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코로나19 탓 경기침체 직면…추가 부양책 안간힘(종합)

입력 2020-03-06 10:08   수정 2020-03-06 10:48

이탈리아, 코로나19 탓 경기침체 직면…추가 부양책 안간힘(종합)
"주요 발병지역이 전체경제 40%…관광·패션 등에 직격탄"
"유로존 넘버3 이탈리아 위기가 EU 불황으로 전염될 조짐도"



(로마·서울=연합뉴스) 전성훈 특파원 김정선 기자 = 이탈리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경기침체 위기에 몰렸다. 다급한 정부는 경기를 진작하고자 75억유로(약 9조9천222억원)를 긴급 투입하기로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로베르토 구알티에리 이탈리아 경제장관은 5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이러한 방침을 밝혔다.
이탈리아 정부는 애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및 가계 지원 등을 위해 36억유로(약 4조7천627억원)의 추가 경정 예산을 편성할 방침이었으나 피해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적다는 지적에 따라 이를 두 배 이상 확대했다.
이번 추경 예산 편성은 코로나19가 실물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예상보다 훨씬 크다는 당국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진자 및 사망자가 가장 많은 나라다. 이날 현재 집계된 누적 확진자는 3천858명으로 중국, 한국에 이어 세 번째로 많고 사망자는 148명으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다.
현지에서는 이 나라 국내총생산(GDP)의 절반 이상을 담당하는 북부지역이 바이러스 확산의 거점이 되면서 경제적 피해가 막대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주목할 점은 코로나19 확진자의 90% 정도가 롬바르디아, 베네토, 에밀리아로마냐주(州)에서 발생했는데, 이들은 이탈리아 전체 경제 총생산의 40%를 담당하는 지역이라고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적했다.
특히 GDP에서 13% 비중을 차지하는 관광산업은 궤멸적인 피해를 보는 것으로 당국은 파악하고 있다.
지난주 코로나19로 가장 영향을 많이 받은 3개 지역에선 레스토랑의 매출이 평소보다 70~90% 감소했다는 집계도 나왔다.
이러한 상황이 내달까지 이어지면 이탈리아 전역에서 약 40억 유 로(약 5조 3천375억원)의 매출 감소가 예상된다.
실제로, 이탈리아 경제 수도 밀라노의 유명 관광지 사이에 있는 '사비니' 레스토랑의 경우 평소에는 주변에 사람들로 넘쳐났지만 요즘 저녁에는 20개 테이블 중 3개 정도만 손님을 맞을 정도다.
세계적 오페라 명소인 라스칼라도 최소한 이달 8일까지 공연장을 폐쇄할 방침이라고 웹사이트를 통해 최근 공지했다.
밀라노의 방문객 감소는 상품과 서비스 수요에 미치는 코로나19의 영향력을 여실히 드러낸다. 이는 한발 더 나아가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연합(EU) 전체에 불황의 조짐이 될 수도 있다고 WSJ은 전했다. 이탈리아 경제 규모(연간 GDP)는 EU에서 독일, 프랑스에 이어 세 번째에 해당한다.
각국의 이탈리아행 직항노선 운항 중단과 급격한 관광객 유입 감소 등으로 시간이 갈수록 피해 규모는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현지 산업계는 중국 관광객 등의 예약 취소가 여름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이탈리아의 민간소비 감소가 이어지면 다른 산업 분야에도 연쇄적인 영향이 불가피하다.
밀라노 부코니대학의 경제학자 프랜시스코 다베리는 "수요 감소가 매우 걱정스럽다"며 "이탈리아가 불황에 빠질 가능성은 공급업체 쪽 문제보다도 이러한 수요 문제에 기인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WSJ에 말했다.
상대적으로 확진 사례가 적은 로마에서도 외국 관광객들이 감소하고 있다.
섬유와 패션 기업들은 코로나19 발병 이후 외국 고객사가 주문을 취소했다고 밝혔다.
경제계는 코로나19 여파로 이탈리아가 올해 1∼2분기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는 등 경기 침체가 현실화할 것으로 우려한다. 이탈리아 정부가 올해 목표로 설정한 0.5% 내외 성장도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관측이 많다.
이탈리아의 산업분석전문기관 '프로메타이아'는 GDP가 전년 4분기에 이미 0.3% 감소한 데 이어 올해 1분기에도 같은 규모로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통상적으로 경제학자들은 2개 분기 연속으로 GDP가 감소하면 경기침체(recession)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
경제학자들이 올해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이 불황에 빠질 가능성을 관측함에 따라 유로존의 경제 전망 역시 암울한 상태다.
주요 경제 지표인 이탈리아의 신차 판매는 지난 1월 8.8% 감소했다. 자동차시장 전문 조사업체 '센트로 스터디 프로모터'에 따르면 자동차 딜러의 60%가량은 향후 3~4개월 동안에도 신차 판매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긴급 투입하기로 한 자금은 실업 수당 확대, 일시적인 감세, 코로나19로 타격을 본 지역에서의 의료기관 지원 등에 쓰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정부는 북부 지역처럼 많은 사람이 모이는 행사를 비롯해 모든 집회와 모임을 금지하고 다중 시설도 잠정 폐쇄하도록 조처했다. 유명 와인 박람회 '비니탈리' 주최 측은 당초 예정된 행사를 두 달 늦춰 오는 6월 중순께 열기로 했다.
이탈리아 정부가 자금을 집행하려면 의회와 유럽연합(EU) 승인이 필요하다.
추경 예산 편성으로 올해 재정적자 목표가 기존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2.2%에서 2.5%로 다소 올라갈 전망이어서 이탈리아의 높은 재정적자 규모를 우려하는 EU가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
이탈리아 출신의 파올로 젠틸로니 EU 경제 담당 집행위원은 앞서 이탈리아가 36억유로 규모의 추경을 계획했을 당시 "예외적인 시기인 만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할 것으로 본다"며 승인 가능성을 내비친 바 있다.
luch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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