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니스트 김선욱 "10년간 베토벤 연주…이제 '한 겹' 쌓았죠"

입력 2017-02-21 13:51  

피아니스트 김선욱 "10년간 베토벤 연주…이제 '한 겹' 쌓았죠"

베토벤 '3대 소나타'로 독주회…"거장도, 신동도 아냐…꾸준히 무대에 서고싶을뿐"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또 베토벤이냐'고 물으신다면 '또 그렇네요'라고 답할 수밖에 없어요."

피아니스트 김선욱(29)이 '또' 베토벤으로 관객 앞에 선다.

베토벤 협주곡 전곡,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베토벤 스페셜리스트'라는 수식어를 단 그는 오는 3월 18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독주회에서도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비창', '월광', '열정'을 연주한다.

이 곡들은 이번 달 발매되는 그의 세 번째 앨범(독일 악첸투스 레이블)에 수록된 작품들이기도 하다.

김선욱은 21일 서울 종로구 문호아트홀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다시 베토벤을 택한 이유에 대해 "베토벤의 음악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라며 "이번에는 특히 대중들이 가장 사랑하는 소나타들을 음반에 담아보고 싶었다"고 답했다.

그는 2006년 영국 리즈 콩쿠르에서 우승한 이후 10여년간 베토벤에 천착해왔다. 2009년 협주곡 전곡을 시작으로, 2012~2013년 소나타 전곡 연주, 2015년 첼로 소나타 전곡 연주 등으로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다.

"지난 10년간 베토벤을 많이 쳤는데 그 일련의 과정을 통해 하나의 겹, 하나의 껍질을 쌓았다고 생각해요. 연륜이라는 것은 결국 그 겹들을 쌓아나가는 과정일 겁니다. 그리고 껍질들이 많이 쌓일수록 속에는 더 많은 것들이 스며들 수 있을 것 같아요. 앞으로 30~40년간은 그런 농축된 소리와 깊이를 찾아 나가는 과정이 되겠지요."

그러나 사실 베토벤 소나타,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이 '3대 소나타'는 이미 너무도 많은 명연주와 명음반이 존재한다. 이미 그 자신도 공연에서 여러 차례 연주했던 곡들이다.

그는 "저도 고민을 많이 했던 부분"이라며 "결국 베토벤의 악보에 더 충실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는 답변을 내놨다.

"너무도 유명한 곡이다 보니 튀게 들리는 연주, 기존 명연주와의 차별화에만 신경을 쓴 연주, 피아니스트 감정이 가는 대로 친 연주들도 많은 것 같아요. 그렇지만 결국은 베토벤의 텍스트를 얼마나 잘 이해할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베토벤이 남긴 메시지 속에서 '내 것은 무엇인지'를 많이 고민했습니다."

다만 그는 '10년 전 김선욱의 연주'와는 분명 다를 것이라고 자신했다.

"예전에는 온몸을 사용해 큰 음량과 풍부한 소리를 내기 위해 노력한 적도 있었죠. 욕심도, 힘도 많이 들어가다 보니 닫힌 소리를 내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제는 몸에 확실히 힘을 덜 들이고서도 같은 음량, 풍성한 소리를 낼 수 있어요. 소리도 더 열렸고요."

그는 앞으로의 방향성에 많은 고민을 하는 듯했다. 30대의 문턱에 선 그에게 더는 '신동'이란 수식어가 붙지 않는다. 그렇다고 연륜이 쌓인 '대가'로 부를 수도 없는 나이다.

그는 스스로 "무척 애매한 위치에 서 있다"며 "지금은 그저 '꾸준히 연주하자', '살아남자'는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리즈 콩쿠르 우승하고서는 '영재'나 '신동'으로 곧잘 소개되기도 했지만, 이제 아무도 절 그렇게 부르지 않아요. '신동'뿐 아니라 '젊은 거장'이란 수식어도 너무 낯 뜨거워요. 매년 수많은 신동이 나타나고, 수많은 콩쿠르 우승자들이 쏟아지잖아요. 이들 중 60~70대까지 무대에 계속 오르는 연주자는 정말 드뭅니다. 지금 제 화두는 하나밖에 없어요. 꾸준히 무대에 오르는 것, 그래서 살아남는 것, 그것뿐입니다."

그래서 그는 '직장인'같은 연주자의 삶을 살아내고 있다.

그는 "하루에 3~4시간의 연습은 마치 하루에 2~3끼의 밥을 먹는 것과 같은 일"이라며 "안정적인 월급도, 출퇴근 시간도, 주말이 없는 점은 직장인과는 다르다"며 웃었다.

이번 베토벤 소나타 독주회 이외에도 오는 7월 독일의 드레스덴 필하모닉과의 브람스 피아노 협주곡 협연, 11월 세계적 베이스 연광철과의 독일 가곡 연주회 등의 중요 무대가 기다리고 있다.

지휘에도 꾸준히 관심을 두고 있다.

영국 본머스 심포니의 상주 음악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2015년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3번을 협연한 후 앙코르 곡으로 연주된 차이콥스키의 '호두까기 인형 모음곡'중 '그랑 파 드 되'를 지휘하기도 했다.

"본머스 심포니의 다음 시즌에서는 전체 공연을 지휘하는 것에 대한 아이디어가 나오기도 했어요. 피아노와 지휘 커리어를 동시에 쌓기가 쉽지 않죠. 지휘는 여건이 허락하는 범위에서 즐겁게 도전해보고 싶어요. 베토벤 교향곡 중 9번 '합창'을 제외한 모든 교향곡이 한 번쯤 지휘해보고 싶은 곡들입니다."

김선욱 피아노 독주회 관람료는 3만~9만원.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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