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국 내 이스라엘 국민 추방에 미국 의원들 "말레이 지원 중단하라"
안와르 총리 "반유대주의 아냐…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살육 반대"

(하노이=연합뉴스) 박진형 특파원 = 이슬람 국가 말레이시아의 이스라엘 국민 입국 제한 정책과 관련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주미 말레이시아 대사를 초치하면서 양국 간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25일(현지시간) 말레이시아 외교부에 따르면 최근 무함마드 샤룰 이크람 야콥 주미 말레이시아 대사는 미국 국무부에 초치돼 말레이시아의 '이스라엘 불인정' 정책에 대해 설명했다.
모하마드 하산 말레이시아 외교장관은 "이는 항상 말레이시아의 정책이었다. 우리의 출입국 정책은 이스라엘 국가나 시오니스트 정권을 인정하지 않는다"면서 "이는 우리의 오래된 입장"이라고 밝혔다.
이번 논란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최고기술책임자(CTO) 출신의 미국 투자자 발라지 스리니바산이 말레이 반도 남부 조호르주 포레스트시티에 세운 '디지털 노마드' 커뮤니티인 '네트워크 스쿨'로 인해 촉발했다.
세계 각국의 정보기술(IT) 개발자 등이 모인 개발·창업 캠프 성격의 네트워크 스쿨에 말레이시아 입국 제한 대상인 이스라엘인들이 외국 여권을 써서 들어왔다가는 주장이 온라인에서 제기되자, 당국은 이스라엘인을 가려내 즉시 추방하겠다고 밝혔다.
당국은 이에 따라 이곳에서 이중국적자로 추정되는 10여명을 확인해 조사 중이며, 이 중 이스라엘 국적자 1명에 출국을 명령했다.
이와 관련해 모하마드 장관은 "미국·이스라엘 이중 국적자가 미국 여권을 이용해 말레이시아에 입국했다"면서 "이후 확인 결과 그가 이스라엘 시민권도 소지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져 출국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또 조호르주 당국은 네트워크 스쿨 현장 점검 결과 허가·시설 사용 관련 법규 위반이 발견됐다면서 네트워크 스쿨의 사업자 등록을 취소하고 영업 중단을 명령했다.

이슬람 국가로서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말레이시아는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고 당국의 사전 특별 승인을 받아야만 이스라엘 국민의 입국을 허용하는 정책을 오랫동안 지속해왔다.
하지만 이번 소식에 반발한 미국의 브래드 셔먼 등 민주당 소속 하원의원 8명은 최근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이 정책이 국제법 위반이라면서 말레이시아와의 안보·경제 관계를 재검토할 것을 촉구했다.
특히 말레이시아가 해당 정책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미군이 동맹국 군인에게 군사 훈련을 제공하는 국제군사교육훈련(IMET) 프로그램에 따른 말레이시아 지원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 의원은 서한에서 "말레이시아가 이스라엘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충분히 우려스러운 일"이라면서 "(말레이시아가) 미국 납세자의 세금으로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그러자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말레이시아가 이 정책을 수십년 간 시행해왔다면서, 이는 반유대주의가 아니라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억압·점령에 대한 반대라고 밝혔다.
안와르 총리는 "우리는 유대인이 아니라 이스라엘 국민이 여기 오는 것에 반대한다. 그들은 팔레스타인과 가자지구에 대한 살인, 범죄, 지속적인 억압과 식민지화에 공모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또 "말레이시아는 독립 국가"라면서 미 의원들을 겨냥해 "그들이 위협을 가할 수는 있지만, 나는 말레이시아 국민의 권리를 확고히 지키고 이스라엘 국민의 말레이시아 입국을 계속 금지하기로 한 말레이시아 국민의 결정을 지지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다만 이번 갈등이 대미 관계 전반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면서 말레이시아는 미국 시민·기업·무역·투자를 계속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hpar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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