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없는 레바논 반정부 시위…"우린 평화를 원한다"

입력 2019-11-17 07:30  

'리더' 없는 레바논 반정부 시위…"우린 평화를 원한다"
특정 정파·종파가 아닌 인터넷으로 뭉친 시민들

(베이루트=연합뉴스) 노재현 특파원 = 지중해 연안 국가 레바논에서 한 달째를 맞은 반정부 시위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로 이뤄지고 있다.
레바논에서는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왓츠앱 등 메신저 프로그램에 대한 정부의 세금 부과 계획에 대한 반발로 시위가 시작됐다.
일부 시민이 고속도로를 막은 채 타이어를 불태웠고 지난 12일에는 수도 베이루트에서 시위대 1명이 군의 발포로 숨지는 유혈사태가 있었지만, 시위는 대체로 평화적이다.
여기에는 특정 정파나 종파, 조직이 아니라 인터넷으로 뭉친 시민의 적극적인 움직임이라는 점이 한몫한다.
시위 참가자들은 그동안 '리더 없는 시위'(leaderless protest)를 표방해왔다.
16일 오전 시민들이 시위하려고 자주 모이는 베이루트 시내 중심가의 순교자광장과 아민 모스크(이슬람사원)를 찾았을 때 이런 분위기를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북부 트리폴리 출신으로 텐트에서 기거한다는 왈리드(60) 씨는 "여기(시위 현장)에는 기술자, 의사, 변호사, 공무원, 간호사 등 모든 직종의 사람이 있다"며 "모든 사람이 리더다"라고 말했다.
한 텐트 농성자는 지도자 없는 시위를 설명하며 '평화'를 강조했다.
압달라 에네(29) 씨는 "지금 우리가 시작한 것은 아직 혁명으로 부를 수 없고 봉기라고 할 수 있다"라며 "우리는 정부를 바꾼다는 목표로 하나가 됐다"라고 말했다.
이어 "혁명에는 지도자가 필요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라며 "정부가 우리 얘기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혁명을 시작해야겠지만 거기까지 가기는 싫다. 평화적인 시위를 하고 싶다"라고 했다.
다른 50대 남성은 "시위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있긴 한데 우리는 그들에게 의존하지 않고 그들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는다"라며 "지도자가 누구라고 얘기를 하면 정부가 그를 조사하는 등 상황이 복잡해진다"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시민들은 특정 조직의 지시나 권유가 아니라 인터넷으로 만남의 자리를 마련했다.
누군가 인터넷 홈페이지와 왓츠앱 등 소셜미디어에 시위 계획을 올리면 시민들이 공유하는 방식으로 일정이 전파된다.
시위 일정은 보통 1∼2일 전에 인터넷에 올라오고 당일 아침 게시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 한국 교민이 전했다.
16일 오전 순교자광장 주변을 찾은 라스베이루트 고등학생 30여명도 인터넷으로 모였다고 한다.
이 학교 여학생 라나(16)는 "우리는 왓츠앱 그룹을 만들고 인스타그램을 활용해 자발적으로 왔다"라며 "어른들이 지난 30년간 정부를 못 바꿨는데 우리 시대에는 어린 학생이 평화적인 운동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리더 없는 시위'는 종파의 칸막이를 허물려는 레바논 시민의 외침과 무관하지 않다.
시위대는 종파별 권력안배주의를 비판하며 전문적 기술관료로 구성된 내각을 요구한다.
소수 정치인이 이해관계에 따라 권력을 챙기는 정치 현실보다 많은 이가 평등한 관계로 공존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위가 보여주는 것이다.

nojae@yna.co.kr
(끝)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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