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수엘라서 사라지는 미술품들…美 "마두로 정권 소행" 의심

입력 2019-09-20 02:54  

베네수엘라서 사라지는 미술품들…美 "마두로 정권 소행" 의심
AP통신 "美재무부, 워싱턴 베네수 대사관저서 사라진 그림 수사"
"마두로 정권 인사들이 제재 피해 그림 빼돌렸을 가능성"



(멕시코시티=연합뉴스) 고미혜 특파원 = 미국 워싱턴의 베네수엘라 대사관저엔 베네수엘라 화가 마누엘 카브레의 풍경화를 비롯한 명화 세 점이 수십 년간 걸려있었다.
그러나 올해 초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대사관 폐쇄를 명령하고 미국이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 측 인사가 대신 관저로 들어왔을 때 그 그림들은 보이지 않았다.
합쳐서 100만 달러(약 12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되는 그림들은 어디로 갔을까.
19일(현지시간) AP통신은 미국 정부가 사라진 그림들의 배후에 마두로 정권 내부 인사가 있을 것으로 보고 베네수엘라 야권과 함께 수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미 재무부는 최근 연방수사국(FBI)은 물론 이탈리아 경찰, 미술관 전문가들과 공조해 사라진 미술품의 행방을 쫓고 있다.

대사관저에 있던 그림은 베네수엘라 수도 카라카스의 아빌라산 풍경을 담은 카브레의 풍경화와 아르만도 레베론의 초상화 '후아니타', 엑토르 폴레오의 그림 '부러진 인형'이다.
20세기 베네수엘라 유명 화가들의 작품으로, 지난 2008년 워싱턴 미주개발은행에서 마지막으로 전시됐다. 감정가도 높지만 베네수엘라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더욱 높은 작품들이다.
미국 정부는 마두로 정권 인사가 이 그림들을 몰래 빼돌렸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사라진 것으로 확인된 작품은 현재까지 이들 3점이지만 베네수엘라 안팎에서 더 많은 미술품이 자취를 감췄을 것으로 추정된다.
경제난이 이어지는 베네수엘라에서 미국의 제재로 자금줄이 끊긴 정권 인사들이 제재 사각지대인 미술품 시장을 통해 불법적으로 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과이도가 임명한 미국 특사인 카를로스 베치오는 관저 내부에 그림이 걸려있던 흔적을 가리키며 "빙산의 일각일 것"이라고 AP통신에 말했다.

그는 "공관 한 곳에서 저지른 일이 이 정도면 베네수엘라 안에선 어떤 짓을 했겠느냐"고 우려했다.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마셜 빌링슬리 미 재무부 테러금융 담당 차관보는 베치오의 협조를 받아 과이도 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50여 개국의 공관을 상대로 미술품 목록을 취합했다.
또 이탈리아 경찰을 통해 전 세계 박물관과 미술관에 혹시 도난당한 베네수엘라 문화유산이 없는지 찾아봐달라고 요청했다고 AP통신은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 전쟁 중에 수많은 고대 유물들이 도난당한 것처럼 베네수엘라도 오랜 경제난과 정치 혼란 속에 문화유산을 잃어버릴 수도 있다고 우려한다.
베네수엘라 문화재뿐만 아니라 한때 석유 부국이던 베네수엘라가 사들인 유럽과 중남미 미술품들도 경제난 속에 하나둘 팔려나가거나 부실한 관리로 도난과 훼손 위험에 처해 있다.
AP통신은 한때 남미 최대의 현대미술 컬렉션을 자랑하던 베네수엘라 현대미술관이 상당 부분 비어 있었고 보안요원은 찾아볼 수 없었으며 미술품들이 냉방장치 없는 전시관에서 뜨거운 햇볕에 그대로 노출돼 있었다고 전했다.

mihy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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