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2년 실형 이미 살았다?…'박근혜 석방론' 따져보니

입력 2019-04-19 17:35   수정 2019-04-22 16:29

[팩트체크] 2년 실형 이미 살았다?…'박근혜 석방론' 따져보니
법조계 "국정농단-공천개입은 별개 사건, 미결구금일수 산입 불가능"
대통령 사면도 불가…'건강이 현저히 나빠졌나' 형집행정지심의위 판단이 관건


(서울=연합뉴스) 김희선 김수진 기자 = 기결수로 신분이 바뀐 박근혜(67) 전 대통령이 형집행정지를 신청한 가운데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박근혜 석방론'이 확산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는 지난 17일 디스크 증세로 치료를 받아온 박 전 대통령이 '칼로 살을 베는 듯한' 통증으로 정상적인 수면을 하지 못할 정도며 구치소 내에서는 치료가 불가능한 상황이라면서 형집행정지를 신청했다.
민경욱 한국당 대변인은 전날 논평에서 "박 전 대통령의 계속되는 수감 생활이 지나치게 가혹한 게 아니냐는 여론이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 발전과 국민 통합적 차원에서 조속한 시일 내에 결단을 내려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에서는 박 전 대통령이 국정농단 사태 관련 미결수 신분으로 수감됐던 2년여의 기간을 공천개입 사건에 대해 실형을 산 것으로 보고 석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최교일 한국당 법률자문위원장은 "현행법상 미결구금일수(법원의 판결선고 전에 구금되었던 기간)는 본형에 산입을 하게 되어 있다"며 "국정농단과 공천개입이 형식적으로 별개 사건이긴 하지만, 동일한 피고인이 재판을 받은 이런 상황에서는 형사소송법상 인권 보호, 무죄 추정의 원칙, 불구속 재판의 원칙 등에 비춰 미결구금일수로 산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과연 이들의 주장대로 박 전 대통령을 석방하는 것은 가능할까?
일단, 최 의원이 주장한 미결구금일수 산입은 해당 사건에 대해서만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국정 농단 관련 수감 기간을 공천 혐의에 대한 '미결 구금 일수'에 산입해 석방하는 것은 힘들다는 것이 법조계의 대체적인 견해며, 법무부 역시 같은 입장이다.
한 지방법원 부장판사는 "최근까지 박 전 대통령 구금은 국정농단 사건, 뇌물 수수 등 혐의에 대해 법원이 발부한 구속영장에 의해 이뤄진 것이었지, 징역형이 확정된 공천개입 혐의에 의한 것이 아니었다"며 "검찰 집행 사무 규칙에 따라 확정된 형 집행은 검사의 집행 지휘서에 의해 이뤄진다는 것을 (한국당이) 다 알 텐데 정치적인 이유로 그런 주장을 내세우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도 "최근까지 세 차례 연장된 구속 기간은 국정농단 혐의에 대한 것이었던 것만큼 이를 실형이 확정된 공천개입 혐의에 대한 미결 구금 일수로 보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대통령의 결단'에 의해 박 전 대통령이 석방되는 것도 현재로서는 불가능하다고 볼 수 있다. 대통령의 결단으로 석방할 수 있는 것은 특별사면인데, 현행법상 특별사면은 '형이 확정된 자'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지난 1월 3·1절 특별사면을 앞두고 "사면 검토는 재판이 끝난 사람을 대상으로 한다"며 국정농단 사건 등의 재판이 진행 중인 박 전 대통령은 검토 대상이 될 수 없다고 밝혔다.
이낙연 국무총리 역시 최근 박 전 대통령의 8·15 광복절 사면 가능성에 대해 "법률적으로 형이 확정돼야 사면할 수 있지만, 아직 그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법적으로 어렵다"고 밝힌 바 있다.
결국,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은 형집행정지를 통해서만 가능한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이것 역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크지 않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2013년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인 윤 모씨가 허위진단서를 통해 장기간 형집행정지를 받은 사실이 드러난 이후 2015년 형사소송법을 개정, 형집행정지심의위원회 제도를 도입해 형 집행 정지 여부를 엄격하게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형집행정지 신청을 받은 검찰은 학계와 법조계, 의료계 인사들로 구성된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형집행정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게 된다.
현행법상 형집행정지 사유는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을 염려가 있는 때 ▲70세 이상인 때 ▲임신 후 6개월 이상인 때 ▲출산 후 60일을 경과하지 않은 때 ▲직계존속이 연령 70세 이상 또는 중병이나 장애인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직계비속이 유년으로 보호할 다른 친족이 없는 때 ▲기타 중대한 사유가 있는 때로 한정된다.
박 전 대통령은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염려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는지가 관건일 될 것으로 보인다.
법무법인 이공의 양홍석 변호사는 "재판 중 초기 암이 발견된 수용자에 대해서도 형집행정지를 받아들이지 않을 정도로 검찰이 이 제도를 까다롭게 운용해왔다"며 "이 상황에서 그동안 엄격히 들이댔던 잣대를 완화하기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다"고 말했다.
hisunny@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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