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 유가증권시장 신규 상장 기업 수가 2000년 이후 가장 적은 수준으로 마감될 전망이다. 사실상 올해 마지막 주자로 꼽히던 에스에프씨가 한국거래소 문턱을 넘었지만 기업들의 추가 입성은 어렵다는 관측이 나온다.
한국거래소는 15일 OLED 유기재료 기업 에스에프씨의 코스피 상장 예비심사에서 적격 결정을 내렸다. 7월 24일 심사를 청구한 지 약 12주 만이다. 다만 공모 절차에 통상 두 달 가까이 걸렸기에 수요예측과 청약을 11~12월에 몰아서 치러야 한다. 올해 상장을 예상했던 소노인터내셔널과 무신사는 국세청 세무조사 여파로 심사가 사실상 멈춰 내년 이후로 넘어갈 가능성이 크다. 에스에프씨가 연내 입성하더라도 올해 코스피 새내기는 1분기 케이뱅크를 포함해 2곳에 그친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스팩과 리츠를 제외하고 연간 코스피 신규 상장이 2건 이하였던 해는 한국중공업 한 곳만 상장한 2000년이 유일하다. 2024년과 2025년에는 각각 7건이었다.
○불장엔 규제, 급락장엔 시장이 발목
코스피는 5월 장중 처음으로 7,300선을 넘어서며 사상 최고치를 썼지만 올해 상반기 새로 상장한 기업은 케이뱅크 한 곳뿐이었다. 시장에서는 원인으로 당국의 심사 강화 기조를 꼽는다. 8월 3일 시행된 중복상장 가이드라인은 상장사 자회사의 상장을 원칙적으로 막고 예외만 허용한다. 하지만 정성평가 중심이어서 예외 기준이 모호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당국의 코스닥 유치 기조까지 겹치면서 리벨리온, 업스테이지 등 AI 유니콘들도 코스피행 결정을 미루고 있다.
최근에는 시장마저 등을 돌렸다. 15일 코스닥과 코스피에서 1단계 서킷브레이커가 잇따라 발동됐고, 코스피는 5,554까지 밀렸다. 에스에프씨로서는 급락장에서 수요예측을 치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일정이 해를 넘기면 올해 코스피 신규 상장은 케이뱅크 1곳으로 2000년과 같은 역대 최저 기록이 된다.
○주주 보호 취지와 엇갈린 결과
모회사 소액주주를 보호하겠다며 도입한 중복상장 규제가 오히려 국내 투자자의 선택지를 좁히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T는 KT클라우드 상장 대신 재합병을, 넷마블은 넷마블네오 완전자회사 편입을 택했다. SK하이닉스 자회사 솔리다임은 미국 나스닥 상장을 추진 중이다. 우량 자회사가 해외로 향하면 정작 국내 투자자는 투자 기회를 잃게 된다.
모험자본 회수에도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적격상장(Q-IPO) 조건을 걸고 투자한 재무적투자자(FI)와 벤처캐피털(VC)들은 약정 기한이 다가오는데 상장길이 막혀 회수 계획을 다시 짜야 하는 처지다.
업계는 규제 철폐보다 정교화를 요구한다. 물적분할 쪼개기 상장과 인수로 편입한 자회사·첨단산업 자회사를 구분하고 심사 사례를 공개해 예측 가능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과 미국 등 해외 주요 시장도 자회사 상장을 막기보다 공시와 설명 책임으로 규율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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