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권경쟁론' 앨리슨 교수 만나 '미중관계의 길' 강조한 中왕이

입력 2024-03-27 09:59  

'패권경쟁론' 앨리슨 교수 만나 '미중관계의 길' 강조한 中왕이
中에 대한 美의 '전략경쟁자 인식' 지적…"어려움 근원"
지난해에도 '중국의 발전' 역설…패권 경쟁의 속성 반영 평가




(서울=연합뉴스) 이우탁 기자 = "중국과 미국이 함께 글로벌 도전에 맞서고, 더 안정적이고 건강하며 지속가능한 관계를 수립해야 한다고 본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이 26일 베이징에서 미국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를 만난 자리에서 한 말이다.
그는 특히 "학술계가 중국과 미국의 올바른 공존의 길과 인류 운명 공동체 이념 등을 더 연구해 전통적 관계 이론을 뛰어넘는 건설적 사고를 내놓기를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왕 주임이 왜 이런 발언을 했는지를 이해하려면 앨리슨 교수의 경력을 살펴봐야 한다.
앨리슨 교수는 미중 관계가 새로운 단계로 접어든 2010년대 미국 내에서 이른바 '패권경쟁론'에 불을 지핀 학자다. 그는 2017년 펴낸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에서 미중 관계를 패권 경쟁의 틀로 설명했다.



엘리슨 교수는 미국과 중국이 이른바 '투키디데스의 함정'에 빠져있다고 진단했다.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기존 패권국가와 빠르게 부상하는 신흥 강대국이 결국 부딪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말한다.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펠로폰네소스 전쟁사(기원전 431∼404)를 통해 아테네와 스파르타 전쟁 상황을 기술했다. 기존 맹주인 스파르타가 신흥강국 아테네에 불안을 느껴 결국 전쟁을 벌이게 됐다는 것인데, 이런 투키디데스의 함정이 역사를 통해 반복됐다고 그는 서술했다.
엘리슨 교수는 지난 500년간 지구 상에서 발생한 초강대국과 도전세력의 충돌사례를 살펴봤는데, 그 결과 16번의 투키디데스 함정 사례에서 12차례 전면전으로 이어졌음을 강조했다.
그의 저서 발간 이후 미국 내에서는 패권도전국으로 중국을 겨냥하는 담론이 본격화됐다. 마침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이즈음 공산당 대회 등을 통해 '중화민국의 중국몽'을 강조하면서 미국 내 중국 경계론이 더욱 강화됐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등장했던 2018년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14조달러를 넘어 20조달러의 미국 GDP의 66%에 달할 정도로 성장하기도 했다. 이렇게 되자 결국 중국이 미국에 맞서게 될 것이며, 이는 양국 사이 전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학계 흐름이 주류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보면 미국과 중국이 패권전쟁을 벌일 것이라는 엘리슨 교수를 앞에 두고 왕 주임은 미중 관계의 새로운 길을 제시한 셈이다.



그가 "중국과 미국은 역사·문화적으로 완전히 다른 국가로, 자기 기준으로 상대방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며 "중국 철학에는 화이부동(和而不同·조화를 이루되 같아지지 않는다) 사상이 있는데, 이는 미국 일부 인사가 이분법적 대립 사고를 하는 것과는 본질적으로 다르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힌다.
왕 주임은 지난해 9월 몰타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난 자리에서도 "중국의 발전은 강대한 내생적 동력을 갖고 있으며 필연적인 역사 논리를 따르는 만큼 저지할 수 없다"면서 "중국 인민의 정당한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과연 미국과 중국이 '예정된 전쟁'의 길로 나아갈 것인지, 왕 주임이 강조한 것처럼 '화이부동'의 길로 향할 것인지를 놓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엇갈리고 있다.
중요한 것은 미국이 중국을 '가장 중요한 전략적 경쟁 상대'로 인식하고, 중국도 미국의 패권을 넘어서려는 야심을 버리지 않는 한 미중 관계의 어려움은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것이란 게 학계의 대체적 시각이다.
lwt@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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