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퐁외교에서 전략경쟁까지…왕이 방미 이후 미중관계는

입력 2023-10-24 14:34  

핑퐁외교에서 전략경쟁까지…왕이 방미 이후 미중관계는
1970년대 미중관계 해빙…中경제, WTO 가입이후 급성장
2018년 이후 양국 전략경쟁 가열…'경쟁 속 갈등관리' 관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미소 냉전이 지속되면서 미국은 1949년 건국한 중국과 20여년간 의미있는 접촉을 하지 못했다.
그러나 소련과 중국간 분쟁이 가시화되고 미국이 새로운 세계질서를 구상하면서 양국관계는 해빙무드로 접어든다.
1971년 양국 사이의 '핑퐁외교'가 성사됐고, 이어 헨리 키신저 당시 미국 국가안보보좌관이 극비리에 중국을 방문한 것이다. 1972년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해 냉전 시절 지속해온 양국간 적대 관계를 청산했다.


동서 냉전체제가 붕괴되는 1980년대 후반까지 미국은 중국을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 경제력을 기존으로 봤을 때 1989년 톈안먼 사태가 발생할 때 중국의 국내총생산(GDP)는 미국의 6% 수준에 불과했다.
중국이 개혁·개방을 추진하면서 경제력이 성장했다고 하지만, 1990년대 후반까지만해도 중국은 미국의 GDP의 10% 수준에 불과한 나라였다.
그러나 새로운 전기가 마련된다. 바로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었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무역체제에 편입된 이후 경제성장이 가속화된다. 이른바 '세계의 공장'으로 자리매김하며 경제가 빠르게 팽창한다. 매년 10%가 넘는 고도성장을 거듭했다.
그 결과 세계 금융위기가 몰아닥친 2008년 중국의 GDP는 미국의 30% 수준을 넘어섰고, 2010년 중국이 일본을 제치고 세계 제2의 경제대국이 됐을 때는 미국 GDP의 40%에 도달했다.
이후로도 중국의 경제성장세는 이어져 도널드 트럼트 미국 대통령이 등장한 직후인 2018년 중국의 GDP는 14조 달러로 20조달러의 미국의 66% 선까지 치솟았다.
중국의 새로운 지도자로 등극한 시진핑 국가주석이 '중화민족의 웅비'와 '중국몽'을 공개적으로 언급했고, 공산당 기관지나 관변 연구단체를 중심으로 조직적으로 미국 패권에 도전하는 목소리가 일었다.
전문가들은 흔히 이를 '도광양회'(韜光養晦·능력을 감추고 때를 기다린다)에서 '유소작위'(有所作爲·무언가를 성취하기)의 시기로 넘어갔다고 평가한다.
미국내에서도 본격적으로 중국을 견제하기 시작했다. 2016년 보수성향의 싱크탱크인 허드슨 연구소의 '중국전략센터'를 이끌던 마이클 필스버리가 '백년의 마라톤(The Hundred-Year Marathon)'이라는 저서를 통해 중국의 패권도전 전략에 경종을 울린 이후 미국 정부는 본격적으로 중국 압박정책을 구사한다.
2020년 미국 백악관은 '중국에 대한 미국의 전략적 접근'이라는 제목의 보고서23)를 의회에 제출하고 이를 백악관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16쪽에 달하는 이 보고서에서 중국을 '미국의 가치(values)와 안보, 경제를 위협하는 국가'로 규정했다. 이를 놓고 미중 신냉전의 공식화라는 평가가 전문가 사이에서 이어졌다.


미국과 중국은 이후 군사·안보분야는 물론이고 무역과 첨단기술 등 전방위적인 전략경쟁을 펼치고 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의 도전을 '선전포고'로 인식하고 대대적인 중국 압박에 나섰다. 대표적으로 중국 수입품에 25%의 고관세를 물리고 중국의 대표적인 통신장비 업체인 화웨이를 공격했다.
이런 첨예한 대결국면은 '디커플링(decoupling.탈동조화)' 전략으로 표현됐다. 무역분야에서 중국산 배터리 부품 사용에 불이익을 주는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대표적인 예이다. 중국을 소외시키려는 공급망 재편도 강력하게 추진됐다.
하지만 경제적으로 철저하게 연계된 미국과 중국 관계가 과거 미소 냉전 시절의 대결과 다른 속성을 간과해선 안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미국의 전방위 압박에 맞서 중국이 미국 국채 보유량을 급속히 줄이자 미국 금융시장이 흔들리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지난 4월 존스홉킨스대학 연설을 통해 "미국은 중국과의 디커플링(분리)을 원하지 않는다. 그것은 재앙 같은 결과를 초래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역설했다.
이후 미국의 대중국 전략기조의 전환이 가시화됐고, 이는 '디리스킹(derisking.탈위험화)'으로 표현됐다.
패권경쟁이라는 본질적 속성은 같지만 미소 냉전에서는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대결이나 핵무기 보유고 등을 두고 철저히 분리된 채 경쟁하는 양상이었다면, 신냉전에서는 민주주의와 전체주의라는 가치의 충돌을 바탕으로 하면서도 경제·국제관계에서 서로 긴밀히 연결된 상태에서 경쟁하고 있다는 논리가 일반화되는 양상이다.


디리스킹 전략에 대해서는 중국은 달가와하지 않는 반응이지만, 미국과의 관계를 세밀하게 관리할 필요성은 절감하고 있다. 시 주석은 지난 지난 9일 중국을 방문한 미국 민주당 척 슈머 상원 원내대표 일행을 만나 "중미 관계는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양자관계"라면서 "중미 관계를 개선해야 할 이유가 1천 가지가 있지만 양국 관계를 망칠 이유는 하나도 없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미국 국무부는 23일(현지시간)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오는 26~28일 워싱턴을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왕이의 방미는 다음달 중순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 주석간 정상회담이 열릴 가능성이 그만큼 커졌다는 점에서 외교가의 관심을 끌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에서 회담한 이후 지금까지 대면 회담을 하지 않았다.


양국 외교수장의 회담에 이어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이밴트가 성사되면 이를 통해 패권경쟁을 벌이고 있는 미중 관계가 어떤 방향으로 흐를 것인지가 중요해진다.
미국의 중국 압박 전략은 큰 변함이 없을 것이지만, 일단 '관리 가능한 경쟁'의 구도를 유지하면서 미중 관계의 안정을 끌어낼 수 있을지가 중요하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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