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 발표 직전 전화 연결…초창기 연구에 관심 갖는 이 전무"
"실패도 연구의 일부…실패 감당 못하면 성과도 없어"

(브뤼셀=연합뉴스) 현윤경 특파원 = '뇌 비밀'을 밝히는 단초로 기대를 모으는 광유전학을 개척해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독일 과학자가 수상을 통보하려는 노벨위원회의 회신 요청을 한동안 무시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독일 일간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페터 헤게만(71) 베를린 훔볼트대 교수는 5일(현지시간) 노벨 생리의학상 발표 직전 "모르는 사람에게서 이메일을 받았는데, '전화 주세요. 중요한 일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면서 남겨진 전화번호를 확인한 결과 지역번호가 스웨덴 번호라는 것을 깨달았다고 털어놨다.
그는 "요트 항해 경험에 비춰 그 번호가 스웨덴 지역번호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전화를 걸어보니 노벨위원회 위원장이었다"면서 공식 발표 불과 몇 분 앞두고 전달된 수상 소식에 벅찬 감정을 느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소식을 접하면 믿기지 않는다.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실감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우리가 초기에 녹조를 대상으로 진행하던 연구에 관심을 갖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이도 거의 없었다"면서 초반 고독했던 연구 환경도 회고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탐험과 미지의 영역에 매료돼 있던 헤게만 교수는 독일 기초과학 연구의 산실인 막스플랑크 연구소 재직 시절이던 1990년대 초 담수 속에 사는 단세포 녹조인 클라미도모나스가 찰나의 순간에 빛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다.
그는 하나의 단백질이 빛을 포착하는 동시에 전하를 띠는 원자가 이동하는 이온통로 역할도 할 것이라는 가설을 세웠고, 같은 연구소의 게오르크 나겔(73) 현 뷔르츠부르크대 교수에게 접촉해 이런 가설을 실험에 옮겨 달라고 요청했다. 훗날의 노벨상 수상으로 이어지는 의기투합이었다.

나겔 교수는 헤게만 교수에게서 처음 연락받았던 당시를 떠올리며 "새롭고, 흥미로운 일을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고 말했다. 나겔 교수는 클라미도모나스의 유전자를 개구리 난자에 주입하는 방식으로 실험을 했고, 결국 빛에 반응하는 이온 채널인 '채널로돕신'을 발견하는 성과로 이어졌다.
두 사람은 2003년에 이 단백질을 인간 세포에 주입하면 빛을 이용해 전기적 신호를 발생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고, 이날 노벨상을 공동 수상한 칼 다이서로스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는 2005년 쥐의 신경세포에서 이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광유전학의 서막이 올랐다.
엉뚱한 상상에서 출발해 현재 실명 치료 등에 활용되는 광유전학 개척자 역할을 한 헤게만 교수가 노벨상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고 한다.
타게스슈피겔에 따르면, 그를 아는 사람들은 그를 무엇보다도 '끈기 있는 사람'으로 평가한다.
막스플랑크연구소의 공보 담당자 크리스티나 벡은 "헤게만은 뛰어난 과학자이자 훌륭한 동료이며, 멋진 인품을 지닌 사람"이라면서 "그에게서 특히 감탄했던 것은 획기적인 성과를 이루기까지 그가 수많은 난관을 극복해야 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헤게만 교수는 이와 관련 "연구를 하다 보면 늘 실패를 겪게 된다. 실패도 연구의 일부"라며 "대부분의 실험은 실패로 돌아가기 마련인데, 그런 상황을 감당하지 못한다면 연구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둘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공동 수상자인 나겔 교수는 이탈리아 나폴리 외곽의 한 작은 마을에서 스웨덴 노벨위원회로부터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한다.
은퇴 후 아내의 고향인 나폴리 인근에서 머물고 있다는 그는 "저 자신은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면서도 "하지만, 일부 다른 이들은 늘 저에게 '반드시 이런 날이 온다'고 말하곤 했다"고 로이터에 밝혔다.
ykhyun1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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