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르무즈 해협 통제권을 놓고 벌어진 미국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일주일째로 접어든 가운데 미국의 공습은 해협 연안 군사시설을 넘어 공항과 철도, 교량 등 민간 시설과 내륙까지 번졌고, 이란은 반격 범위를 주변 아랍권 전역으로 확대했다.
중동을 관할하는 미군 중부사령부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미 동부시간 기준 16일 오후 2시 이란에 야간 공습을 개시했다고 밝혔다. 6일 연속 이어진 대이란 군사작전으로, 미국은 호르무즈 해협을 공격하는 이란의 군사력을 약화하겠다며 지난 11일 작전에 들어갔다. 중부사령부는 동부시간 16일 오후 9시 40분 이날 공습을 마쳤다며 이란 해안·방공 시설과 군수 물자 기반 시설, 해상 전력 수십 곳을 타격했다고 설명했다.
이란 현지 매체들은 공격이 민간 시설로까지 번지는 양상이라고 전했다. 남부 주요 항구도시 반다르 아바스를 비롯해 호르무즈 해협의 케슘섬, 파키스탄 접경지 이란샤르 등이 피해를 봤다. 이란샤르 공항에는 최소 한 발의 폭탄이 떨어져 화재는 진압됐지만 전력 공급이 끊겼다. 반다르아바스에서 서쪽으로 약 10㎞ 떨어진 철도 교차로도 공격받아 파손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 국영 IRIB 방송은 이 교차로가 두 갈래로 나뉘어 한쪽은 이란혁명수비대(IRGC) 해군 본부가 있는 반다르아바스, 다른 한쪽은 이란 최대 상업 항구인 샤히드 라자이항으로 이어진다고 보도했다.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이란 매체들은 현지시간 17일 새벽 미군 공습으로 호르무즈간주 반다르카미르 지역 교량이 파괴돼 최소 7명이 숨졌다고 전했다. 인도의 지원을 받아 운영해 온 차바하르 항구에서는 감시 타워 한 곳이 붕괴했다. 교량 같은 민간 시설을 겨냥한 공격은 의도나 피해 정도에 따라 전쟁범죄로 간주될 수도 있다.
AP 통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풀기 위해 주요 기반 시설을 공격할 수 있다고 위협한 뒤 이번 공습들이 이뤄졌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교량, 철도 공격 등은 이란 주요 항구인 반다르아바스를 차단해 이란 중부 지역에서 수도 테헤란으로 이어지는 주요 길목을 막으려는 의도로 보인다"며 "미국이 이란의 군사 물자와 민간 물류 수송을 마비시키기 위해 공습을 더 확대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이란 보건부는 미국과 종전 양해각서(MOU)에 서명한 뒤 재개된 공격으로 지난달 22일부터 이날까지 38명이 숨지고 400여명이 다쳤다고 밝혔다.
이란의 반격도 곧바로 이어졌다. CNN 방송에 따르면 쿠웨이트군은 17일 새벽 방공 시스템을 가동해 이란에서 날아온 발사체를 요격했고, 바레인에는 공습경보가 발령됐다. 카타르는 16일 밤부터 이틀에 걸쳐 공격을 받았으며, 카타르 내무부는 발사체 요격 과정에서 떨어진 파편에 어린이 1명이 다쳤다고 발표했다. CNN은 이란이 그동안 바레인과 쿠웨이트, 요르단 군사 기지를 반복 공격했으나 카타르는 표적에 없었다고 전했다. 카타르는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에서 핵심 역할을 해온 나라다.
IRGC는 이란샤르 공격에 대한 보복으로 시리아 알탄프의 미군 기지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오만에 있는 미군 레이더 2기도 파괴했다고 밝혔다. 이란은 미군이 발전소나 교량 같은 기반시설로 공세를 강화하면 걸프국 내 에너지 인프라에 맞불을 놓겠다고 경고해 왔다. 미국은 이란의 원유 수출을 막기 위해 재개한 해상봉쇄를 유지했고, 이란은 호르무즈를 넘어 걸프국의 원유 수출로를 모두 틀어막을 수 있다고 맞섰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