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 마크롱 접견 "이례적으로 긴 만남"…난민문제 등 논의(종합)

입력 2018-06-27 02:28  

교황, 마크롱 접견 "이례적으로 긴 만남"…난민문제 등 논의(종합)
서재서 57분간 대화…정상 접견 중 역대 최장 시간 기록
마크롱, 라테라노 대성당 명예고문에 위촉…콘테 이탈리아 총리와도 회동

(로마=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에마뉘엘 마크롱(40) 프랑스 대통령이 작년 5월 취임 이후 처음으로 교황청을 방문, 프란치스코 교황(81)을 예방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마크롱 대통령을 26일(현지시간) 교황의 바티칸 서재로 맞이해 이례적으로 긴 대화를 나눴다고 교황청이 밝혔다.



유럽이 난민 문제로 극심한 분열을 겪고 있는 가운데 두 사람은 이날 난민 문제부터 환경 보호, 분쟁 방지와 해결을 위한 국제 사회의 노력, 군축, 프랑스 사회에서의 교회의 역할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주제에 대해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또한, 유럽의 미래, 중동과 아프리카에서의 분쟁 해결 전망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교황청은 설명했다.
이날 만남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평소에 다른 나라 정상들을 접견할 때 할애하는 시간에 비해 2배 가까이 긴 57분 동안 이어져, 역대 최장 시간을 기록했다.
교황은 과거에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과는 50분, 그의 후임자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는 30분 동안 만난 바 있다.
두 사람은 환담을 마친 뒤 서로 양 볼에 입을 맞추는 인사를 나누고, 상대방의 어깨에 손을 올리거나 힘차게 악수를 하는 등 보기 드문 친밀감을 나타냈다.
교황은 이날 마크롱 대통령과 동행한 부인 브리지트 여사와도 악수하고, 마크롱 대통령을 배웅할 때는 만면에 웃음을 가득 띠기도 하는 등 시종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연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마크롱 대통령은 또 이날 교황에게 프랑스 신부 조르주 베르나노스의 '어느 시골 신부의 일기'(1936년)의 희귀 판본을 선물로 전달했다.
교황은 이 선물을 받고 "이 책을 여러 번 읽었고, 감명을 받았다. 내가 항상 좋아해 온 책"이라고 말했다.



교황은 마크롱 대통령에게 4세기 성인인 '투르의 성 마르티노'가 새겨진 메달을 답례로 선물했다. 성 마르티노는 추운 겨울에 자신이 입고 있던 망토의 절반을 잘라 거지에게 나눠준 일화로 유명한 성인이다. 교황은 "이 메달은 나라를 통치하는 사람의 소명은 가난한 자들을 돕는 것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마크롱의 이번 교황청 방문은 로마의 교황 주교좌 성당인 성요한 라테라노 대성당의 명예 고문 위촉식 참석을 겸해 이뤄졌다. 프랑스 국가 원수는 15세기 이래 이 성당의 명예 고문을 맡는 것이 전통이었으나, 마크롱 대통령의 전임자인 프랑수아 미테랑,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은 제정 분리 원칙에 위배될 것을 우려해 이 직책을 거부했다. 프랑스는 1905년 제정 분리를 규정한 법 제정 이후 종교와 정치를 엄격히 구분하고 있다.



이 때문에 마크롱이 지난 4월 "교회와 국가 사이의 관계 개선을 원한다"고 말하며 이 직책을 수용하기로 결정했을 때 프랑스 국내에서는 비판 여론이 일기도 했다.
마크롱은 무교 집안에서 성장했으나, 12살 되던 해에 세례를 자청해 가톨릭 세례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편, 마크롱 대통령은 이날 교황을 만나기 전에는 로마에 본부를 두고 있는 가톨릭 자선단체 산테지디오 공동체의 대표단을 만나 이 단체가 이탈리아 사회에서 벌이고 있는 난민 통합을 위한 활동, 남수단 등 아프리카 분쟁 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노력 등에 관해 설명을 들었다.
마크롱 대통령의 이날 바티칸과 로마 방문은 최근 난민 문제를 둘러싸고 공방을 벌이며 이탈리아와 서로 껄끄러운 기류를 형성하고 있는 가운데 이뤄진 것이다.
그는 마테오 살비니 이탈리아 내무장관이 지난 10일 국제구호단체의 난민 구조선 '아쿠아리우스'호의 이탈리아 항구 입항을 거부하자, "비인간적이고, 냉소적"이라며 이탈리아 정부를 비판했다.
그러자, 이탈리아 측은 "이탈리아 국경으로 난민들을 돌려보내고 있는 프랑스는 그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며 마크롱 대통령을 '위선자'라고 맞받은 바 있다.
마크롱 대통령은 당초 이날 이탈리아 정부측 인사를 만나지 않을 계획이었으나, 방침을 바꿔 오후 늦게 로마의 한 식당에서 주세페 콘테 이탈리아 총리와 회동했다고 ANSA통신 등 이탈리아 언론은 보도했다.
두 정상은 오는 28∼29일 예정된 유럽연합(EU) 정상회의를 앞두고 '뜨거운 감자'인 난민정책을 비롯해 유로존 현안 등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ykhyun14@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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