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니톡스] 미 국채금리의 경고…'안전지대는 없다'

입력 2026-09-06 07:22  

[머니톡스] 미 국채금리의 경고…'안전지대는 없다'

(서울=연합뉴스) 윤선희 선임기자 = # 유동성 잔치는 공짜가 아니었다. 지난 달 말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이 잭슨홀 연설에서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자 미 국고채 금리가 급등했다. 이후 연방준비제도(Fed·연준) 인사들의 비둘기파적(통화 완화 선호) 발언에 진정세를 보였으나, 30년 만기 국채 금리는 5%대 수준을 유지했다. 미국뿐 아니라 영국과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 국채 금리가 오름세를 보인다.
미 국채 금리 급등 시기는 역사적으로 여러 차례 있었다. 주로 긴축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인플레이션 쇼크 이후 찾아왔다.
미 국채 금리 급등 국면에서는 레버리지(차입)가 많은 금융기관이 파산하거나 부채 비율이 높은 신흥국에서 외환 또는 금융 위기가 발생하기도 했다.

2013년 테이퍼 탠트럼(긴축 발작·Taper Tantrum)이 대표적이다.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금융위기 이후 지속해온 양적완화(QE)의 자산 매입 규모를 축소(테이퍼링), 즉 유동성을 줄일 수 있다고 언급하자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몇 달 내 연 1.6%대에서 연 3%대로 두 배로 뛰었고 일부 취약한 신흥국 통화 가치가 급락했다.
2022∼2023년 기준금리 인상 사이클 때도 비슷한 현상이 빚어졌다. 각국이 코로나 사태를 극복하기 위해 유동성을 풀고 여기에 공급망 차질과 우크라이나 전쟁까지 겹쳐 물가가 급등하자 미 연준이 제로(O) 수준이던 정책금리를 5%대 중반까지 올렸다. 10년 만기 국채 금리가 연 5.0%로 뛰었고 글로벌 주식·채권값이 동반 하락했다. 미국 실리콘밸리은행(SVB)과 시그니처은행이 파산했다.

# 전쟁 등의 여파로 미 국채 금리가 계속 오르면, 한국 경제도 통화와 금융, 실물 전반에서 영향을 받게 된다.
올해 유례없는 수출 호조와 대규모 경상수지 흑자로 원화가 강세로 돌아선 것은 다행스럽다. 그러나 미 국채 금리의 추세적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한미 금리차가 더 벌어지고 달러 선호 심리가 우세해지면 원화는 하락 압력을 받게 된다.
미 국채 금리가 오르면 글로벌 투자 자금이 위험자산인 신흥국 주식과 채권에서 빠져나가 상대적으로 안전한 달러 표시 자산으로 몰려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신용도가 가장 우수한 무위험 미국 국채의 수익률이 높은 상황에서, 굳이 환 위험을 감수하며 원화 자산을 보유할 유인이 없기 때문이다. 국내 개인과 기관들 사이에서 원화를 달러로 환전하는 수요가 늘어나면 원화 가치를 더 끌어내릴 수 있다.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와 소비자물가가 상승해 인플레이션이 재점화할 수 있다.
미 국채 금리에 동조화해 국내 은행채나 국고채 금리가 동반 상승하면 변동금리 비중이 높은 가계대출의 이자 부담도 커지고 한계기업과 자영업자들도 빚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

# 정부는 외환 방파제를 확충하고 경제 부실 뇌관 관리에 집중해 고금리 충격이 금융 시스템 위기로 전이되지 않도록 방어해야 한다.
통화당국은 통화정책의 속도와 수준을 결정할 때마다 환율과 물가 안정을 유도하면서 내수 경기가 침체에 빠지지 않고 가계부채 뇌관을 자극하지 않는지를 자세히 따져봐야 한다.
가계와 기업들은 높은 수익률만 추구할 게 아니라, 현금흐름 방어와 부채 관리에 나서야 한다.
대출이 과도하게 많은 건 아닌지, 보유 현금은 얼마나 확보하고 있는지, 투자 자산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해야 할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레버리지(영끌·빚투) 수준이 과도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기업들은 단기 차입금 비중을 낮추고 만기를 분산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시장 금리가 더 오르기 전에 회사채를 발행하거나 신용공여 한도를 확보해둬야 한다. 이자 비용도 감당하기 어려운 비핵심 사업부는 과감하게 정리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하워드 막스(Howard Marks)는 "투자의 중요한 규칙 중 하나는 미래를 예측하려 하지 말고, 현재 우리가 어디에 서 있는지를 파악하고 그에 맞춰 행동하는 것이다. 주기는 멈추지 않는다"고 했다. 다가올 국면 전환을 준비하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indigo@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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