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이란, 파국위기서 타결쪽 급변침…'디테일의 악마' 이겨낼까(종합)

입력 2026-06-12 07:24  

美·이란, 파국위기서 타결쪽 급변침…'디테일의 악마' 이겨낼까(종합)
트럼프, 3일째 공습 취소하며 주말 합의서명 가능성 거론…연이틀 타격 주효했나
트럼프 "이란 최고지도부 승인"…이란매체 "아직 승인 안했으나 가능성 커"
MOU 내용 촉각…트럼프 "이란 핵무기 안갖기로" VS 이란측 "美, 추가요구 철회"


(워싱턴=연합뉴스) 홍정규 특파원 = 이틀 연속 공격과 반격을 주고받은 미국과 이란이 11일(현지시간) 종전협상 타결 쪽으로 급선회한 양상이다.
미군 아파치 헬기 격추를 계기로 지난 9일 재개된 미국의 대(對)이란 공격 3일차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전격적으로 공습 취소를 발표하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밤으로 예고했던 3차 공습을 "(미국과) 이란 이슬람공화국의 논의가 이란 최고지도부에 전달돼 승인받았다는 사실에 근거"해 취소했다고 밝혔다.
전쟁 당사국인 미국과 이스라엘, 중재국인 파키스탄을 포함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카타르, 튀르키예, 바레인, 쿠웨이트, 요르단, 이집트 등 주요 중동 국가들이 모두 논의된 내용을 승인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서명식의 시간과 장소는 곧 발표될 것"이라고 공지한 뒤, 백악관 집무실에서 열린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아마도" 이번 주말 유럽에서 서명식을 열 수 있고, 서명식이 열리면 JD 밴스 부통령이 참석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이란 쪽에선 트럼프 대통령이 다소 앞서 나간다면서도 타결을 향한 긍정적인 분위기를 느끼게 하는 반응이 나왔다.
에스마일 바가이 이란 외무부 대변인은 이날 합의안 서명에 대해 아무것도 마무리되지 않았으며, 서명 시간과 장소에 관한 보도도 전부 '추측성'에 불과하다고 말했다고 이란 국영 IRNA 통신이 보도했다.
그러면서 바가이 대변인은 합의안의 큰 부분이 마무리됐다는 점은 인정했다. 비록 그는 미국이 협상 중에 반복적으로 입장을 바꿨다고 지적했지만 미국 측 메시지를 '부인'했다기보다는 경험에 기반한 '신중론'을 견지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었다.
또 이란 파르스통신은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과의 초기 양해각서(MOU)와 관련해 어떠한 문안도 승인된 바 없다"고 보도했다.
다만, "미국이 결과적으로 이란이 제안했던 (MOU) 원안을 수용함에 따라, 이란 최고위 지도부 역시 해당 문안을 최종 승인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와 이란 측 반응으로 미뤄 지난 2월 28일 시작돼 100여일간 진행된 중동 전쟁은 파국 위기를 넘겨 협상 타결을 목전에 둔 것으로 여겨진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이란과의 "협상은 완전히 끝났는데 시간을 자꾸 끌고 있다"며 "그들이 할 일은 (문서에) 서명하는 것뿐"이라고 말해 공습과 별개로 합의 자체는 거의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그동안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양측이 최종 서명하는 일만 남았는데도 이란이 이를 지체하자 미국이 공습을 통해 재촉했고, 마침내 이란 최고지도부의 승인이 떨어지면서 예정됐던 공습을 취소하고 서명식을 준비하게 됐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란은 최고지도자 아야톨라 모즈타바 하메네이가 공개 석상에 나타나지 않은 채 인편을 통해서만 뜻을 전달하는 데다 지도부 내 분열상이 심각한 탓에 의견 교환에 시간이 걸린다는 게 미국 측 설명이었다.
결국 이란의 최대 원유수출 터미널인 하르그섬 장악 가능성까지 내비치는 동시에 발전소·교량 등 민간 인프라가 아닌 군사시설에 제한적 공습을 가한 트럼프 대통령의 압박 전술이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올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도 이날 개막한 북중미 월드컵(미국·캐나다·멕시코 공동주최) 기간 교전이 지속하는 데 대한 부담을 느꼈을 수 있다. 미 행정부에선 월드컵이 열리기 전 협상 타결을 추진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지난 4월 초 휴전 이후 협상이 타결될 듯 말 듯 늘어지면서 피로도가 한층 커졌고, 그는 국제유가 및 미국내 휘발유 가격 상승에 따른 경제적·정치적 부담 고조에 직면한 상황이었다.
공이 다시 이란으로 넘어간 가운데, 관건은 이란이 트럼프 대통령의 발표대로 합의 서명을 진행할지, 그리고 최종 타결될 경우 종전 MOU에 어떤 내용이 담길지다.
특히 관심을 모으는 종전 MOU의 세부 내용과 관련, 이란 파르스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추가 요구사항을 철회하고 2주 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었던 당시의 MOU 초안으로 돌아갔다고 보도했다.
기존에 알려진 MOU 초안은 60일 간 휴전을 연장하고 이 기간 이란 핵 문제를 협상하는 것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 정도 수준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고 재협상을 추진했는데, 결국 협상안 변경 의지를 접었다는 것이 이란 측 주장이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합의 수준, 호르무즈 해협 개방 및 통행료 부과 문제, 이란의 동결자금 해제 등 핵심 쟁점에서 이란에 중대한 양보를 할 경우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상당한 정치적 리스크를 감내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이다.
따라서 자신이 협상의 '레드라인'으로 설정하고 "이란은 핵무기를 가질 수 없다"고 여러차례 공언한 대로 이란의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 중단과 기존 고농축 우라늄의 처리 문제가 합의서에 어떻게 반영됐을지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포고문 서명 행사에서 "가장 중요하게도 우리는 이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않기로 하는 합의를 했다"며 서명 즉시 호르무즈 해협이 개방되고 미국의 대이란 해상 봉쇄도 해제된다고 말했다.
결국 합의문에 양측이 최종 서명할 때까지는 상황이 유동적일 것으로 보인다. 양측이 합의안의 골격에 동의했더라도 '디테일의 악마'가 남아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문안 조율이 순조롭지 않을 경우 중동 정세가 다시 악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zheng@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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