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로 안정적으로 묻혀 있던 전쟁 잔재 속속 드러나"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올여름 유럽을 강타한 폭염, 가뭄과 상승 작용을 일으키며 곳곳을 휩쓴 거센 산불로 유럽이 예기치 않은 새로운 위협에 노출됐다고 유로뉴스가 23일(현지시간) 전했다.
대규모 산불로 광범위한 지역이 불에 타면서 오랜 세월 땅속 깊이 안정적으로 묻혀 있던 1·2차 대전 불발탄이 대거 모습을 드러내면서 진화 작업을 하는 소방관 등 구조 당국과 주민들에게 추가적인 위험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당장 프랑스와 독일, 벨기에, 네덜란드 등에서 이렇게 노출된 포탄이 폭발했다는 보고가 이어졌다고 유로뉴스는 전했다.
프랑스에서는 남서부 보르도 인근을 덮친 산불 현장에서는 2차 대전 시절 것으로 추정되는 다량의 탄약이 모습을 드러내 당국을 긴장시켰다.
최근 독일 접경 지역에서 거센 산불을 겪은 벨기에 동부 리에주 주에서는 산불이 난 일대에 매설된 불발탄에 대비해 긴급 대응 조치를 조정하고 있다고 에르베 자마르 주지사가 밝혔다. 자마르 주지사는 산불 지역에서 최근 "일부 산발적인 폭발음"도 들렸다고 말했다.
대규모 산불이 덮친 리에주 주의 자연보호구역은 1944년 독일군이 연합군을 상대로 대공세를 펼치며 2차 대전 중 가장 치열했던 전장 중 하나로 꼽히는 '벌지 전투'가 벌어진 곳이다.
사라 은제리 런던대 동양아프리카대(SOAS) 연구원은 이런 현상과 관련, "과거에 안정적으로 묻혀 있던 것들이 기후 변화로 땅 밖으로 드러나 다시 활성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산불뿐 아니라 가뭄 역시 과거 유럽전쟁의 잔재를 다시 노출하는 계기가 되고 있다. 최악의 가뭄에 라인, 다뉴브 등 유럽 주요 강이 바짝 마르며 2차 대전 당시의 독일 군함과 군용차량, 포탄 등이 수십 년 만에 최근 속속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바 있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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