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똘똘한 한 채' 급매물 크게 늘어…강남3구 매물이 38% 차지
보유·양도세 동시 증가에 진퇴양난…"양도세 중과 전보다 가격 더 내릴 듯"
세제·대출 타격 덜한 강북은 신고가 행진…"서민들만 더 힘들어 질 수도"
(서울=연합뉴스) 서미숙 기자 = "세제개편안 공개 이후 거래가 거의 끊겼어요. 살 사람은 없는데 팔겠다는 매물만 계속 받고 있어요. 보유세도 문제지만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까지 줄인다고 하니 불만이 많습니다. 다들 멘붕 상태에요." (서초구 반포동의 A공인중개사)
"세제개편안 발표 후 가격이 더 올랐어요. 매물도 거의 없지만 나오는 족족 신고가로 내놓으니 거래도 잘 안돼요. 서민들만 힘들어지고 있습니다." (노원구 상계동의 B공인중개사)
정부가 지난 3일 세제개편안을 공개한 뒤 강남 등 초고가 아파트와 중저가 아파트 시장에 나타나는 온도차다.

◇ 강남3구 매물 전체의 38%…초고가 주택 20억∼30억원 낮춘 매물도
31일 현지 중개업소에 따르면 강남권에는 세제개편안 발표가 한 달이 가까워지면서 보유세와 양도소득세 부담을 우려한 급매물이 크게 증가했다.
다주택자는 물론이고 '똘똘한 한 채'로 대변되는 1주택자 장기보유특별공제 한도까지 10억원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고되면서 처분에 나서는 1주택자들 물건까지 늘고 있어서다.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는 대형 주택형을 중심으로 직전 최고가 대비 20억∼30억원씩 낮춘 급매물이 나온다. 지난 5월 10일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시행 전보다 급매 가격이 더 낮아질 기세라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강남구 압구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고가의 아파트를 현금으로 매수한 사람들보다 이 아파트에 오래 거주한 토박이이자 은퇴자들의 매물이 꽤 나온다"며 "매수자들도 앞으로 보유세 부담이 얼마나 늘지 모르니 관망하고 있어 매물만 쌓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중개사는 "양도세 중과 시행 급매물이 늘었다가 중과 시행 후에 가격이 다시 올랐는데 지금은 거래할 수 있는 시세를 가늠하기가 힘들 정도"라며 "세제개편 확정안을 지켜봐야겠지만 고가주택 세제 완화는 언급되지 않고 있어서 5월 초 가격보다 더 떨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도 세 부담을 우려한 매물이 증가하고 있다.
전용면적 84㎡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최근 시세보다 10억원 이상 낮은 50억원 초반에 급매물이 나온다는 게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재건축 추진 전부터 살던 실수요자들은 양도차익이 커서 장특공제 한도가 생기면 세부담이 급격히 늘어난다"며 "보유세도 1년에 3천만∼4천만원으로 뛰면 은퇴자는 물론 직장인들도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이어서 매도 여부를 놓고 고민이 크다"고 말했다.
그러나 막상 매도를 결정하기도 쉽지 않다. 당장 비과세 혜택을 받고 집을 팔아도 양도세와 취득세를 내고 나면 주거지 수평 이동도 어렵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의 한 중개사무소 관계자는 "1주택자는 집을 팔고 무엇이든 사야 하는데 하루아침에 주거지를 옮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며 "최근 언급되는 교환거래를 검토하는 집주인도 있지만 역시 세부담 때문에 실행에 옮기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강남권 아파트는 매물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물 건수는 지난 3일 세제개편안 발표 당일 6만409건에서 30일 기준 6만7천695건으로 12% 증가했다.
특히 강남구는 현재 매물 건수가 1만1천41건으로 서울 25개 구 가운데 가장 많았고 서초구 8천975건, 송파구 5천903건 등으로 강남3구가 나란히 1∼3위를 기록했다.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전체 매물 중 강남3구가 차지하는 비중은 38.3%에 달한다.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 전 전세를 낀 매수가 많았던 마포구(15.8%), 성동구(14.3%), 동작구(13,0%) 등 한강벨트 일대도 매물이 서울 평균 이상으로 증가했다.
성동구 성수동의 한 중개사무소 대표는 "당장 보유세 부담이 늘진 않더라도 앞으로 공시가격 변동에 따라 종부세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장기 보유자들은 양도차익도 커서 고민이 많다"며 "매수자들도 정부와 국회의 세제 개편 추이를 봐가며 움직이겠다며 관망하고 있어 거래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 '똘똘한 한 채' 잡아도 집값 안정 미지수…강북 등 비강남은 신고가
반면 중저가 아파트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에도 호가와 실거래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추세다.
정치권이 비거주 1주택자를 중심으로 개편안 수정 방침을 밝히며 거래는 주춤하지만 매물이 나오더라도 직전 거래가보다 높은 가격에 내놓는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특히 6억원 한도까지 대출이 가능한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 등 강북과 비강남 아파트는 신고가 매매 행진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높은 세부담과 초강력 대출 규제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을 차단해 고가주택의 가격을 낮추면 중저가 집값도 하락할 것으로 본다. 그러나 공급 부족 우려 속에 실제로는 중저가 아파트 시장의 '풍선효과'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부동산원 조사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 아파트값이 0.29% 오른 가운데 중랑구(0.56%), 성북·강북구(0.55%), 도봉·노원구(0.54%), 서대문구(0.53%), 강서구(0.50%) 등은 0.5% 이상 큰 폭으로 상승했다.
실제 대출이 용이하고 재건축 호재까지 겹친 노원구 상계동 일대 노후 아파트는 팔렸다 하면 신고가다.
노원구 상계 주공1단지 고층 전용 41.3㎡는 7월 말 5억2천만원에 팔렸는데 이달 8일 5억6천만원, 14일에는 5억8천만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1년 전 3억3천만원대에서 1억5천만원 오른 가격이다.
상계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대출 규제와 세제개편안 발표로 중저가 아파트를 찾는 사람은 늘었는데 간혹 나오는 매물도 호가가 높아 매수자들도 쉽게 덤벼들지 못한다"며 "그러나 전세 품귀현상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어서 대출이 용이한 아파트는 가격이 오르면 더 올랐지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공개될 정부의 세제개편안 수정안과 국회 논의 과정에 따라 매매 시장이 본격적으로 요동칠 것으로 본다.
강동구 고덕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세제개편안 발표 후 집주인도 매수자도 매도, 매수 타이밍을 집지 못해 모두 관망하는 분위기"라며 "3일 발표안에서 큰 틀이 바뀌지 않으면 내년까지 집을 팔아야 할 사람들이 많아서 정부 수정안과 국회 통과 과정을 지켜보며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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