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 기업공개(IPO) 시장을 달궜던 대형 기대주들의 주가가 상장 이후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스페이스X에 이어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도 공모가 아래로 떨어지면서 향후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대형 IPO 일정과 흥행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간밤 뉴욕증시에서 SK하이닉스 ADR은 전장보다 7.47% 급락한 143.0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상장 첫날인 지난 10일 시초가(170달러)는 물론 공모가(149달러)도 밑도는 수준이다. 이달 14일 기록한 장중 최고가(194.80달러)와 비교하면 26.58% 하락했다.
주된 배경으로는 좀처럼 잦아들지 않는 글로벌 반도체 조정 흐름이 거론된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 지수는 지난달 하순 이후 현재까지 20% 넘게 하락했다. 다만 연초 대비 수익률은 여전히 63.13%에 달한다.
이처럼 단기간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압력이 커진 가운데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AI) 인프라 투자 경쟁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의 '반도체 굴기'에 대한 경계감까지 가세해 미국과 한국 등 주요국 반도체 기업 주가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는 모양새다.
전날 중국 과창판(커촹반·상하이증권거래소 과학기술주 전용 시장)에 상장한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는 공모가(8.66위안)보다 465.82% 오른 49.0위안에 거래를 마감했다.
중국 반도체산업 자립의 핵심 기업으로 평가되는 CXMT가 흥행에 성공한 데 이어 중국 국영기업이 반도체 제조용 심자외선(DUV) 노광장비 양산을 시작했다는 외신 보도도 잇따랐다.
해당 장비는 미국과 한국 등이 활용하는 최첨단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보다 기술 수준이 여러 세대 뒤처져 있다. 그러나 반도체 제조의 최대 기술장벽으로 꼽히는 노광 공정 국산화에 성과를 냈다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경계감이 커지고 있다.
엔비디아(-4.99%)를 둘러싼 순환금융 논란과 반도체 공급과잉 우려가 다시 부각된 점도 SK하이닉스 ADR을 비롯한 미국 반도체 업종의 주가를 끌어내렸다.
이에 앞서 스페이스X 역시 고점 대비 주가가 반토막이 나면서 투자자 상당수가 손실권에 진입한 상황이다.
스페이스X 주가는 상장 사흘째인 지난달 16일 장중 225.64달러까지 올랐지만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다. 현재 주가는 공모가(135달러)를 크게 밑도는 113.50달러를 나타내고 있다.
당분간 적자가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미래 수익성에 대한 기대감에 힘입어 IPO로 850억 달러(약 125조원)가 넘는 자금을 조달했지만, 밸류에이션 부담이 큰 가운데 8월 초 보호예수 물량이 대거 출회될 것이란 우려, 막대한 AI 관련 자본지출 등이 주가를 끌어내렸다.
중국 국유기업 중국항천과기집단(CASC)이 이달 10일 창정(長征)-10B 운반로켓 1단 추진체의 해상 회수에 성공한 점도 악재로 꼽힌다. 그간 미국이 독점해온 재사용 로켓 시장에 중국이 본격적으로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미국 IPO 규모 역대 1위와 2위인 스페이스X와 SK하이닉스 ADR이 모두 부진한 성적을 내자 시장에서는 오픈AI와 앤트로픽 등 차기 대어들의 상장 일정과 기업가치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주시하고 있다.
오픈AI와 함께 'AI 양강'으로 꼽히는 앤트로픽은 이르면 10월 중 상장을 목표로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오픈AI 역시 올해 혹은 내년 상장이 예상되며, 지난달 초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IPO 비공개 신청서를 제출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관련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