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핵프로그램 보존"…협상결렬 배경에 강력한 지렛대 관측

입력 2026-04-12 15:32  

"이란 핵프로그램 보존"…협상결렬 배경에 강력한 지렛대 관측
작년 '12일 전쟁'·올해 40일간 맹폭에도 핵심자산 지켜
"이란 협상력 여전히 강력"…美, 까다로운 협상 테이블 앉게 돼


(서울=연합뉴스) 김승욱 기자 = 미국과 이란의 첫 종전 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이란이 그동안 미국과 이스라엘의 맹폭에도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핵심 요소를 상당 부분 지켜냈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는 향후 미국과 이란 사이의 협상에서도 이란의 강력한 지렛대로 작용해 합의 도출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현지시간) 이란이 지난 2월 28일 시작된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습 이후에도 핵 프로그램의 핵심 기반을 상당 부분 보존했다고 보도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일부 연구시설과 핵 관련 인프라는 파괴됐지만, 이란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주요 수단을 대부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이란은 무기급에 근접한 고농축 우라늄 약 440㎏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으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스파한 핵시설 지하 터널에 보관된 것으로 국제원자력기구(IAEA)는 파악하고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은 그동안 핵 관련 연구소와 시설을 타격한 결과 우라늄 정광(옐로케이크) 생산 시설도 파괴했다고 주장하지만, 원심분리기와 지하 농축시설 등 핵 프로그램의 근간은 유지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란의 핵 능력 유지는 협상 구도에서 이란에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백악관 출신의 에릭 브루어는 "이란은 이 물질들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협상 당시보다 이란의 요구 수준이 훨씬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이날 파키스탄에서 열린 미·이란 간 협상은 이란이 향후 핵무기 개발을 포기하라는 미국의 요구를 거부하면서 결렬됐다.
이란 정권으로서는 핵이 있어야 미국과 이스라엘로부터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 당연할 수 있다.

미국은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를 이번 전쟁의 주요 명분으로 내세워왔다. 백악관은 이란의 우라늄 농축은 '레드라인'(넘으면 대가를 치르게 해야 할 기준)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이란 핵시설에 대한 주요 타격은 지난해 6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한 '12일 전쟁' 당시 이미 이뤄졌다. 당시 미국은 포르도와 나탄즈 농축시설에 초대형 벙커버스터 폭탄을 투하했고, 이스파한 핵시설을 순항미사일로 공격했다.
올해 전쟁에서는 미국이 이란의 미사일 전력과 발사대 등 재래식 군사력을 집중적으로 타격하고, 이스라엘은 핵 관련 시설과 과학자들을 겨냥한 공격을 이어갔다.
이스라엘은 테헤란 인근 시설과 대학, 파르친 군사기지 내 고성능 폭발물 시험건물 등을 타격했다고 밝혔으며, 핵 과학자들도 공격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럼에도 이란은 여전히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원심분리기와 농축 우라늄 비축량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나탄즈 인근 지역의 깊은 지하 터널 등 일부 시설은 미군의 강력한 무기로도 타격이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미국은 지상군을 투입해 이란의 농축 우라늄을 직접 확보하는 군사 작전도 검토했지만, 작전의 위험성 때문에 실행에 옮기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란은 자국 핵 프로그램이 평화적 목적이라고 주장하며 우라늄 농축 권리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앞서 전쟁 발발 전인 지난 2월 협상에서 이란은 60% 수준의 고농축 우라늄을 20% 이하로 희석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미국과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이란이 핵탄두를 실제로 제작한 경험은 없으며, 미국과 이스라엘의 정밀한 정보망을 피해 핵무기를 완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이스라엘의 공격이 이란의 핵무기 제조 공정에 병목 현상을 만드는 등 상당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핵물질과 원심분리기가 남아있는 한 이란의 협상력은 여전히 강력하다"고 분석했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약 40일간의 전쟁 후에도 이란의 핵 보유국 야심을 완전히 꺾지 못한 채 더욱 까다로운 협상 테이블에 앉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ksw08@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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