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시장의 유동성이 빠른 속도로 얼어붙고 있다. 정부의 각종 부양 정책에도 하루 거래대금이 이틀 연속 5조원을 밑돈 데 이어 최근 한달 만에 거래량과 회전율은 절반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작은 매도세에도 지수가 흔들리는 '유동성 가뭄'에 직면하자 시장의 가격 결정 기능까지 위협받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코스닥지수는 0.49% 오른 753.34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상승으로 마감했지만 장중 730.81까지 빠지며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는 이 대통령 취임 직전 거래일인 지난해 6월 2일 저가(733.97)보다 낮다.
20일 기준 코스닥 거래대금은 4조8,323억원으로 집계됐다. 직전 거래일(16일) 4조7204억원에 이어 이틀 연속 5조원을 밑돌았다. 코스닥지수는 지난달 19일 966.59에서 20일 749.64로 22.4%, 시가총액은 같은 기간 542조7,977억원에서 420조1,535억원으로 22.6% 감소했다.
거래대금 감소율은 지수와 시가총액 하락폭의 두 배를 웃돌며 가격보다 거래가 더 빠르게 식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닥지수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연고점(1226.18·4월 27일) 대비 38.56% 하락했다. 70% 가까이 빠진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단일 연도 기준 최대 낙폭이다.
지수 수익률 순위도 내려갔다. 4월까지만 해도 연초 기준 28%를 넘기며 주요국 주가지수 40개 중 4위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38위로 밀려났다. 올해 코스닥보다 투자 성과가 낮은 곳은 러시아의 RTSI(-27.8%), 인도네시아의 IHSG(-27.1%) 2개뿐이다. 최근 급락세에도 연초 이후 수익률이 여전히 상위권인 코스피(60.1%)와도 대조적이다.
한국경제신문에 따르면 수급 붕괴의 결정적 계기로는 5월 27일 도입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지목된다.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개인투자자 자금이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블랙홀처럼 빨려 들어가 코스닥시장 거래가 급감했다는 분석이다.

정부의 연이은 활성화 정책에도 코스닥시장이 좀처럼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1월 말 처음으로 '3천닥 달성'이라는 목표를 내세웠다. 이후 코스닥시장에 온기를 불어넣기 위해 국민연금 벤치마크 내 코스닥지수 5% 반영(1월), 승강제(프리미엄 세그먼트) 도입 발표(3월), 국민성장펀드 출시(5월) 등 여러 부양책을 예고하고 시행했다.
벤치마크 개편부터 코스닥 투자 펀드 출시까지 온갖 부양책을 쏟아냈지만 정작 투자자의 시선은 여전히 유가증권시장 대형주에만 쏠렸다.
정책 발표 이후 코스닥지수는 잠깐 반등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이내 곧바로 하락세로 전환했다. 리가켐바이오가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리가켐바이오는 국민성장펀드에서 5000억원의 대규모 투자를 받으며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가 모였지만 결과는 달랐다. 주가는 오히려 지난 6월 25일(종가 기준) 15만5,800원에서 이날 9만360원으로 무려 42%가량 하락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닥시장 부진 이유로 투자자의 시선이 '성장주의 성장 가능성'에서 '확실한 실적'으로 옮겨가고 있다고 보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 랠리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대형 반도체주가 이끌고 있어 '대형주 쏠림'에 빠졌다는 것이다.
코스닥시장에서도 실적이 뒷받침되는 주성엔지니어링(510.83%), 피에스케이(360.70%) 원익IPS(70.99%) 등 반도체 장비 업체는 올 들어 주가가 크게 뛰었다. 하지만 코스닥시장 시가총액 상위 종목이 대부분 바이오와 2차전지 기업으로 전체 코스닥지수를 끌어올리기에는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여기에 5월 출시한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역시 코스닥시장의 수급을 빼앗아 가는 악재로 평가받는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적은 금액으로 고가의 대형주에 레버리지 투자가 가능해지자 코스닥시장으로 향하던 모멘텀 수급마저 대형 반도체 단일 종목으로 재배분된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달부터 본격화한 상장폐지 기준 강화 조치가 코스닥시장의 체질을 개선하고 신뢰도를 높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0일 종가 기준 주당 가격 1000원 미만인 동전주는 149곳으로 집계됐다.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며 코스닥 내 중소형 상장사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 시가총액이 200억원에 못 미치는 기업은 221곳으로 집계됐다. 내년부터 적용되는 퇴출 기준(시가총액 300억원 미만)에 걸리는 기업은 무려 377개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 제도 개선까지 맞물리면 장기간 부진했던 코스닥 시장에 새로운 투자 수요가 유입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이재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규제 개선과 정부의 코스닥 정책이 수급 쏠림을 완화할 경우 장기간 소외됐던 중소형 성장주로 순환매가 확산할 가능성이 있다"며 "낙폭 과대와 주당순이익(EPS) 상향을 동시에 충족하는 코스닥 종목을 중심으로 바텀피싱(저점 매수) 기회도 열려 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