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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약탈 1순위…'꿈의 명품'이 분노의 표적 됐다

입력 2026-10-22 16:55  

프랑스 명품 매장 집중 피해 명품 산업과 사회적 불평등 조명
사진=연합뉴스
주말 프랑스 전역에서 상점 3000곳가량이 피해를 본 폭동의 한복판에 자국 명품 매장들이 있었다. 반정부 시위가 폭력 사태로 번진 17일 셀린느와 루이뷔통, 에르메스, 디오르, 생로랑 매장이 줄줄이 표적이 됐다.

2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보도에 따르면 과격 시위대는 강화유리를 깨고 매장에 들어가 진열장을 부순 뒤 고가 제품을 쓸어갔다.

'럭셔리의 수도'를 자처해 온 파리에서 명품 브랜드가 물리적 공격을 받은 것은 최근 8년간 이번이 세 번째다. 2019년 초 유류세 인상에 항의한 '노란 조끼' 시위가 정점이던 때는 샹젤리제 거리의 샤넬과 디오르 등 여러 매장이 약탈당했다.

2023년에는 마크롱 정부의 연금 개혁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몽테뉴 거리의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본사에 진입해 폭죽을 쏘고, LVMH의 억만장자 소유주인 베르나르 아르노 회장의 모형을 불태웠다.

NYT는 이번 사태가 명품 산업을 둘러싼 프랑스 사회의 균열을 드러냈다고 전했다. NYT는 프랑스 혁명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사회·경제적 불의의 상징으로 사치품을 겨냥해 온 흐름 속에서 나타난 또 하나의 일시적 사건으로 볼 수도 있다면서도, 사치품 산업 자체가 만들어낸 오늘날 현실에 대한 반응이기도 하다고 분석했다.

프랑스 오트쿠튀르 연맹의 신진 브랜드 책임자이자 파리정치대학(시앙스포) 경영스쿨 겸임 교수인 세르주 카레이라는 "프랑스는 항상 명품과 애증의 관계를 보여왔다"며 "명품 산업의 세계적 영향력은 자랑스러워하면서도 그 도덕성에는 의문을 품고 불평등을 낳는 본질을 비판해 왔다"고 지적했다.

브랜드들이 공들여 키워온 영향력이 이제 역풍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NYT는 진단했다. 명품 업계는 소셜미디어와 자체적인 문화적 위상을 앞세워 제품을 살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의 일상에까지 존재감을 넓혔다. 유명 홍보대사를 내세우고 패션쇼를 엔터테인먼트로, 레드카펫을 마케팅 기회로 바꿔놓은 덕에 디오르 제품을 살 일이 없는 사람도 디오르를 안다. 루이뷔통과 샤넬 등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이 브랜드들이 열망과 세련된 취향의 전형을 내세우면서 가격은 대다수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올렸다는 점이다. 명품은 정서적·심리적으로는 매혹적이지만 현실에서는 손에 넣을 수 없는 존재가 됐다.

카레이라 교수는 그 결과 "대부분의 젊은 세대는 이 세계에서 배제된 느낌을 받는다"며 "더 이상 꿈은 없고, 오직 질투와 분노만 남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시위대가 호화 상점의 쇼윈도를 부수는 행위를, 누구에게나 문을 열어놓은 듯 유혹하면서 실제로는 대다수를 배제하는 소비 체제를 부수려는 시도로 해석했다.

약탈자들은 평소 자신들에게 허락되지 않았을 명품을 말 그대로 거리로 끌어냈다. 장인 정신과 유산의 상징이라던 제품이 이런 상황에서는 과도한 사치와 자본주의의 부패를 상징하는 물건이 된 것이다.

NYT는 이번 사태와 향후 대응에 대해 디오르, 셀린느, 에르메스에 논평을 요청했으나 답을 듣지 못했다. LVMH의 커뮤니케이션 및 지속가능성 총괄 담당 앙투안 아르노는 19일 직원들에게 보낸 내부 메모에서 "모든 사람의 안전과 운영의 연속성을 보장하기 위해 적절한 조처를 했다"고 밝혔다. 일부 보도에 따르면 LVMH는 민간 경비요원을 고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학생 단체인 프랑스전국학생연합(UNEF)은 주말인 24일 추가 시위를 예고했고, '노란 조끼' 측도 같은 날 파리 도심 행진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는 폭력 행위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경고하는 한편, 집결지에서의 집회·시위도 금지하고, 폭동을 막기 위해 주요 도시 곳곳에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한국경제TV  디지털뉴스부  이휘경  기자

 ddehg@hankyungtv.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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