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 2026 코리아프리미엄위크 '건전증시포럼'
작년 SK하이닉스 투자경고 사례도…"포괄적 매매제한 합리화 필요"
AI 활용 확대에는 '실질적 인간 감독' 필요성 강조

(서울=연합뉴스) 김유향 기자 = 국내 증시 내 시장경보 단계를 줄이고, 불건전거래를 정교하게 포착하는 방향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1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코리아 프리미엄 위크'의 일환으로 열린 건전증시포럼에서 이 같은 시장경보제도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
남 연구위원은 2015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투자경고 지정 사례의 약 72%가 주가상승률에 따른 '정량요건'으로 지정돼, 불건전거래 관련 요건이 포함된 사례보다 두 배 이상 많았다고 설명했다.
경보 대상 기업을 보면 재무적 취약성이 확인됐다. 투자주의→투자경고→투자위험 순으로 단계가 높아질수록 수익성과 현금창출력은 낮아지고 부채 부담은 커지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투자경고 지정 기업이 이후 1년 이내 관리종목 지정이나 거래정지, 상장폐지 등 '부실 이벤트'를 겪는 비율도 전체 상장기업 평균보다 높았다.
남 연구위원은 이러한 결과를 두고 "재무적으로 취약한 기업을 알리는 것이 시장경보제도의 본래 목적은 아니지만 부수적으로 이런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 과열을 진정시키는 '냉각 효과'도 관찰됐다. 투자경고 지정 직전 급증한 거래량과 거래대금 등이 지정 이후 빠르게 줄어든 것이다.
다만 남 연구위원은 이런 효과에 양면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적절한 종목에 경보가 울리면 과열을 식힐 수 있지만, 정상적인 거래 종목까지 경보 대상으로 묶여 위축된다면 긍정적인 효과로만 볼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지난해 SK하이닉스 등의 대형주들이 시장경보 대상으로 지정돼 매매제한이 생긴 사태를 예로 들었다.
해외 제도와 비교할 때 국내 체계의 특수성도 크다고 짚었다. 미국과 영국·유럽연합(EU)은 비공개 시장감시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며, 국내와 같은 공개 경보와 이에 연계한 매매제한 체계를 운영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시아에서는 공개 경고와 거래 제한 사례가 있지만 방식과 범위가 달랐다. 일본은 신용거래 과열 시 담보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대응하며, 대만은 한국과 유사하되 '주의·처치'의 2단계 체계를 운영한다고 소개했다.
남 연구위원은 "경보 체제를 조금 더 단순화할 필요가 있다"며 국내 제도가 3단계에 예고까지 더하면 5단계에 이르고 경보 횟수도 많다고 지적했다.
매매제한 역시 포괄적으로 적용하기보다 시장 자율성과 거래 유연성을 고려해 합리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불건전거래 요건을 정교화하고, 정량요건은 다른 과열 완화 제도와 중복되는 부분을 정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공개된 세부 기준이 악용될 가능성을 고려해 싱가포르처럼 일부 기준을 비공개로 운영하는 방안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남 연구위원은 "이런 부분들은 자칫 시장의 규제가 완화된다는 우려를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조심스러운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황근호 카이스트 경영대학 교수는 자본시장 효율화와 투자자 보호를 위한 인공지능(AI)의 활용과 규제를 발표했다.
황 교수는 AI가 정보 분석과 투자판단, 주문 집행, 이상 거래 탐지 등에 활용돼 비용을 낮추고 시장감시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개별 AI 시스템의 환각과 성능 저하, 데이터 품질 문제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동조화 위험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러 투자자가 같은 모델과 데이터를 활용해 한 방향으로 매매하면 유동성이 고갈되고 가격 변동이 증폭될 수 있다는 말이다.
AI를 악용한 투자사기와 시세조종, 실제 AI 활용 수준을 부풀려 홍보하는 'AI 워싱'도 위험 요인으로 제시했다. 특히 사람이 최종 판단을 한다는 원칙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짚었다.
황 교수는 "관리자가 AI 결과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춰야 한다"며 "AI 판단을 거부할 수 있는 권한도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검토할 시간을 충분히 확보하고 책임 소재를 명확히 하는 등 '실질적 인간 감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김홍식 거래소 시장감시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높은 개인투자자 비중과 시장 변동성을 고려한 투자자 보호 기능을 확보하면서도 시장 활력과 유연성을 유지할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박민우 금융위원회 증권선물위원회 상임위원은 축사에서 시장의 공정성과 신뢰를 지키면서 혁신과 투자자 보호가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것이 과제라고 말했다.
이어진 토론회에서는 학계 및 금융투자업계 전문가들이 금융업계에서의 AI 사용과 시장경보 등에 대해 논의했다.
willow@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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