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신평·무디스 "사모대출 시스템 위기 제한적…국내 익스포저 55.9조"

입력 2026-08-27 15:47  

한신평·무디스 "사모대출 시스템 위기 제한적…국내 익스포저 55.9조"
"총량 부담 크지 않아"…2027∼2029년 차환·AI 집중 위험 점검



(서울=연합뉴스) 정회인 기자 = 글로벌 사모신용(Private Credit) 시장에서 부실과 환매 증가 등 위험 신호가 잇따르고 있지만 현 단계에서 금융 시스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국내 금융권과 연기금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 규모가 56조원에 육박한 데다 2027∼2029년 대규모 대출 만기가 예정돼 있어 차환과 인공지능(AI)·소프트웨어 관련 자산 건전성을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국신용평가는 27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와 공동으로 개최한 '2026 Moody's-KIS 웹세미나'에서 이 같은 내용의 '사모신용 리스크 점검' 세미나를 진행했다.
한신평 강병준 평가정책본부 연구위원은 이날 발표에서 "현시점에서 사모신용 시장의 시스템 위기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한다"며 시장 건전성 제고를 위한 '필요한 우려'가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사모신용은 비은행 금융기관이 비공개시장에서 중견기업 등에 직접 대출 형태로 자금을 공급하는 시장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은행 규제가 강화되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시장 성장과 함께 유동성 우려를 키우는 사건도 이어지고 있다.
미국 대형 대체투자 운용사 블루아울은 지난 2월 17억달러(한화 약 2조3500억원) 규모 사모신용 펀드의 정기 환매를 중단했고, 이후 미국 내 주력 펀드 두 곳에서 총 54억달러(한화 약 7조원)의 환매 요구가 몰렸다.
여기에 개별 기업의 부실과 사기 사례까지 겹치면서 사모대출 자산의 가치평가와 환매 대응력에 대한 경계감도 높아지고 있다.
한신평은 사모신용 시장의 구조적 취약점으로 ▲다층 누적형 레버리지(차입) ▲불투명한 가치평가 ▲차주 친화적 대출 조건 ▲특정 업종에 포트폴리오 집중 ▲리테일 투자자 증가에 따른 유동성 불일치 등을 꼽았다.
특히 AI 관련 자산으로 쏠림이 새로운 위험 요인으로 지목됐다. 한신평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 사모신용 거래에서 AI 관련 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은 34%에 달했다. 2025∼2028년 AI 인프라 투자에 필요한 2조9천억달러 가운데 약 8천억달러가 사모신용 시장에서 조달될 것으로 전망된다.
AI 개발사와 빅테크·반도체 기업이 서로 제품을 사고팔면서 동시에 투자와 자금 지원까지 하는 이른바 '순환금융' 구조가 확대될 경우 개별 기업의 부실이 관련 기업과 금융회사로 번질 위험이 있다는 게 한신평 설명이다.
강 연구위원은 "현재까지의 주요 부실은 거시 충격에 따른 동시다발적 부실이라기보다 개별 기업의 특수 요인이 반영된 신용 이벤트의 성격이 강하다"고 평가했다.
다만 사모신용 부실이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번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평가다.
미국 은행이 사모대출펀드와 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에 제공한 대출은 전체 자산의 0.5% 미만(약 4천100~5천400억달러)이고, 시장도 장기 자금 중심이어서 단기 자금과 복잡한 유동화에 의존했던 2008년 서브프라임 사태와는 구조가 다르다는 설명이다.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직접적인 부담도 현재까지는 크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한신평에 따르면 국내 금융권과 연기금 등의 해외 사모대출 투자잔액은 2023년 말 40조7천억원에서 지난 2월 말 55조9천억원으로 증가했다. 이 가운데 금융권이 30조5천억원, 연기금 등이 25조4천억원을 보유했다.
금융권에서는 보험사의 투자액이 20조6천억원으로 전체 익스포저(위험노출액)의 67.4%를 차지했다. 이어 상호금융 4조7천억원, 증권사 2조8천억원, 은행 2조원 순이었다.
다만 전체 자산에서 사모신용 익스포저가 차지하는 비중은 금융권 0.42%, 연기금 1.2%로 크지 않았다.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자한 보험사도 총자산 대비 비중은 약 1.5%에 그쳤다.
한신평이 국내 생명·손해보험사 15곳을 대상으로 사모대출 자산 가격이 최대 30% 떨어지는 상황을 가정해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에서도 지급여력비율(K-ICS)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향후 최대 관건은 대출 만기가 집중되는 2027~2029년이다.
강 연구위원은 "대규모 대출자산 만기를 앞두고 차환 수요를 시장이 충분히 흡수할 수 있는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부도율 ▲부실·연체 대출 비중 ▲PIK 전환(현금 대신 이자를 원금에 더하는 방식) ▲만기 연장 및 대출조건 변경 증가 여부 등을 주요 점검 지표로 꼽았다.
hihell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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