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이란전 여파로 치솟은 기름값에 대응하기 위해 전시법을 발동해 미국 내 정유 능력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외신의 보도가 나왔다.
11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일 미국 정유업체 10여곳 관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방물자생산법(DPA) 활용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이터는 이 같은 이례적인 논의가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치솟는 휘발윳값·경윳값을 안정시켜야 한다는 백악관의 심각한 위기의식을 반영한 결과라고 짚었다.
국방물자생산법은 한국전쟁 발발 직후인 1950년 9월 전쟁 물자 지원을 위해 제정된 법으로, 주요 물품의 생산을 민간 기업에 촉진하는 등 광범위한 권한을 대통령에게 부여한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4월에도 미국의 석유 생산과 정유·물류 능력을 지원·확대하기 위해 이 법을 활용할 수 있도록 조치한 바 있다.
이날 만남에서 정유업체 관계자들은 막대한 비용과 수년이 소요되는 신규 정유공장 건설보다 기존 정유 설비의 효율성을 높이거나 증설하는 데 연방 자금을 투입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라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미국 내 정유 공장 가동률은 98%에 육박해 이미 한계치에 다다른 상태다. 지난 10년간 수익성 악화로 일부 시설이 문을 닫으면서 미국의 정유 시설 규모 자체가 줄어든 데다, 남아 있는 시설도 멕시코만 연안에 편중돼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기름값 급등은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에게 최대 악재로 떠오르고 있다.
미국의 전국 평균 경유 가격은 지난 10일 사상 처음으로 갤런(1갤런=3.79ℓ)당 6달러를 넘어섰다. 11일 평균 경유 소매가격은 갤런당 6.06달러를 기록해, 지난해 같은 시기 갤런당 3.71달러와 비교하면 63.3% 치솟았다. 휘발유 평균 소매가격도 4.29달러까지 올랐다. 이란전쟁 직전 2.98달러였던 것과 비교하면 44.0% 오른 수준이다.
중동 호르무즈·바브엘만데브 해협의 에너지 수송 병목 현상이 이어지는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러시아 정유시설 타격까지 겹치면서, 근본적인 문제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정유 능력 확대 구상과 관련해서는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의 신규 정유공장 건설 프로젝트가 시험대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로이터는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3월 약 50년 만의 미국 신규 정유공장 프로젝트를 소개하면서 텍사스주 브라운스빌을 후보지로 지목한 바 있다. 다만 이 사업이 국방물자생산법에 따른 지원금을 받게 될지는 아직 불분명하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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