 없는 '프라이버시 보존 추론' 기능을 도입해 기업 고객을 공략한다.
곤카AI를 창업한 데이비드 리버만과 다닐 리버만 형제는 2016년 증강현실(AR) 스타트업 '커널AR'을 스냅에 매각한 뒤 스냅에서 수억 명이 사용하는 AR 제품 개발을 총괄했다. 2023년 설립한 AI 개발사 '프로덕트 사이언스'는 1,800만 달러(한화 약 271억 원)와 5,100만 달러(한화 약 769억 원)를 각각 유치하며 AI 분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
데이비드 리버만은 "한 시나리오에서는 미국과 중국의 소수 대형 연구소가 전 세계 AI 역량 대부분을 통제한다"며 "다른 시나리오에서는 곤카AI 같은 개방형 네트워크가 새로운 하드웨어 혁신을 촉발해 컴퓨팅 비용을 수천 배 낮추고 더 균등하게 분배한다"고 말했다.
다만 탈중앙화 네트워크 특성상 GPU 성능 편차에 따른 서비스 품질 관리, 네트워크 안정성 확보, 대규모 AI 학습(Training) 작업 지원 등은 여전히 풀어야 할 과제다. 곤카AI 측은 "프라이버시 보존 추론 기능과 검증 알고리즘 고도화를 통해 기업 고객의 신뢰를 확보하고, 단순 추론을 넘어 학습 영역까지 점진적으로 확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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