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난 연쇄타격… 항공·해상 물류 차질에 비용 증가
유럽 고물가 부채질…아시아 금융시장엔 훨씬 더 큰 변동성

(서울=연합뉴스) 고일환 기자 = 이란에 대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시작한 중동전쟁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흔들리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8일(현지시간) 반격에 나선 이란이 주변 국가들을 공격하면서 전쟁의 여파가 호르무즈 해협의 에너지 수송을 넘어 항공과 해상 물류까지 확산했다고 보도했다.
이란의 미사일과 드론 공격 탓에 아시아와 유럽을 연결하는 항공과 해상 교통의 상당 부분이 마비됐고, 이에 따라 글로벌 공급망에도 연쇄적인 충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중동 지역의 여러 국제 공항이 폐쇄된 것도 큰 타격이다.
세계적인 허브 공항인 두바이 공항이 마비되면서 전 세계 항공 화물 운송의 약 20%가 중단됐다.
이 때문에 항공편으로 운송되는 의약품과 귀금속, 반도체 등 고가 화물의 운송에 차질이 빚어졌다.
세계 최대 해운사로 꼽히는 머스크는 아랍에미리트와 오만, 이라크, 쿠웨이트, 카타르, 바레인, 사우디아라비아로 오가는 대부분의 화물 예약을 중단했다.
또 다른 해운사 MSC도 페르시아만으로 향하던 컨테이너 화물을 가장 가까운 항구로 우회시키겠다고 밝혔다.
화물이 원래 목적지와 다른 항구에 하역될 경우 기업 입장에선 추가 운송료나 보관료를 부담하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물류비용도 급등하고 있다.
미국 물류 기업 플렉스포트의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피터슨은 "중동전쟁 발발 후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항공 화물 운송 비용이 45% 상승했다"고 전했다.

아시아에서 미국으로 보내는 운송비도 상승했지만, 상승률은 유럽행에 비해 절반 이하다.
당사자인 미국보다 유럽과 아시아가 중동전쟁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는 셈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수석 이코노미스트 출신인 모리스 옵스트펠드는 "유럽과 아시아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중동전쟁에서 발생하는 거시경제적 충격에 더 취약하다"고 말했다.
유럽은 2월 물가상승률이 예상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전쟁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물가 상승 압력은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호르무즈 해협 봉쇄에 가장 큰 영향을 받는 국가로는 중동 에너지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이탈리아와 벨기에, 중국, 인도, 한국, 일본 등이 꼽힌다.
유럽과 아시아가 에너지 확보 경쟁에 돌입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유럽으로 향하던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일부가 아시아로 항로를 바꾸는 것으로 나타났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선박 추적 자료에 따르면 지난 6일 이후 최소 2척의 LNG 운반선이 대서양에서 항로를 아시아 방향으로 돌렸다.
지난주에도 아시아의 LNG 가격이 급등하면서 3척의 LNG 운반선이 같은 방식으로 목적지를 바꿨다.
이에 따라 영국의 경우 가스 비축량이 급감했다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보도했다.
영국은 최대 약 12일 분량의 가스를 저장할 수 있지만, 현재 저장량은 이틀분도 채 되지 않는 수준이라는 것이다.
영국 정부는 다양한 가스 공급원을 확보하고 있기 때문에 가스 안정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이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경우 영국이 가스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한편 아시아 금융시장은 미국보다 더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지난주 미국 뉴욕증시에서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지수는 2%가량 하락했다.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증시에서는 미국보다 훨씬 큰 변동성을 노출했다.
전쟁 장기화 전망에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선을 넘자 9일 한국 증시는 코스피가 장 초반 7% 넘게 떨어지는 등 급락세를 보였다.
일본 증시 대표 주가지수인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도 국제유가 상승 충격에 장중 한때 6% 넘게 하락했다.
인도 루피화는 50년 만에 최저 수준까지 하락했다.
특히 인도는 매년 320억 달러 이상을 에너지 가격 보조금으로 지출하고 있어 전쟁이 장기화할 경우 재정 부담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스탠다드차타드은행의 글로벌 리서치 책임자 에릭 로버트슨은 "분쟁이 장기화한다면 아시아는 매우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koma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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