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50년 독일 명문악단 이끄는 26세 악장 이지윤

입력 2018-04-19 16:20   수정 2018-04-19 18:43

450년 독일 명문악단 이끄는 26세 악장 이지윤
작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악장 선임 "책임감 커요"
21일 경기필하모닉과 협연



(서울=연합뉴스) 임수정 기자 = "오케스트라 단원 80~90%가 독일인인 데다가 제가 나이가 제일 어린 탓에 단원들과 공통점을 찾기가 꽤 어려웠답니다."
작년 9월부터 독일 명문악단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최연소 악장으로 활동 중인 바이올리니스트 이지윤(26)은 최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처음엔 모든 것이 낯설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작년 5월 종신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의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이 참석한 최종 오디션에서 최연소 악장으로 선발돼 작년 9월부터 활동 중이다.
"단원 중에 교수님들, 심지어 제가 다니던 학교 선생님들도 있거든요. 그들이 제 동료가 된 거죠. 게다가 제가 악장으로 선임되면서 얼떨결에 가장 높은 서열에 있게 된 거잖아요. 처음엔 너무 어색하고 고민도 많았어요. 그래도 제가 먼저 다가가려고 하고 항상 조언에 귀 기울이며 노력하니 지금은 서로 농담도 주고받고 연주가 끝난 뒤 맥주 한 잔씩도 같이 마시는 사이가 됐어요."
1570년 창단돼 약 450년 역사를 자랑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는 멘델스존, 바그너, R 슈트라우스 등 작곡가들이 음악감독으로 활동했고 푸르트벵글러, 카라얀 등 전설적 지휘자들이 이끈 유서 깊은 악단이다. 1992년부터는 거장 바렌보임이 이끌며 그 전통과 명성을 잇고 있다.
2013년 다비드 오이스트라흐 콩쿠르, 2014년 윈저 페스티벌 국제콩쿠르, 2016년 칼 닐센 국제 바이올린 콩쿠르 등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솔리스트 길을 걷던 이지윤이 오케스트라 합류를 결심한 것도 "베를린 슈타츠카펠레였기 때문"이다. 그가 오케스트라 오디션에 지원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다른 오케스트라였다면 아마 지원하지 않았을 것 같아요. 바렌보임의 오케스트라이기 때문에 오디션을 봤어요. 바렌보임은 제가 지금까지 만난 음악가 중 제일 비상한 사람이에요. 또 오페라와 교향곡 연주를 제대로 병행하는 유일한 악단이며 독일 최고 오케스트라 중 하나이기 때문에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이지윤뿐 아니라 바이올리니스트 박지윤과 김수연이 각각 라디오 프랑스 필하모닉과 베를린 콘체르트하우스 악장으로 선임되는 등 최근 젊은 바이올리니스트들이 유럽 명문 악단 악장을 잇달아 맡으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악장은 지휘자를 보좌해 오케스트라의 음악적 결정을 하는 리더인 만큼 한국 바이올린의 글로벌 경쟁력을 보여준 연이은 낭보였다. 동시에 솔리스트·콩쿠르 입상에만 환호하던 국내 클래식계가 변화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왔다.
이에 대해 이지윤은 "악장이라는 직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은 유럽 클래식계 커뮤니티에 들어왔다는 것"이라며 "물론 이에 따르는 책임감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어쩌면 콩쿠르 우승보다도 더 힘든 게 유럽 본토에서 연주자로 자리 잡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콩쿠르는 우승한 당시에 잠깐 화제가 되다가 대부분 금방 잊히잖아요. 그러나 명문 오케스트라 악장이자 얼굴로 유럽 현지 관객들을 꾸준히 만나다 보면 유럽에서도 한국 연주자의 가치를 훨씬 높게 평가해줄 겁니다."
다만 그는 향후 솔리스트로서의 활동도 이어나갈 계획이다. 악장 3인 체제로 운영되는 베를린 슈타츠카펠레 특성상 양쪽 활동을 병행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당장 오는 21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 공연에서는 협연자로 무대 위에 오른다.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니콜라이 즈나이더(43)가 지휘자로서 한국 무대에 데뷔하는 공연이다.
그는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다.
"이번 공연 이후에는 오케스트라 해외 공연 스케줄이 많아 악장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하게 될 것 같습니다. 그래도 흥미로운 프로젝트가 많습니다. 코른골드와 칼 닐센 협주곡을 담은 제 첫 음반(오키드 클래식스)이 5월 중순에 발매되고, 지휘자 안토니오 파파노의 실내악 파트너로도 연주가 있습니다. 9월에는 리사이틀 음반 발매도 예정돼 있고요. 지금은 오케스트라나 솔로, 실내악 등 다양한 연주 경험을 쌓는 게 가장 하고 싶은 일이에요."
sj997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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