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업체에 800억대 사기당한 기업은행…"허술한 내부통제"

입력 2026-08-24 05:51   수정 2026-08-24 07:18

중국업체에 800억대 사기당한 기업은행…"허술한 내부통제"
매일 확인했다면서 수개월간 '깜깜'…中 금융사들은 일찌감치 거래 중단
뒤늦게 시스템 보완…野 신동욱 "금감원도 뒷북 감독"


(서울=연합뉴스) 한지훈 기자 = IBK기업은행[024110] 중국법인에서 발생한 800억원대 대형 금융사고를 두고 허술한 내부통제가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은행도 이른바 '외부인 사기'로 피해를 봤다고 하지만, 이를 제대로 걸러낼 내부통제 장치를 갖추지 못해 사고를 자초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사고를 인지한 뒤에야 부랴부랴 관련 시스템 정비에 나선 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식 대응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2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신동욱 의원이 금융감독원과 기업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기업은행 중국법인은 현지 비은행 금융기관 A사와 협약을 맺고 현지 차주들에게 비대면 대출을 실행했다.
A사는 온라인 대출 플랫폼 B사를 통해 차주 모집과 원리금 상환 업무를 처리했다. 기업은행은 대출금을 직접 집행했지만, 차주들이 상환한 원리금은 B사 지정 계좌를 거쳐 사후 정산받는 방식을 택했다.
사고는 B사가 이 상환 구조를 악용하면서 발생했다.
B사는 상환 계좌를 임의로 변경해 차주들이 납입한 원리금을 기업은행에 보내지 않고 유용했다. 실제 돈을 보내지 않은 채 상환이 이뤄진 것처럼 허위 전산 정보를 처리했다.
이 때문에 차주들은 돈을 갚고도 미상환·연체 상태로 처리돼 추심과 신용도 하락 피해를 입었다. 기업은행 역시 원리금을 회수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의 사고 인지 과정을 놓고 내부통제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은행 측은 의원실 질의에 원리금 상환 내역과 실제 입금액을 매일 대조·확인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실제 사고는 지난 6월 24일 정산금이 들어오지 않고 차주 민원이 늘어난 뒤에야 처음 인지했다고 밝혀 모순을 드러냈다.
금감원 보고서상 사고 기간은 작년 12월 1일부터 올해 6월 29일까지다. 수개월 동안 문제가 이어졌지만, 자체 점검으로 이를 잡아내지 못한 셈이다.
더구나 중국 금융기관 5곳이 이미 지난 3∼4월 B사를 협력 기관 명단에서 제외했으나, 기업은행은 이런 위험 신호를 제때 포착하지 못했다.
기업은행은 지난달 15일 이번 금융사고 규모가 833억7천600만원이라고 공시했다.
그러나 사고 인지 후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현지 수사기관 조사 중"이라며, 실제 사고 금액, 회수액, 손실 예상액 등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는 상황이다.
차주들이 B사를 거치지 않고 상환 금액을 조회하거나 조기 상환할 수 있는 별도 시스템을 뒤늦게 구축했을 뿐이다.
감독 당국의 대응도 미온적이라고 신 의원은 지적했다.
금감원은 사고 보고 이후 내부 보고와 사고사례 전파, 사고 금액 변동 여부 확인 등에 나섰다. 그러나 기업은행 관계자를 상대로 한 대면 확인이나 추가자료 요구, 서면조사·현장검사에는 착수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피해 금액 보전 등 사고 수습이 끝난 뒤 기업은행이 종결 보고를 제출하면 사고 처리의 적정성을 점검하겠다는 입장이다.
신 의원은 "기업은행은 대출금은 직접 내주면서 원리금 회수는 외부 플랫폼에 맡겼고, 800억원대 사고가 터지고서야 직접 상환 시스템을 구축했다"며 "해외법인의 허술한 내부통제와 종결 보고만 기다리는 금감원의 뒷북 감독도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hanjh@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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