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한가뭄 뒤 극한호우'…800㎜ 넘는 비에 초토화

입력 2026-08-17 12:18  

경남 마른장마 후 곧바로 최대 800㎜ 물폭탄 쏟아져 가뭄피해 직후 산사태·침수·고립 등 호우피해
사진=연합뉴스
올여름 극심한 가뭄에 시달리던 경남에 이번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면서 인명·재산피해가 잇따랐다. 불과 지난주까지 농업용수 부족으로 농작물 피해가 확산했지만, 광복절 연휴 사흘 동안 거제에 800㎜가 넘는 비가 내리는 등 '극한가뭄'에서 '극한호우'로 급변한 모습이다.

17일 기상청 등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이날까지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측정값 기준 경남에는 거제시 813㎜, 통영시 685㎜, 남해군 281㎜, 창원시 175㎜, 의령군 144㎜, 밀양시 132㎜, 창녕군 80㎜ 등 18개 전 시군에 많은 비가 내렸다. 특히 거제에는 16일 밤부터 17일 새벽 사이에만 500㎜가 넘는 비가 집중되면서 피해가 속출했다.

이날 오전 4시 42분께 거제시 옥포동의 한 아파트 인근에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아파트 1층을 덮쳤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구조대는 주민 2명을 구조한 데 이어 심정지 상태인 주민 1명을 추가로 구조했다. 심정지 상태 주민은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결국 사망 판정을 받았다.

거제 곳곳에서는 침수와 고립 피해도 이어졌다. 16일 밤부터 17일 새벽까지 고현동과 수월동, 옥포동, 일운면, 둔덕면 등에서 하천이 범람하고 도로가 물에 잠겼다. 침수되거나 고립된 주택과 차량에서는 구조를 요청하는 119 신고가 잇따랐다.

통영에서도 산사태가 발생했다. 이날 오전 5시 5분께 통영시 산양읍 곤리도에서 산사태가 주택 1채를 덮쳤고 통영해경이 1명을 구조했다.

거제시와 통영시는 17일 새벽 한때 각각 두 지역에서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가장 많은 1시간 강수량을 기록했다. 두 지역에는 시간당 50∼100㎜ 안팎의 매우 강한 비가 이어지고 있으며 경남 나머지 지역에서도 시간당 5∼20㎜ 안팎의 비가 내리고 있다.

기상청은 오늘까지 경남 남해안에 80∼150㎜, 경남 동부내륙에 50∼100㎜, 경남 중·서부내륙에 20∼60㎜의 비가 더 내릴 것으로 예보했다.

이번 폭우가 내리기 직전까지만 해도 경남은 전국에서 가뭄이 가장 심각한 지역이었다. 광복절 연휴에 접어들기 전 지난 14일 저수율이 32.2%로 평년 대비 41.4%에 그쳤다.

밀양시 등 5개 시군이 농업용수 가뭄 '심각'(극심한 가뭄) 단계에 진입하는 등 경남 18개 전 시군이 가뭄 영향권이었다.

경남도는 지난 14일 기준 벼를 비롯해 단감·배·사과 등 과수, 콩·깨·고추 등 밭작물을 중심으로 농경지 2천834㏊에 고사·잎마름·열과(과실이 갈라지고 터지는 현상) 등 가뭄 피해가 생긴 것으로 파악했다.

그러나 광복절 연휴에 기록적인 비가 쏟아지면서 가뭄 상황은 빠르게 개선됐다.

17일 기준 가뭄 심각 단계는 밀양시 1곳만 남았고 김해시·의령군·창녕군·산청군·합천군 등 5곳은 경계, 함안군·하동군·거창군 등 3곳은 주의, 진주시·양산시·함양군 등 3곳은 관심 단계로 좋아졌다.

창원시·거제시·통영시·사천시·고성군·남해군 등 호우가 집중된 남해안권 6개 시군은 가뭄에서 벗어났다.

저수지에도 계곡과 하천에서 물이 계속 유입되면서 저수율이 빠르게 오르고 있다.

거제시 저수율은 지난 14일 기준 28.7%로 평년 대비 36.5%에 불과했으나, 15∼17일 사이 800㎜가 넘는 비가 쏟아지면서 저수율이 73.6%까지 급상승했다. 이는 평년(78.2%) 대비 94.1% 수준이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김현경  기자

 khkkim@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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