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회 내부 제안…기업·은행에 '자동적용 차단' 규정 발동 촉구
독일·네덜란드 외무장관, ICC 방문해 지지 의사 밝혀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 유럽연합(EU) 내부에서 미국의 국제형사재판소(ICC) 제재령에 반기를 들면서 이를 자동 적용하지 못하도록 차단 규정을 발동해야 한다는 입법부 제안이 나왔다.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 유럽판에 따르면 네덜란드의 더르크 호팅크 유럽의회(EP) 의원은 28일(현지시간) 저녁 브뤼셀에서 열린 EP 경제통화위원회의 비공개 회의 후 "EU가 그 가치를 지키려면 ICC와 거기서 일하는 사람들을 보호해야 한다"며 EU 집행위원회에 차단 규정을 발동토록 촉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 등에 대한 ICC의 체포영장 발부 등을 문제삼아 지금까지 아카네 도모코 ICC 재판소장 등 재판관 9명과 검사 4명을 미국의 제재 대상으로 지정한 상태이며, ICC라는 기관 자체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만약 미국이 ICC를 제재 대상으로 지정하면 직원 급여 지급, 정보기술(IT) 서비스 접근, 구금시설 유지 등 ICC의 운영에 어려움이 생길 수 있다.
유럽의 기업들과 은행들은 거의 모든 경우 미국의 제재 조치를 즉각 적용하지만, 만약 EU가 차단 규정을 발동한다면 적용하지 않을 수 있다.
중도우파 유럽국민당(EPP) 소속인 호팅크 의원은 "미국 행정부는 명확한 신호가 있을 때만 움직인다는 것을 우리는 알고 있다"며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EU) 집행위의 지도력"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렇게 유럽 측이 미국의 제재를 자동으로 적용하는 관행이 "우리가 아직도 미국을 친구라고 생각하던 시절에서 비롯됐다"며 "하지만 그 시절은 끝났다. 그곳에서 현재 어떤 정책들이 만들어지고 있는지도 알기에, 우리는 (미국) 국무부를 자동으로 따르는 일을 멈춰야 한다"고 말했다.
EP 경제위원회 청문회에서 발언한 프랑스 출신 니콜라 기요 ICC 재판관은 "쟁점은 우리가 21세기에 민주주의 국가로 남을 것인가 하는 문제"라며 "유럽에 법치주의가 존재하게 될 것인가"라고 물었다.
그는 자신을 비롯한 ICC 관계자들이 "알카에다와 다에시의 테러리스트들, 도둑 정치인들, 국제 마약 밀매업자들과 같은 명단에 올라 있다"고 지적했다.
EP 경제위원장인 프랑스 사회당 소속 오로르 랄뤼크는 "지금 벌어지는 일은 유럽에 중대한 시험대다. 또한 우리의 정치적 의지를 시험하는 일이기도 하다"라며 집행위에 "최고 정치적 수준의 개입"을 촉구했다.
요한 바데풀 독일 외무장관과 톰 베렌트선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이날 네덜란드 헤이그 소재 ICC를 방문해 지지 의사를 표명했다.
독일이 그간 이스라엘을 확고히 지지해 온 점을 고려하면 바데풀 장관의 방문은 특히 주목할만하다고 폴리티코는 지적했다.
AP통신에 따르면 톰 베렌트선 네덜란드 외무장관은 바데풀 장관과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차단 규정을 "핵 옵션"이라고 불렀다.
매우 파괴력이 큰 조치라는 뜻이다.
네덜란드 외교부는 차단 규정이 발동될 경우 신속히 시행될 수 있도록 네덜란드 정부가 EU 집행위와 접촉해 왔다고 폴리티코에 밝혔다.
solatid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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