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의대진학 코스 개설 중학교 인기

입력 2019-02-01 07:00  

일본서 의대진학 코스 개설 중학교 인기
의대 진학 겨냥한 이과계 코스 잇단 신설…지원자 몰려
거품경제 붕괴 후 부모세대 '자녀의 안정된 직업' 희망

(서울=연합뉴스) 이해영 기자 = 일본의 대학입시는 이과계 보다 문과계의 인기가 높다는 뜻에서 '문고리저(文高理低)'로 불린다.
하지만 도쿄(東京)를 비롯한 수도권 일대의 중학교 입시에서는 의과대학 입학실적이 좋은 이과계가 강세인 학교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전통 있는 중고 동일계 진학학교에서도 의대 진학실적이 높은 학교에 학생이 몰리고 있다. 여자중학교도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중학교 입학생 정도의 자녀를 둔 부모들은 거품붕괴 후 사회에 나와 고생한 경험이 있어 안정적인 직업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점을 배경으로 꼽고 있다.
앞날이 불투명한 고령화 사회에서 자녀가 안정적인 직업으로 평가되는 의사가 되기를 바라는 심리가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30일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2015년 문을 연 도쿄도내 미타(三田)국제학원 중·고교는 영어와 정보통신기술(ICT) 교육에 주력하고 있다. 메이지(明治) 시대인 1902년 설립된 도이타(?板)중학교와 도이타여자고교에서 이름을 바꿔 남녀공학으로 재개교했다. 이 학교는 이름을 바꾸기 전에는 정원미달이었으나 작년에는 지원자가 3천600명을 넘었다.
올해 4월부터는 의료와 과학, 기술교육에 역점을 두는 '메디컬 사이언스 테크놀로지 클래스'를 신설한다. 정원 30명의 이 클래스에는 1월25일 현재 302명이 지원했다. 이마이 마코토(今井誠·60) 교감은 "1기생때부터 의료관련 직업에 종사하고 싶어하는 지원자가 예상 이상으로 많았다"고 말했다. 실험시설을 갖추고 의사와 연구자들의 특강도 개최한다. 작년 봄에는 고등학교에도 같은 코스를 마련했다.
이 학교에 앞서 2007년 준신(順心)여자학원에서 이름을 바꿔 개교한 히로오(廣尾) 학원도 2015년부터 중학교에 '의대진학 사이언스 코스'를 개설했다. 그해 6명이던 국공립 및 사립의대 합격자 수가 작년에는 40명으로 늘었다. 이 코스에는 올해 정원 35명에 1월25일 현재 544명이 지원했다. 가네코 사토루(金子?.60) 부교장은 "의대지원에 특화한 교육은 아니지만 의사나 연구자 지망생이 상당수"라면서 "입학자의 수준도 매우 높아졌다"고 귀띔했다.
의대 입학실적이 좋은 전통있는 동일계 중고교도 인기다. 가이조(海城)중학교의 1차 입시 경쟁률은 지난 5년간 약 3배로 높아졌다. 올해도 정원 145명에 25일 오후 현재 492명이 지원했다. 이 학교는 올해 대학입시에서 의대 의학과에 기존 졸업자를 포함해 139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고2 3학기때부터 주 1회씩 진행하는 '의대 소논문·면접강좌'가 의대 합격자 증가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는 평가다. 입시대책뿐만 아니라 담당교사나 의사들과 '의사의 과로사', '말기환자를 어떻게 대해야 하나' 등에 관해 의견을 교환하는 강좌다. 이 강좌를 오랫동안 담당해온 교사는 "의대입시는 직업선택 자체인 만큼 커리어 교육을 착실하게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자학교에서도 의대 입학실적이 좋은 중학교의 인기가 높다. 후타바(雙葉)는 올해 의대에 52명, 치대·약대·간호수의학대에 28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이곳 중학교의 작년 지원자는 307명이었지만 올해 지원자는 375명으로 늘었다. 오인(?蔭)의 올해 의대합격자는 174명이었다. "계속 일할 수 있어서", "병에 걸린 사람을 구하고 싶어서" 의대에 가고 싶어하는 학생도 많다고 한다.
의대 입시에서는 일률적으로 여학생을 불리하게 차별한 사실이 잇따라 드러났지만 진학담당 교사는 "어쨌든 자기 실력을 키우고 보자"고 강조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입학실적이 좋은 학교가 인기몰이를 하는데 대해 야마나카 도루(山中亨) 에이코(?光)제미나르 교무기획과장은 "거품경제 붕괴후에 사회에 나와 고생한 부모세대가 자녀만은 안정된 직업을 갖기를 바라는 게 배경인 것 같다"면서 "그게 아니더라도 실력만 되면 의대에 보내고 싶어하는 가정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12살도 되기 전에 장래 진로를 결정하는 건 교육의 폭을 좁히는 것이어서 좋지 않지만 가능성을 높여주는 학교를 선택해 가드레일을 깔아주는 것으로 보호자들은 안도감을 얻고 있는 것 같다"고 풀이했다.
lhy501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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