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전 총파업했으면 성장률 최대 0.5%p 하락"…노사 합의로 고비 넘겨
세계경제 저성장·반도체 이후 성장동력 필요…고용·양극화도 문제

(세종=연합뉴스) 이세원 안채원 송정은 기자 = 삼성전자 노사가 지난 20일 성과급 갈등에서 합의점을 찾아 파업을 피하면서 경기 회복 국면을 이끌어 온 반도체 호황이 이어질 것이란 기대가 살아남았다.
한국 경제는 올해 반도체 슈퍼 사이클을 발판으로 산업생산을 확대하고 내수에 불을 지펴 작년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중동 전쟁으로 시작된 고물가 파동이 경제 전반으로 퍼지며 민생 부담을 키우는 등 직면한 변수도 만만치 않다.
전문가들은 금리 상승 충격에 대비해 물가 관리에 힘쓰고 미래를 위한 성장 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 파국 피한 삼성전자…"총파업 시 성장률 최대 0.5%p↓"
줄다리기 끝에 노사 합의에 도달하면서 삼성전자는 수요가 많은데도 공급이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 도리어 생산을 중단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피했다.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직전분기대비·속보치)은 1.7%로 2020년 3분기(2.2%)에 이어 5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았는데 여기에 결정적으로 기여한 것이 반도체 산업이었다.
KDI는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석 달 사이에 1.9%에서 2.5%로 0.6% 포인트(p)나 높이고서 "0.6%p 중에서 반도체의 기여도는 0.3%p 이상"(정규철 KDI 거시·금융정책연구부장)이라고 설명할 정도였다. 뒤집어보면 삼성전자가 전면 파업하는 경우 그만큼 성장률에도 타격을 줄 수 있었던 셈이다.
한국은행은 삼성전자 노조가 애초 예고대로 18일 동안 총파업하면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이 최대 0.5%포인트(p) 하락할 수 있다는 분석이 담긴 보고서를 최근 재정경제부 등에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만약 삼성전자가 파업했으면 다른 기업에도 신호를 주는 것이고, 여러 기업에서 쟁의·파업으로 요구 사항을 관철하는 일이 더 생길 수 있었을 것"이라며 삼성전자 노사 합의로 "굉장히 중요한 악재가 사라졌다"고 평가했다.
다만, 파업 직전까지 가는 대립 끝에 합의가 이뤄진만큼 노조가 강경한 태도로 성과급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다른 기업으로 퍼질 가능성도 있다.
예를 들어 카카오 노사는 성과보상 체계를 두고 대립 중인데 20일 카카오 본사, 카카오페이, 카카오엔터프라이즈, 디케이테크인, 엑스엘게임즈 등 5개 법인 노조의 파업 찬반투표가 모두 찬성으로 가결된 것으로 전해졌다.
◇ 낙관할 수 없는 경제상황…고물가 시대에 팍팍한 민생·금리 변수
삼성전자 파업 위기는 넘겼지만, 올해 한국경제가 순항할 것으로 낙관하기는 어렵다. 전반적으로 글로벌 경제가 저성장 흐름 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국책 연구기관인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최근 발표한 '2026년 세계 경제전망 업데이트' 보고서에서 세계 경제가 올해 3.0%, 내년에 3.1% 성장할 것으로 관측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지난달에 3.1%로 0.2%p 낮췄고, 내년 3.2%로 내다봤다.
팬데믹 이전 10년(2010∼2019년) 동안 세계 평균 성장률은 3.7%였는데 이보다 낮은 수준의 저성장 흐름이 이어진다는 의미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처한 환경이 녹록지 않은 셈이다.

중동 전쟁의 악영향은 가시화하고 있다.
우선 꼽히는 변수가 물가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년 전보다 2.6% 상승해 2024년 7월(2.6%)에 이어 21개월 만에 가장 크게 뛰었다. 그나마 석유 최고가격제 등으로 상승률을 억제한 결과다.
수입물가지수 상승률(원화기준·전년 동기비)은 3월 20.4%, 4월 20.2%를 기록해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였던 2022년 9월(24.2%) 이후 3년 반 만에 20%대로 올라섰다. 수입 물가 상승은 시차를 두고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원자재 수급에 영향을 주거나 생산 비용을 증가시킬 수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반도체 호황, 추가경정 예산안 편성, 고유가 등이 물가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는 상황이라고 진단하고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 상반기까지 물가·인플레이션 대응이 중요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 꿈틀거리는 금리에 가계부담 확대 우려·고용 악화 가능성
물가 상승은 금리를 자극한다. 김 경제연구실장은 물가를 적정 수준에서 안정시킬 수 없으면 결국에는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관측했다. 은행권에서는 한국은행이 하반기에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가계 부담은 커진다. 한국은행이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의하면 대출 금리가 0.25%포인트(p) 오를 경우 가계대출 차주의 이자 부담은 3조2천억원 증가한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15일 약 2년 반년 만에 3.7%대로 올랐고 18일에는 장중 연 3.814%까지 상승하기도 했다. 20일에도 연 3.760%로 높은 수준에 머물렀다.
글로벌 채권의 기준 역할을 하는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19일(현지시간) 장중 4.687%까지 오르며 2025년 1월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터치했다. 3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은 이날 한때 5.20%까지 오르며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 7월 이후 거의 19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상을 기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외환 변동성도 이어지고 있다.
작년 말부터 눈에 띄게 오르던 원/달러 환율은 3월 말 서울외환시장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30.1원까지 치솟았다가 한동안 1,500원 밑에서 머물렀으나 이달 15일부터 20일까지 나흘 연속 1,500원을 웃돌았다.
반도체가 한국경제를 지탱하고 있지만 다른 산업은 어려움을 겪는 등 부문 간 비대칭도 문제로 꼽힌다.
석 교수는 "지금 상황에서는 반도체 등을 제외하면 다른 기업들은 그리 좋지 않고, 상황이 안 좋은 부문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며 "양극화가 더 심해진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상대적으로 늦게 반응하는 고용지표도 심상치 않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동향을 보면 지난달 취업자 증가 폭은 7만4천명으로 16개월 만에 가장 적었고 15세 이상 고용률은 0.2%포인트(p) 떨어진 63.0%였다. 고용률이 하락한 것은 2024년 12월(-0.3%p)에 이어 16개월 만이다.
정부는 특히 어려움을 겪는 젊은이들을 위해 청년 뉴딜 정책 등으로 취업에 도움을 주겠다는 계획이다. 다만 청년들이 선호하는 일자리를 정부가 직접 창출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 변곡점 온다·반도체 이후 성장동력은…"혁신 분야에 집중 투자"
전문가들은 반도체 이후를 내다보는 성장 동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제언한다.
지금은 반도체 특수와 맞물려 경기 회복 국면에 있지만, 이런 특수가 계속 이어진다고 보기는 어렵다.
KIEP는 보고서에서 "AI 관련 투자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는 2025년을 정점으로 2026년부터 점진적 둔화가 전망되고 있어, 한국이 의존하는 글로벌 AI 수요 사이클의 변곡점이 언제가 될지 판단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KDI는 내년 성장률이 올해 전망치보다 0.8%p 낮은 1.7% 수준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원에 여유가 있을 때 효과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미래를 위한 투자가 정말 중요하다"며 "경제성장률도 상향 조정했고 세수도 많아질 것 같은데 그 돈으로 미래를 위한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는 인공지능(AI) 대전환 시대에 한국 경제가 앞서 나갈 수 있도록 로봇·자동차·선박 등 7대 피지컬 AI 선도 분야와 그래핀·초전도체·소형모듈원전(SMR) 등 15개 초혁신경제 선도프로젝트를 집중적으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영국을 방문 중이던 18일(현지시간) 런던에서 열린 한국경제 투자설명회에서 "혁신을 이끌어갈 분야에 집중 투자"하겠다고 초과 세수 활용방안을 설명했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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