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렘린궁 "미국의 원폭 투하 언급 않는 日 놀라워"

입력 2026-09-08 21:07  

크렘린궁 "미국의 원폭 투하 언급 않는 日 놀라워"
일본의 '러 전승기념비 철거 요구' 거듭 일축


(이스탄불=연합뉴스) 김동호 특파원 =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크렘린궁 대변인은 8일(현지시간) 러시아가 극동 하바롭스크에 세운 대일전승기념비를 철거하라는 일본의 요구를 거듭 일축하며 일본이 미국에 패전했던 역사를 소환했다.
타스 통신에 따르면 페스코프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기념비 철거 요구에 대해 "도쿄에서 무엇이 잊히고 무엇이 기억되는지를 말하기는 어렵다"며 "적어도 우리는 일본의 군국주의와 그에 대한 승리를 잊지 않았다"고 받아쳤다.
그러면서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투하된 것을 추모하는 행사에서 일본 지도자들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핵무기를 사용한 국가인 미국을 전혀 언급하지 않는 것에 대해 우리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말했다.
2차 세계대전 때 일본이 미국, 러시아 등 연합국에 패배하는 과정에서 미국이 일본에 원자폭탄을 사용한 일은 거론하지 않으면서 러시아가 일본에 대한 승리를 기념하는 것만 문제 삼느냐는 비아냥이다.
지난 4일 러시아 하바롭스크에서는 일본을 상징하는 국화 문장이 새겨진 표석을 파괴하는 소련군의 모습을 형상화한 대일전승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이 사할린섬 남부를 점유하면서 러시아와 경계에 세웠던 표석을 본떠 제작한 동상이다.
이에 5일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는 "일본을 상징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되고 있는 국화 문장의 파괴를 표현한 기념비 설치는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일본 국민감정에 관한 문제로 러시아 측에 설치 중단 또는 철거를 강하게 요청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열도 4개 섬 중 하나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 섬을 방문한 것을 계기로 양국 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일본은 이들 4개 섬을 '북방영토'로 부르며 영유권을 주장한다.
지난 2일 푸틴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차 방문한 키르기스스탄에서 일본과의 관계에 대해 "현재 관계 악화는 모두 일본의 책임"이라고 말했고 일본 정부는 "받아들일 수 없다"며 즉각 반발했다.
dk@yna.co.kr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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