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규 상장한 종목을 오래 들고 있을수록 손실이 커지는 사례가 늘자 공모주에 장기 투자하려는 수요가 실종되고 있다고 한국경제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신규 상장도 줄어 기업공개(IPO) 시장 전반이 위축되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경제신문이 23일까지 최근 1년간 신규 상장한 50개 종목 주가 동향을 조사한 결과, 상장 후 주가가 공모가를 밑도는 기업 비율이 상장 당일 16.0%에서 1주일 뒤 29.2%, 1개월 뒤 37.8%로 급격히 늘었다.
상장한 지 3개월이 지나면 38.5%의 주가가 공모가 미만으로 내려갔다. 손실 폭도 시간이 흐를수록 커졌다. 주가가 공모가에 못 미치는 기업의 평균 하락률은 상장 당일 -23%에서 1주일 후 -28%, 1개월 후 -31%로 확대됐다. 3개월 후에는 공모가와 주가의 격차가 -34%까지 났다.
신규 상장이 몰리는 코스닥시장이 부진한데다 ‘공모주에 장기 투자할수록 손해’라는 인식이 확산한 여파라고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분석한다. 기관투자가도 일정 기간 이상 공모주를 보유하겠다는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아 상장 직후 매도해 차익을 실현하려 한다.
상장심사 문턱까지 높아지며 신규 상장은 급감했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 IPO 공모 금액(6347억원)은 코로나19 여파가 반영된 2020년 상반기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일반 상장의 대안인 스팩(SPAC·기업인수목적회사) 상장·합병은 올해 역대급 ‘가뭄’이다. 상장 사다리 출발점인 코넥스시장에서 코스닥시장으로 이전 상장한 기업은 올해 ‘제로(0)’다.
수요 예측에서 기관투자가가 상장 직후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의무보유확약’을 기피하고 있다. 의무보유확약은 공모주를 배정받은 기관이 상장 후 일정 기간(15일~6개월) 주식을 팔지 않기로 약속하는 것이다. 정부는 기관의 장기 투자 유도차 지난해 7월 확약을 걸면 주식을 우선 배정해 주는 제도를 도입했다. 그럼에도 시장에선 단기 매매 일색이다. 올해 공모주 시장 경색과 상장 기업의 부실 우려로 기업공개(IPO) 시장의 ‘생산적 금융’ 기능이 흔들린다는 지적이 나온다.
23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하반기에 IPO 수요 예측을 진행한 기업 7곳의 평균 경쟁률은 420.8 대 1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 평균 경쟁률(1012.7 대 1)의 절반 이하다. 지난해 하반기(889 대 1)와 비교해도 매우 낮다. 수요예측은 기관투자가들이 낸 가격과 수량 주문을 통해 공모가를 결정하는 과정이다.
의무보유확약 비율도 크게 떨어졌다. 지난해 상반기 7.58% 수준이던 기관 확약 비율은 지난해 하반기 33.57%, 올 상반기 41.98%까지 치솟았으나 하반기 들어 3.56%로 크게 낮아졌다. 의무보유확약을 하지 않은 기관은 상장 당일도 공모주를 처분할 수 있다.
최근 기관은 주가 상승 가능성이 크다고 여겨지는 공모기업에 대해 높은 가격을 적어내 물량을 확보하려 하지만 의무보유확약은 걸지 않는 행태를 보인다. 반면 가격을 낮게 제시할 때는 확약을 거는 식이다. 최근 수요 예측을 마무리한 해치텍은 확약 비율이 15.08%로 집계됐다. 확약을 건 기관 37곳 가운데 26곳의 평균 주문 가격이 공모가 하단(2만3000원)보다 크게 낮은 1만8028원이었다.
IB업계에서는 “상장 초반 주가가 오를 가능성이 있는 공모기업은 상장 당일 처분하고, 저렴한 가격에 공모주를 받아낼 때만 생색내기용 확약을 거는 기관이 늘었다”고 평가했다. 기관의 단타 때문에 새내기주가 상장 직후 주가가 급등했다가 곧 공모가 밑으로 급락하는 현상이 반복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요 예측의 왜곡으로 인해 기관의 투자심리를 공모주 투자 기준으로 삼는 개인 투자자의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IPO 주관 증권사의 부담도 커졌다. 의무보유확약 물량을 30%까지 채우지 못하면 주관사는 전체 공모 물량의 1%(최대 30억원)를 인수해 6개월 동안 의무 보유해야 한다.
수요예측 제도가 흔들리며 성장 기업에 자금을 공급한다는 IPO 시장의 ‘생산적 금융’ 기능이 위축되고 있다는 업계 평가가 나온다. IPO 조달 규모와 건수 모두 크게 감소해 성장 업종 기업의 증시 입성을 통한 자금 선순환이 정체됐다.
올해 상반기 코스닥시장 공모 금액은 6347억원(16건)에 그쳐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자본시장이 크게 위축된 2020년 상반기(3579억 원·12건) 후 가장 적다.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사는 한 곳 뿐이었다.
증시에 입성 직후 부실화하는 기업이 나오며 공모주 투자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 지난해 3월 상장한 대진첨단소재는 상장한 지 1년이 채 되지 않아 상장폐지 사유가 발생했다. 거래소가 부실기업의 우회 입성을 막겠다며 정성평가 잣대를 강화했으나, 정작 심사를 거쳐 상장한 기업에서 부실 사태가 터졌다.
IB업계 관계자는 “거래소가 정성평가를 강화하면서 유망 벤처기업의 상장 문턱이 높아졌는데 실질적인 위험을 걸러내는 데 한계를 드러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관계자는 “규제 강화 일변도에서 벗어나 수요 예측 제도의 유연성을 확보하고 벤처 자금 조달 생태계를 재정비할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박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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