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코스피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습니다. 오늘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강세에 힘입어 코스피 9000선을 눈앞에 두게 됐는데요. 하지만 사상 최고치의 이면에는 파생상품 시장의 쏠림이 빚어낸 과열 현상도 함께 관측되고 있습니다.
증권부 전효성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전 기자, 먼저 오늘 증시부터 살펴보죠. 삼성전자가 기록적인 상승률을 보이면서 랠리를 이끌었죠?
<기자>
오늘 삼성전자는 10.09% 급등하며 34만 9000원에 거래를 마쳤습니다. 단일종목으로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2000조원을 돌파하기도 했습니다. SK하이닉스는 1.71% 오르면서 두 회사의 시가총액 차이는 전 거래일 191조원 차이에서 356조원 차이로 벌어졌습니다.
외국인은 두 종목에서 도합 1조 8280억원을 팔았고요, 기관은 3조 3950억원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기관 자금 중 대부분(2조 1910억원)은 '금융투자' 창구에서 나왔는데, 이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을 포함한 상장지수펀드(ETF)에서 유입된 자금으로 추산됩니다.
오늘도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위 4종목의 순매수 규모가 7880억원이었음을 감안하면 사실상 레버리지로 들어온 자금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본주를 들어올린 것으로 풀이됩니다.
<앵커>
개인투자자가 레버리지 상품을 많이 산 것이 개별 종목 주가에 영향을 미쳤다는 겁니까? 보통은 삼성전자가 1% 오르니까 삼성전자 레버리지가 2% 올랐다, 이렇게 반대로 생각하잖아요.
<기자>
보통은 '형님인 주가가 오르니까 아우인 레버리지가 따라 오른다'고 생각하죠. 그런데 지금은 '아우가 형님을 끌고 가는' 기형적인 상황입니다.
이유는 증권사들의 '방어용 기계 매수' 때문입니다. 개인 투자자들이 레버리지를 사면, 이 상품의 거래를 돕는 증권사(LP)는 2배 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주식 선물을 대거 사들여야 합니다. 그런데 이 매수세가 너무 강하다 보니 선물 가격이 실제 주식 가격보다 훨씬 비싸지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실제 지난달 29일 장 마감 기준으로 삼성전자 선물 가격은 현물 가격보다 0.53% 비싸게 형성됐고, SK하이닉스의 선물 가격은 현물보다 0.73% 비싸게 거래를 마쳤습니다. 보통 이런 대형 종목들은 선물 거래량이 많아 선물과 현물 가격 괴리가 극히 미미한데, 이정도로 벌어졌다는 건 선물로의 수급이 쏠리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실제 오늘은 삼성전자의 선현물 괴리율이 2.21%까지 더 벌어졌습니다.
이때 금융기관의 알고리즘이 작동합니다. '선물은 비싼데 진짜 주식은 싸네'라고 인식하면서, 선현물 가격 차이를 노리고 현물 주식을 대량으로 사들이기 시작하는 겁니다. 파생상품 시장에서 꼬인 수급을 풀기 위해 쏟아져 들어온 '기계적 매수'가 실제 주가를 억지로 밀어 올리며 상승폭을 부풀리는 원리입니다.
<앵커>
순수한 기대감으로 올랐다기엔 선현물 가격 차이가 비정상적으로 크게 벌어져 있다는 거군요. 파생 시장의 대기 물량도 억지로 쌓이고 있다고요?
<기자>
그 부분이 가장 큰 뇌관입니다. 원래 주식선물 시장은 만기일이 다가올수록 투자자들이 기존 포지션을 정리하기 때문에, 대기 물량인 미결제약정이 차츰 줄어드는 것이 정상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6월 11일 만기일이 열흘 앞으로 다가왔지만 기관들의 방어용 매수세가 계속 쏠리면서 청산되지 않은 물량(미결제약정)이 산더미처럼 불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 5월 20일 456만 계약이던 삼성전자 선물 미결제약정은 오늘 556만계약으로 폭증했고, SK하이닉스도 122만계약에서 159만계약으로 늘었습니다.
<앵커>
주가가 오를 거라는 진짜 기대감이 있다면 현물 주식도 같이 사야 앞뒤가 맞을 텐데, 정작 시장의 큰손인 외국인들은 흐름이 다르다면서요?
<기자>
진짜 기업 가치를 보고 들어오는 장세라면 당연히 현물 주식 매수가 동반되어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레버리지 상장을 기점으로 오히려 차익 실현에 나서고 있습니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나오고 4거래일간 삼성전자 현물을 1조 9980원어치 팔았고, SK하이닉스도 4조 5580억원이나 팔아치웠습니다.
튼튼한 실적 덕에 시장이 버티고는 있지만, 정작 진짜 주식 수요는 한풀 꺾인 상태에서 개인의 레버리지 쏠림과 이렇게 늘어난 파생 물량이 주가 상승폭을 과도하게 부풀리고 있는 셈입니다. 전문가들이 지금 장세를 두고 '질 낮은 상승'이라고 우려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앵커>
그렇다면 막대하게 쌓인 미결제약정이 6월 11일 선물옵션 동시만기일에는 어떤 부메랑으로 돌아올까요?
<기자>
이번 달 11일 만기일까지는 지수가 일시적으로 추가 상승할 여지가 있습니다.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메우려는 기계적인 매수세가 계속 유입되기 때문입니다.
보통 주식 시장 분위기가 좋을 때는 미래 가격인 선물이 현재 주식인 현물보다 비싸게 거래됩니다. 이때 기관 투자자들은 비싼 선물을 팔고 상대적으로 싼 현물 주식을 사들입니다. 이렇게 기계적인 매수 자금이 들어오면서 코스피 지수는 기업들의 실제 기초 체력보다 단기적으로 더 높게 끌어올려지게 됩니다.
하지만 진짜 변곡점은 만기일 이후입니다. 만기일이 다가오면 벌어져 있던 가격 차이가 결국 0으로 수렴하게 되는데요. 이때 기관들은 그동안 차익거래를 위해 창고에 쌓아둔 막대한 현물 주식 물량을 어떻게 할지 2가지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합니다. 전부 팔아서 수익을 확정 짓거나 다음 달 선물로 계약을 연장하는 롤오버를 선택해야 하는 겁니다.
여기서 롤오버를 결정하는 핵심 기준이 바로 이번 달과 다음 달 선물 가격의 차이인 '스프레드'입니다. 기관 입장에서는 갈아탈 다음 달 선물의 가격이 현재보다 충분히 비싸야 연장할 메리트가 생깁니다. 그런데 만약 다음 달 선물 가격이 매력적이지 않다면 어떻게 될까요. 기관의 프로그램 알고리즘은 무리해서 계약을 연장하느니 차라리 판을 접자고 판단하게 됩니다. 결국 롤오버를 포기하는 순간 그동안 짝을 맞추기 위해 억지로 들고 있던 막대한 현물 주식들을 시장에 집어 던지게 되는데 이것이 바로 대규모 매도 폭탄의 정체입니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의 기초 체력이 좋아 주가가 완전히 무너지지는 않겠지만 주의는 필요합니다. 파생 수급 덕분에 기계적으로 과도하게 올랐던 상승폭만큼은 이번 만기일을 기점으로 큰 폭의 조정과 되돌림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 각별히 대비하셔야겠습니다.
아울러 바로 다음 날인 6월 12일 스페이스X 상장이라는 대형 이벤트도 글로벌 자금을 빨아들일 수 있어 코스피 대형주에서의 선제적인 차익 실현 매물 출회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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