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 증시가 10거래일 연속 사이드카가 발동되는 초유의 변동성 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매도 사이드카 5번, 매수 사이드카 5번이 번갈아 터지며 주가가 하루가 다르게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다만 주중 6,400선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미국 알파벳 2분기 실적발표에서 설비투자 확대 기조를 재확인한 이후로는 흔들림 속에서도 반등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2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24일 전주 대비 129.98포인트(1.91%) 내린 6,690.62로 한 주 거래를 마무리했다.
지수는 중동 긴장 재고조와 반도체주 약세 흐름 속에 주초부터 4% 넘게 급락하며 출발했지만 이튿날부터는 외국인 중심의 반발매수세 유입에 힘입어 사흘 연속 상승했다. '7천피'를 회복했지만 24일에는 재차 6% 가까이 밀리며 장을 마쳤다.
이처럼 롤러코스터 장세가 지속되면서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 시장에선 한 주간 7차례나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발동, 프로그램 호가 효력이 일시 정지되는 상황이 반복됐다.
변동성의 주범으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투톱 주가에 베팅하는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가 꼽혔다. 파장이 커지자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1일 국무회의에서 "신속하고 과감한 대응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금융위원회는 당초 다음 달 5일 시행 예정이던 기본예탁금 상향(3000만원) 조치를 오는 31일로 당겨 시행하기로 했다.
분위기 반전도 나왔다. 한국시간 23일 새벽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분기 실적발표에서 설비투자(CapEx) 확대 방침을 밝히면서다. 늘어나는 AI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지출 규모를 늘렸고, 내년에도 자본 지출이 크게 확대될 것이라고 전했다.
하이퍼스케일러(대규모 데이터센터 운영기업)들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관련 투자를 축소하면서 반도체 업황이 정점을 통과할 것이란 시장의 우려를 크게 완화한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이란에 대한 대규모 공세를 시사한 가운데 홍해를 지나던 사우디아라비아 유조선 두 척이 예멘의 친(親)이란 후티 반군으로부터 공격받으면서 국제유가 기준인 브렌트유 선물 가격이 두 달 만에 100달러 선을 넘어섰다.
물가상승 우려가 커지면서 한풀 잦아드는 듯하던 미국 기준금리 인상 우려가 재부각됐고, 이에 코스피는 지난주 마지막 거래일인 24일 5.72% 급락하며 최근 수일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하는 모습을 보였다.

국내 증시의 극심한 변동성과 당국의 미흡한 대응에 지친 개인 투자자들은 결국 떠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와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증시 예탁금은 104조2975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4일 기록한 역대 최고치(139조6948억원) 대비 약 35조원이나 빠져나가며 5개월 만에 최저치로 주저앉았다.
반면 이달 1일부터 23일까지 국내 투자자의 미국 주식 순매수액은 25억3026만달러(약 3조7114억원)로 지난달(6억3296만달러)의 4배에 달했다.
증권가에서는 코스피가 금융위기 수준 이하로 떨어져 극단적 저평가 영역에 진입했다며 이번 주 국내 주식시장은 국제유가 흐름과 미국 빅테크 실적발표를 주시하며 방향성을 가늠하는 장세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한국시간으로 30일 실적을 발표하며, 30일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31일에는 아마존 실적이 예정돼 있다.
전문가들은 적극적 증설에도 여전히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을 고려할 때 알파벳과 마찬가지로 여타 하이퍼스케일러 실적발표도 AI발 반도체 부족이 부각되는 방향을 보일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상준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쇼티지 및 설비투자 확대 기조 등이 재확인되면서 코스피도 상승동력을 다시 키울 수 있을 전망"이라면서 "SK하이닉스(29일)와 삼성전자(30일) 실적 발표에서 업황 및 가이던스, 주주환원 등에 대한 구체적 코멘트를 확인할 수 있는 점도 긍정적 요인"이라고 말했다.
현지시간 28~29일 진행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도 주목할 이벤트다. 시장은 연준이 이번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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