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연합뉴스) 김종우 선임기자 = 패트리엇 미사일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무기다. 적의 항공기와 순항·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지대공 방공체계로, 북한 미사일을 마지막 단계에서 막아내는 한반도 방공망의 핵심 전력이다. 1994년 1차 북한 핵위기 당시 주한미군이 개량형 PAC-2 계열 패트리엇을 국내에 처음 배치했다. 이후 한국군은 차기 대공미사일(SAM-X) 사업을 통해 독일군이 운용하던 PAC-2 GEM 유도탄과 패트리엇 장비를 들여와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전력화를 진행했다. 이어 PAC-3 직격형 유도탄과 개량 지상장비를 도입해 2020년까지 전력을 고도화했다.
이란과의 전쟁이 길어지면서 미국의 정밀유도무기와 방공 요격미사일 재고가 빠르게 줄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이란전에서 패트리엇(PAC-3) 요격미사일 1천500기 이상이 사용됐으며, 잔여 재고가 1천700기 미만으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전쟁 초기 한 달간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850발 이상이 발사됐고, 이후 누적 발사량은 1천발을 넘어선 것으로 전해졌다. 육군의 전술탄도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와 정밀타격 미사일은 재고가 사실상 바닥났다는 보도도 나왔다. 세계 최강 미국이 미사일 부족으로 군사적 선택지를 걱정하는 상황이 됐다. 이러한 소모전의 후폭풍이 어디까지 번질지 예단하기 어렵다.
패트리엇 미사일이 빠르게 소진된 데는 이유가 있다. PAC-3 계열은 적의 미사일에 직접 충돌해 파괴하는 '히트 투 킬(Hit-to-Kill)' 방식을 쓰며, 더 높은 고도를 담당하는 사드(THAAD)와 더불어 다층 방어망을 구성한다. 문제는 이러한 방어 구조가 근본적으로 비대칭이라는 점이다. 공격용 미사일 한 발을 막는 데 복수의 요격미사일이 필요하다. 더욱이 공격하는 측에서 값싼 미사일을 섞어 쏘면 값비싼 요격탄은 그만큼 더 빨리 소진된다. 아무리 성능 좋은 방패라도 요격미사일이 먼저 떨어지면 무용지물이다.
이 지점에서 우려되는 것은 미국이 동시에 몇 개의 전쟁을 감당할 수 있느냐다. 미국은 이란과 싸우면서 유럽에선 러시아를, 대만해협에선 중국을, 한반도에선 북한을 상대해야 한다. 이란전은 다른 전구(戰區)의 미사일과 함정, 정찰자산을 빨아들이고 있다. 이는 한국과 일본 입장에선 예민한 문제다. 북한은 핵탄두를 실을 수 있는 여러 종류의 탄도미사일을 섞어 쏠 능력을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한두 발만 방공망을 뚫어도 피해는 이란과 비교하기 어렵다. 미국의 동시전쟁 수행에 관한 의문은 확장 억제의 신뢰성 문제로 번질 수 있다. 전술핵 재배치나 자체 핵무장론이 다시 고개를 드는 배경이기도 하다.
미국도 무기 재고 확충에 속도를 내고 있다. 록히드마틴은 미 정부와 PAC-3 MSE 연간 생산능력을 약 600발에서 2천발로 늘리는 7년 계획에 합의했다. 하지만 공장·인력뿐 아니라 정밀부품 공급망까지 늘려야 하는 만큼 돈을 쏟아붓는다고 당장 미사일이 양산되는 건 아니다. 한국도 손을 놓고 있을 수 없다. 천궁-Ⅱ 전력을 확충하고 장거리 지대공 유도무기(L-SAM) 전력화를 서둘러야 한다. 아울러 충분한 요격탄을 비축하고, 유사시 국내에서 즉시 증산할 수 있는 생산 기반을 갖추는 일도 시급하다. 미국의 방패는 강하지만 무한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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