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한 달 새 '125원' 급락…금융위기 후 가장 빠른 속도

입력 2026-08-02 13:12   수정 2026-08-02 13:53

환율, 9개월 만에 최저 찍어…7월 원화 절상률 8.8% 달러예금 잔액 3년 7개월 만에 최대
2일 인천국제공항 1터미널 환전소에 표시된 환율.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원화 가치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다. SK하이닉스 미국주식예탁증서(ADR) 발행 자금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시장에 유입된 가운데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도 축소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빠르게 하락했다.

2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원/달러 환율은 1,424.0원으로 마감했다. 이는 6월 말 1,549.4원보다 125.4원 하락한 것으로, 금융위기로 환율 변동성이 극심했던 2009년 3월(150.5원 하락) 이후 월간 기준 가장 큰 하락 폭이다.

달러 대비 원화 절상률도 7월 한 달간 8.81%를 기록해 2009년 3월(10.88%)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환율은 지난달 1일 장중 1,559.2원까지 올랐지만, 이후 급격히 하락세로 돌아서며 대부분의 거래일에서 내림세를 이어갔고 1,400원대에 안착했다.

특히 마지막 주인 27∼31일에는 환율이 42.6원 떨어졌다. 이는 주간 기준으로 2022년 11월 7∼11일 100.8원 하락 이후 약 3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낙폭이다.

지난달 30일에는 장중 1,418.0원까지 내려가 지난해 10월 20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이후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면서 31일 1,435.5원으로 마감했다.

시장에서는 외국인 투자자의 주식 리밸런싱 영향이 줄어든 가운데 SK하이닉스 ADR 발행 자금과 수출업체들의 달러 매도 물량이 환율 하락을 이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더해 한국과 미국, 일본 외환당국의 시장 개입도 원화 강세를 뒷받침한 것으로 추정된다.

환율이 빠르게 하락하자 개인들의 달러 매수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에서 개인 고객의 달러 환전 규모는 총 2억8천500만달러로, 6월 1억6천400만달러보다 약 74% 증가했다. 이는 서학개미 해외 투자가 지속되던 올해 1월(5억6백만달러) 이후 가장 많았다.

달러예금도 큰 폭으로 늘었다. 7월 말 5대 은행의 달러예금 잔액은 708억3천3백만달러로 전월보다 57억8천900만달러 증가했다. 월간 증가 폭으로는 지난해 12월 68억6천만달러 이후 가장 컸으며, 잔액 기준으로는 2022년 12월 말 744억1천600만달러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7월 내내 원화 강세가 지속되면서 연내 환율이 1,400원 아래로 내려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수급 불균형으로 인한 원화 저평가가 상당 부분 해소됐고, 한국 경제의 기초 체력이 양호하다는 이유에서다.

이민혁 KB국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양호한 한국 경제 펀더멘털을 고려했을 때 환율의 추세적인 하락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를 감안하면 하반기 중에 1,400원을 하회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다만 "1,400원 부근에서 저가 매수 수요가 들어오면서 상당한 공방이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한미 금리차가 더 줄어들 경우 하반기 환율 저점이 1,380원 수준까지 내려갈 수 있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임환열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현재 환율은 하락 추세에 접어들었고, 앞으로 한은 금리 인상에 따른 한미 금리차 축소도 시장에 영향을 계속 미칠 것이라고 본다"면서 "하반기 환율 저점은 1,380원 선으로 보고 있으며, 향후 한미 통화 정책과 달러 수급 상황에 따라 저점이 더 낮아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 가능성과 서학개미들의 해외 투자 재점화 등에 환율이 다시 반등할 수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김서재 신한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미국 증시의 대형 기업공개(IPO)가 예정돼 있고, 미 연준 금리 인상 전망이 다시 힘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환율이 3분기에 1,400원을 하회하다가 4분기에 다시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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